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때 잘 하라는 그 흔한 말

by 진영

"할아버지! 저 지금 핸드폰하고 쉬고 있어요~ 저 학교에서 과학시험을 봤는데 저희 반에 100점이 한 명이었거든요. 근데 그 한 명이 저에요"

"그래~ 아이고 잘했네~~ 우리 수원이, 할아버지가 짜장면 사줄까? 할아버지가 20일 정도 후에 광주에 갈 일이 있는데~~"

"아 그래요? 그럼 그때 만나요"


아빠하고 대화를 나누는 아이처럼 할아버지와 너무나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 작은 딸이다. 4학년 이제 11살 우리집 막내는 내가 클 때 우리 아빠에게 하지 못했던 애교를 대신 해준다. 때론 그것이 참 감사할 정도다. 자랄 때 나에게 아빠는 늘 무서운 사람이었기에 나는 아빠에게 애교라는 걸 부려본 적이 없고, 아빠 역시 자식에 대한 애정표편이 많지는 않았다. 그런 아빠도 할아버지가 되니 손녀에게는 참 자상하고 한없이 부드럽다. 자식보다 손주가 예쁘다더니 그 말이 맞는건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회식을 마치고 남편이 늦게 들어왔다. 남편에게 딸의 통화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빠가 애들 보고 싶으신가봐. 지난번에 김장 때도 나 혼자 갔잖아. 그때 아빠가 왠지 서운해 하는 거 같았거든, 애들이랑 안와서 "

"내가 그때 같이 가자고 했었잖아. 애들 보고 싶지...... 이번 주말에 우리가 가자~ 뭘 20일을 기다리냐."


애들 보고 싶지라고 하며 말끝을 흐리던 남편의 말이 순간, 돌아가신 시아버지의 말처럼 들린다. 왠지 그 순간 자기 아버지를 떠올렸을 거 같은 남편의 모습이 보인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자식들 다 내보내고 늘 혼자서 계시던 아버님, 그런 아버님이 얼마나 적적하고 외로우실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철 없던 나는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시댁에 가는 일을 힘들어 하기만 했다. 혼자 사는 노인의 집 청소상태를 불만스러워하며 아버님집에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할 뿐이었다. 나는 철없고 나쁜 며느리였다. 막둥이 아들네의 귀여운 두 손녀딸이 얼마나 보고 싶고 그리우셨을까? 살아 생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아버님은 떠나셨다. 칠순 노인이 된 나의 아빠를 보면서 떠나버린 시아버지의 모습과 마음을 이제서야 읽어낸다.

바보처럼,

떠난 후에 생각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데 말이다.



있을 때 잘하라는 그 흔한 말이 가슴에 콕 박히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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