엄마가 그립다고 처음으로 말했다

-남편의 엄마 이야기

by 진영

토요일 오후 두 딸이 엄마 아빠에게 데이트를 하고 오라고 했다. 아이들 없이 어딘가를 간다는 것이 허전하기도 하면서 왠지 좋았다. 연애하던 때의 감정이 부끄럽게 올라왔고 우리는 설레었다. 남편과는 연애 5년 결혼 14년인데 주책맞게 이래도 되는가



전주에 갔다. 베테랑 칼국수집.

고등학교 연합고사 보기 전날 성심여고(베테랑 칼국수 집 앞, 전동성당 옆에 있는 여고)에서 예비 소집을 마치고 그 앞에 베테랑 칼국수 집에서 칼국수를 먹었더랬다. 칼국수 그릇을 내어주던 아줌마의 엄지손가락이 국수 그릇에 빠질 만큼 엄청난 양을 주었던 걸로 기억이 난다. 요즘 같은 시절에 그렇게 내어 주면 위생이 엉망이다, 뭐 그렇게 음식 낭비 되게 많이 주냐 그러겠지만 그 시절에는 그게 인심이었고 그렇게 비위생적으로 느껴지지도 않았었다.



요즘 사람들은 전주에 가면 볼거리가 '한옥마을'이라고 해서 찾아가고 먹거리는 한옥마을 안에 '베테랑'칼국수가 유명하다며 검색해서 찾아가 먹을 텐데, 우리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려 베테랑에 갔다.

칼국수를 먹으면서 어린 시절 맛인지 기억해보려 했지만 기억이 잘 안 났다. 면이 원래 이렇게 기계면이었었던가?? 국물은 담백하고 맛있었고 남편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계란을 풀어서 좋았지만, 예전 맛은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 아쉬웠다. 추억과 맛을 탓하며 종알대는 나에게



문득 남편이 그런다.



"가끔 아쉬워"

"뭐가? 맛이 변해서?"

"이런 거 먹을 때... 엄마랑 이런 사소한 음식을 많이 못 먹었더라.."

"아.. 어머니 생각이 나...?"

"우리는 지금 장모님이랑 장인어른이랑 밥도 자주 먹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그러잖아.. 그런데 우리 엄마랑 그런 걸 많이 못했더라고.."



연애 5년, 결혼 14년인데 처음으로

남편은 엄마가 그립다고 말했다. 엄마와 이 사소한 칼국수 한 그릇을 먹을 수 없었던 시간들이 아쉽다고 말했다. 스무 살에 떠나보낸 엄마가 마흔일곱이 되는 이때까지 삶의 아주 사소한 순간들에 떠올랐구나.



-사진 첨부해서 미안 ^^;;, 얼굴은 안보임-

엄마와 함께 산 시간보다 엄마가 없이 산 시간이 더 길어져버린 마흔일곱의 내 남자가 이 사소한 음식 앞에서 덤덤하게 그리움을 야기했다.



그 사람의 그리움을 나는 다 알지 못한다.

그런데 그 마음을 이제는 내가 보듬어주어야겠다

언제까지 투덜대지만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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