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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영 Nov 03. 2021

초딩 육아가 제일 어려운 40대 부모들

 6.25전쟁 전후 태어나 가난과 배움에 굶주려 본 부모 밑에서,  1970년~80년대 태어났고  90년~2000년대  대학 교육을 받으며  성장기를 보낸  사람들이 지금의 40대들이다. 우리나라가 전쟁의 후유증을 딛고 일어나 경제 개발과 고도의 성장을 이룩할 시기에 태어나면서, 본인들이 겪은 가난은 대물림 하지 않겠다는 특유의 억척스러움으로 자식을 키워낸 부모 덕분으로 우리 40대는 그래도(엄청난 풍요는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크게 부족함은 없는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지나왔다. 그리고 낭만과 감성이 넘치는 대학 시절까지 잘 보낸 세대이다. 40대의 우리가 느낀 가난은 우리 부모 세대가 겪었던 끼니를 걱정할 정도의  절대적 가난 보다는  고급 브랜드(소위 메이커) 옷과 신발을 얼마나 더 갖고 있는가 못하는가로 비교되는 상대적 빈곤을 느끼며 성장한 세대이다.

  

 그렇게 자라 어른이 된 지금의 40대들이 현재 초, 중등 아이들을 키우며 부모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성장기를 보낸 시절보다 넘치는 물질적 풍요 속에서 우리는 더 많은 정서적 빈곤을 느끼며 , 자식 키우기가 세상 어렵다며 서로 서로 하소연을 하고 있다.  TV에서는 '학교 부적응아', 나 '문제 행동아'를 다루는 상담 프로가 넘쳐나고, 주변에서 상담소와 상담프로그램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분위기이다.


  79년생인 나 역시 초등 5학년과 4학년 연년생 자매를 키우고 있다. 나름은 교육학 전공에 아동심리나 교육심리 같은 책들을 탐독하고, 수많은 육아서들을 섭렵하며 아이들을 키우기 때문에 충분히 아이를 잘 키워 낼거라고 자신했으나. . . 역시나 내 입에서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자식 키우기가 제일 어려워!'이다.

  


   이런 나에게,  나름 너는 교육을 공부한 사람이고 지금도 아이들을 꾸준히 만나고 늘 책을 가까이 하니 뭔가 나보다 나을거야라고 생각하는 나와 두살 터울 77년생 오빠는 아주 자주(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나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 자신의 둘째 아이의 육아 문제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곤 한다.  어제도 어김없이 전화가 왔다.


 "아~~~~~(깊고 긴 한숨부터 쉬고 시작한다), 미치겠다. 진짜.. 준이 때문에.. 정말... 이제는 학교에 가면 자꾸 어디가 그렇게 아프단다..."

 "아플 수 있어. 학교 생활이 힘들다고 마음이 느끼면 처음엔 꽤병처럼 아프던 아이도 진짜  몸이 반응해서 아프기도 하더라고"


 오빠의 둘째는 나의 첫째와 같은 2010년생으로 현재 초등 5학년이다. 오빠의 둘째  준이는 생후 10개월에 '고관절탈구'가 발견되어  온몸에 통깁스를 하고, 온갖 수술과 치료의 과정을 반복해 가면서 유아기를 보냈다. 다른 건 다 필요없고 아이가 건강하게만 자라면 좋겠다는 주변의 바람을 갖게 하는 아이였다. 그런 아이를 치료하고 키우면서 오빠의 아내인 나의 올케는 그 과정을 온몸으로 느끼며 본인 몸에도 각종 질병이 수반되면서 아이와 함께 아파하면서 그 시간을 버텨냈다. 그렇게 아이는 초등입학 직전까지는 몸이 많이 아픈 시간을 보냈다.  천만 다행으로 관절에 철심을 박는 수술까지 겪어냈지만 이제 아이는 건강을 많이 회복했고, 외형적으로는 보통의 정상적인 아들과 같은 모습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되어 보였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니 다시 고난은  시작되었다. 아이는 학교가 너무 가기 싫은 곳이었고, 힘든 곳이라고 했다. '난독증', 'ADHD'등 학교 생활 부적응의 전형들을 다 갖고 있는 아이라는 진단들을 받아냈다. 그런 아이를 어떻게 잘 키워낼 수 있을까  두렵고 힘들지만 오빠네 부부는 여러가지 방법을 찾아 다녔다. 유명하다는 상담소의 상담 프로그램을 고가의 비용을 들여서 받아보기도 했고, 이 병원 저 병원 순례도 많이 해보았다.


 2020년 코로나 이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학교 생활에 아이는 더욱 더 움츠러 들었고, 학교나 밖으로 나가는 생활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졌다. 코로나 2년차 이제는 위드코로나를 이야기하는 때가 왔다. 등교 중지가 유난히 많았던 서울 경기의 아이들이 이제는 정상적으로 학교에 등교해야 한다. 아이는 정상적인 학교  등교가 오히려 불편하고 싫어진다고 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학교에서 전화가 온다고 한다.




 그런 아이를 두고 나의 오빠는 오늘도 깊은 긴 한숨을 쉬며 전화를 한다.  오빠가 나에게 전화를 하는 이유는 내가 무슨 정답을 찾아줄거라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냥 단지 공감을 받고 싶어서 일거라는 걸 안다. 그런데 나도 현재 초딩 연년생을 키우고 있고,  매일 매일 초딩들과 수업을 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다 보니 지쳐있을 때가 많다. 그런 나에게 오빠가 전화를 해서 한숨을 쉬면 나도 한숨이 나오려고 한다.

 

   "애 하나를 어쩌지를 못하고 힘들어 한다. 엄마가 우리는 그냥 우리끼리 알아서 컸다고 했는데~.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어렵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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