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에 둘러싸여 플레이볼!
벚꽃이 폈고 야구가 개막했다.
그렇게 나의 진짜 봄은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벚꽃의 꽃말이 중간고사라 우울하기 때문에 벚꽃은 진짜 봄이 아니라 고통의 시작이라 할 수도 있다. 나에게 있어선 대학시절에도 지금도 벚꽃의 꽃말은 야구개막이며 행복한 시즌의 시작이다. 벚꽃과 야구가 진짜 봄이라 생각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개나리와 목련이 필 때쯤은 아직 봄비가 내릴 일이 남아 있을 것만 같고, 야구 시범경기를 할 때 쯤은 아직 바깥활동을 하기엔 서늘한 날씨여서 봄이라기엔 이르게 느껴지는게 더 큰 이유다.
학생일 땐 새학기의 시작에다가 꽃도 피니 그 분위기에 취해 봄을 좋아하는거라 생각했었는데 대학교에 대학원까지 졸업하고도 여즉 봄을 제일 좋아하는 것을 보니 바깥활동을 하기 좋은 날씨라는게 나에겐 엄청 큰 요소였나보다. 오래 걸어도 땀이 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춥지 않은 계절인게 엄청 중요한 것이였다. 습도에 유독 예민한 아기였던 나는 감기가 걱정된 부모님께서 에어컨을 끄는 소리는 듣지 못하면서 바람이 송풍으로 바뀌어 미묘하게 습도가 높아지는 것을 알아채고 다시 에어컨을 켜달라 울었었다. 그런 아기가 자라 지금의 어른이 되었으니 쾌적하게 밖에서 좋아하는 벚꽃과 야구를 즐길 수 있는 지금을 좋아할 수 밖에 없다.
내가 팬인 삼성라이온즈의 구장은 원래 좀 더 대구 안 쪽에 위치해있었다. 시민구장(구 삼성 구장)은 벚꽃나무가 둘러싸고 있었는데 개막전을 중계하는 카메라가 항상 봄과 함께 야구 시즌이 시작한다며 만개한 벚꽃에 싸인 야구장의 전경을 보여주곤 했다. 삼성라이온즈의 상징컬러인 푸른색으로 가득찬 관중석과 그 야구장을 핑크색의 벚꽃이 감싸고 있는 대비가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은 탓일까 나는 자연스레 야구와 벚꽃을 연관지어 받아들이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대구에선 제일 벚꽃이 늦게 피는 좀 더 시원한 곳에 야구장이 위치해있어 올해 개막전엔 야구장 근처 벚꽃이 만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내 마음 속에선 벚꽃과 야구는 세트다.
매 봄마다 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 같다고 후회하는 편이다. 그런 후회가 올해는 남지 않도록 벚꽃이 지기 전 만발한 벚꽃 아래서 피크닉을 하고, 야구장에서 노래를 부르며 누구보다 열심히 나만의 진짜 봄 세트(야구 + 벚꽃)를 즐겨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