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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May 15. 2023

믹스커피의 맛. #1-4

아파트 잔금 친 다음 날, 하락장이 시작되었다 1-4

* 본 시리즈는 2019년~2023년에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제 막 여름이 시작되는 2019년 6월.




아직 푹푹 찌는 날씨는 아니지만 그래도 햇볕은 많이 따갑다. 걷다 보면 이제 땀도 제법 난다.



여자친구에게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나 보다. 전세금 1억 8000만 원에 괜찮은 집이 나왔으니 시간 되면 한번 보러 오라고. 우리의 예산이었던 1억 7000만 원으로는 전셋집 구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기에 예산을 1000만 원 더 늘렸다. 어차피 나중에 다 돌려받을 돈이니까 1000만 원 더 쓰지 뭐.



여자친구는 나 대신 예비 장모님과 함께 우리의 전셋집을 함께 보러 가기로 한다.



날씨도 더운데 나 대신 집 보러 다니느라 고생하는 여자친구와 예비 장모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



스타벅스 기프티콘이라도 보내며 괜한 생색을 내본다. 이 정도면 장모님도 나를 센스 있는 예비 사위라 생각하시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친구에게 연락이 온다.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다고.



13층에 인테리어는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도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되어있고, 햇볕도 잘 들어오며 전망도 트여있어 느낌이 좋다고 한다. 지금 계약하려고 하는데 가계약금 좀 보내줄 수 있냐고 한다.



내가 집을 본 것은 아니지만 여자친구의 안목을 믿어보기로 하고 쿨하게 가계약금 200만 원을 송금한다. 





일주일 뒤,


 

약속한 전세 계약일이 다가왔다. 뭔가 신혼 전셋집을 계약하러 간다 생각하니 굉장한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인다. 일부러 부모님들은 오지 말라고 했다. 앞으로 나도 한 가정을 이끌어 갈 가장이 되는 건데 부동산 계약 정도는 혼자서 척척 할 수 있어야 하니까.



그렇다고 너무 대책 없이 간 것은 아니다. 네이버에 “전세계약 시 주의사항”을 검색해서 몇 번씩 읽어 봤다. 부동산에 가서 호기롭게 전세가격 협상도 해볼 예정이다.



흰색 폴로셔츠에 단정한 핏의 청바지. 너무 어려 보이지도, 나이 들어 보이지도 않을 만한 캐주얼 한 옷을 골라 입는다.



부동산에 들어가기 전 옷매무새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고상하게 부동산에 들어간다.



음 믹스커피 냄새.



손님이 꽤 많다.

전세 계약하는 집주인 말고 한 팀이 더 있다.



무슨 약속을 이리 복잡하게 잡았나 생각하고 있는데, 부동산에 있는 세 팀 모두 오늘 계약서를 쓸 당사자라고 한다.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는 나의 표정을 읽었는지 ‘계성댁’을 닮은 부동산 아주머니가 고상한 목소리로 설명해 주기 시작한다.



“북꿈씨, 이쪽은 지금 그 집에 살고 있는 집주인이자 매도인이에요. 이번에 집을 매도하고 이사 가신다고 해요. 그리고 이쪽은 북꿈씨가 앞으로 살 집의 새로운 집주인이자 매수인이에요.”



매매계약과 전세 계약이 동시에 진행되나 보다. 이런 시스템으로 계약이 진행될지는 몰랐다. 네이버에 이런 내용은 없었던 것 같은데. 불안한 마음에 부동산 아주머니에게 슬쩍 속삭이듯 물어본다.



”이렇게 계약하는 거 안전한 것 맞죠?”


 

그러자 부동산 아주머니가 아주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네. 요즘 이렇게 계약 많이 해요. 매수인은 전세 세입자를 끼고 매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매 잔금을 전세 잔금이랑 같이 맞추는 것뿐이에요.”


 

아. 부동산 계약에 서툰 티 안 내려고 일부러 속삭이듯 물어본 건데 이렇게 크게 이야기하다니. 초짜인 게 들켰을 것이 분명하다.

전세가격 협상은 틀렸군.



전세가격 협상은 커녕 부동산에서 이제 말도 제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나를 제외한 매도자 매수자는 부동산 계약이 익숙한 듯, 알아서 서류에 도장도 척척 찍고 여유롭게 이야기도 나누고 있다. 그런 그들 앞에서 나는 살짝 위축된 것 같다. 조금 긴장한 상태로 도장을 찍어 내려가는데 매수인이자 나의 새로운 집주인인 사람의 이름이 조금 이상하다.





 

‘㈜ooooo’




응? 집주인 이름이 왜 주식회사지? 궁금하지만 이 자리에서 물어보기엔 창피하다. 나중에 계약 다 끝나고 부동산 아주머니랑 둘이 있을 때 물어봐야지.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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