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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May 17. 2023

집주인 이름이 왜 이래? #1-5

아파트 잔금 친 다음 날, 하락장이 시작되었다 1-5

* 본 시리즈는 2019년~2023년에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계약이 모두 끝나고 매도인과 매수인은 서로 악수를 나눈 뒤 자리를 떠난다.



부동산 아주머니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안 가고 뭐 하냐는 눈치. 내가 귀찮게 느껴져도 어쩔 수 없다. 궁금한 것은 꼭 물어봐야 하는 스타일이라.



집주인 이름이 왜 회사 이름인지.



'계성댁' 아주머니가 별 일 아니라는 듯 무심하게 대답한다.


“아 북꿈씨, 북꿈씨 집주인은 법인 투자자예요. 쉽게 말하자면 회사 명의로 집을 사는 거예요.”



법인 투자자? 그런 것도 있다니 신기하다. 어쨌든 투자자라는 건데.. 지금 이 시기에 집을 산다고? 집주인은 뉴스도 안보나? 아니면 바보인가?




어쨌든 집주인이 법인이든 장인이든 명인만두든 나랑은 상관없다. 그저 전세대출만 잘 나오고 나중에 우리 전세금만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면.




집에 돌아왔지만 어딘가 모르게 찝찝하다.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 같다.

이 찝찝함의 정체가 무엇일까.




아. 전세대출.



집주인이 법인이어도 전세대출은 잘 나오겠지?

급하게 네이버 창을 켜본다.




타닥 타닥 타닥

"법인 집주인 전세..."



정보가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몇 개의 글들을 정독해 본다. 어떤 사람은 대출이 나온다 하고, 어떤 사람은 안 나온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내 심장은 파도처럼 출렁인다. 멀미 날 것 같다.



정보들을 대략적으로 취합해 보자면 이러하다.



「 통상적으로 집주인이 법인 사업자일 경우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잘해주지 않는다.


이유는 사업체가 잘 되지 않아 부동산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배당 순서에 따라 배당을 하게 되는데, 법인 사업자의 경우 직원 임금체납이나 국세가 임차인의 보증금보다 선순위이기 때문.


즉 배당 순위에 밀려 보증금을 못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은행에서는 대출 취급을 꺼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인이 부동산 임대업으로 등록이 되어 있다면 한국주택금융공사나 LH에서 전세대출 이용이 가능하다 」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랍에 넣어둔 전세계약서를 다시 꺼내본다.



집주인 인적사항에 있는 회사 이름을 참고해서 “법인등기부등본”을 열람해 본다. 채용 시험 합격자발표 날 이후로 가장 떨리는 순간이다.






다행이다. “부동산 임대업”이 표기되어 있다.



한번 더 정확하게 확인해 보고자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계성댁" 아주머니에게 연락해 본다.




어차피 우리 부부의 전세계약은 현 집주인인 매도자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한다. 걱정 안 했어도 됐다.



그래도 이놈의 걱정병 덕분에 몰랐던 사실을 하나 배우게 됐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긴장이 풀리니 갑자기 맥주가 마렵다.

냉장고에서 급하게 캔맥주를 하나 가져온다.



치익- 똭

벌컥벌컥



'휴.. 신혼집 입주하는데 문제없겠다'




2019년 8월. 신혼집 입주날.




시간이 왜 이리 빠른지. 벌써 신혼 전셋집 입주날이다.



우리의 신혼 첫 보금자리. 설렌다. 정말 우리가 결혼을 하는구나. 이렇게 내가 유부가 되는구나. 결혼식도 3개월 만을 남겨두고 있다.



전에 살던 사람의 짐이 다 빠진 우리의 신혼집. 신혼 가구는 어떻게 배치해야 좋을지 여자친구와 들뜬 마음으로 상의한다. 그런데 공실이라 그런지 말소리가 자꾸 울린다.



이런. 이렇게 에코가 울려 퍼지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설레는 마음으로 노래 한 곡 뽑는다. 손에 들린 핸드폰은 순식간에 마이크로 변한다.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으쌰라 으쌰! 으쌰라 으쌰!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 언제나 나를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너의 아파트.”



기분이 너무 업 된 나머지 목소리가 너무 컸나 보다. 여자친구가 시끄럽다고 눈치를 준다. 아파트에서 시끄럽게 하면 안 된다고.



"뭐 하는 거야 시끄럽게. 아파트에서 그렇게 시끄럽게 떠들면 안 돼. 이 집 전세 냈어??"



분명 혼나는 건데 기분이 나쁘지 않다.

장난기 가득한 내 얼굴에 입꼬리가 씰룩거리기 시작한다.






“그래. 나 이 집 전세 냈다!!!”









그리고 몇 개월 뒤.




#팬데믹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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