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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May 19. 2023

팬데믹 #1-6

아파트 잔금 친 다음 날, 하락장이 시작되었다 1-6

* 본 시리즈는 2019년~2023년에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다행이다.



우리는 2019년 11월 16일 결혼식을 마치고 하와이로 무사히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발 폐렴인지 뭔지 전염병이 퍼졌다고 뉴스에서 한창 시끄럽다. 예전에는 낙타가 원인이더니 이번에는 박쥐란다.



일일 확진자가 벌써 200명을 넘어섰다.



확진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자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었고, 다중이용시설 방역 수칙도 강화되었다. 때문에 결혼식을 미루는 예비 신혼부부들이 속출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지금 남들 걱정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새벽에는 잠을 잘 수가 없고 낮에는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



결혼하기 직전에 와이프 모르게 비자금으로 주식투자 해놓은 것이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J*P”와 차세대 통신을 주도할 5G 통신장비 회사 “케**더**”. 미국주식은 “월트 디 xx”와 “애x”.



와이프에게 훗날 명품백을 선물하겠노라 다짐하며 오픈하지 않았던 것인데. 이제는 오픈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오픈하면 난 죽는다.





와이프는 쌔근쌔근 잘도 잔다. 부럽다.



나도 잠에 들기 위해 눈을 감아보지만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미국증시를 확인해 보기 위해 증권 어플을 켜본다.



헐.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미국 나스닥이 내 눈앞에서 –12%의 폭락을 보여주고 있다.

잡주도 아닌 미국 나스닥이. 12프로 폭락.



내일 아침 9시가 영영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마 많은 개미들이 나와 같은 생각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내일의 해는 뜬다고.

어김없이 아침 9시가 찾아온다.



장 시작과 동시에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개인 투자자들의 패닉셀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고, 코스피 역시 –8%로 장을 시작한다.



내가 애지중지 키우고 있던 “J*P”와 “케**더**”가 그 속에서 살아남았을 리 없다. 계좌를 살펴보니 며칠 만에 –57%다. 장렬하게 전사해 있다.



“나스닥 12.32% 폭락, 역사상 최대 하락률”


“나스닥 선물 서킷브레이커 발동.. 거래정지”


“2267 -> 1457 -> 1754 다음은..? 코스피 V자 반등 할까”


“코스피, 코스닥 최초 동시 서킷브레이커 발동”




곧 전 세계가 망할 것 같은 분위기다.

나도 망할 것 같은 분위기다.





계속되는 주가하락에, 이제는 와이프에게 오히려 주식을 조금씩 모아가자고 의견을 제시해 본다.



물타기도 해야 하고.



와이프는 우리에게는 아직 투자할 돈이 없다며 난색을 표한다. 우리에게 돈이 왜 없나. 사랑하는 여보 당신의 마이너스 통장이 있는데.



“여보, 지금처럼 주가가 많이 떨어졌을 때 마통에서 꺼내서라도 주식 사야 하는 거 아니야? 대신 우리 안전한 주식만 사자. 삼성전자 우선주만 사 보는 거야.”



은행에 다니고 있는 와이프지만 설득이 쉽지 않다. 은행에 다니기 때문에 성향이 더 보수적인 것 같다. 특급 예적금파.



칫, 나처럼 불나방 기질도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그러던 어느 날,



와이프가 이야기한다.

“요즘 자꾸 고객들이 예금을 해지하고 주식하려고 하네. 오늘도 그런 손님만 몇 명이었는지 몰라. 요즘 주식 많이 떨어졌어? 여보는 주식 안 하지?”



갑자기 가슴에 화살이 꽂힌 것 같다.

손이 벌벌 떨리고 숨이 턱 막히지만 티 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해 본다.



지금 거의 대부분의 주식이 반토막 나 있는 상태라고, 지금은 진입해 봐도 좋을 것 같다고. 그러니 마통에서 꺼내서 투자 한번 해보자고 설득해 본다.



하지만 역시 어림없다.

설득에 실패하고 체념하려는 순간 와이프가 뒷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이거 우리 결혼할 때 받은 폐백비인데, 이거로라도 그럼 투자해 봐..”



그리고 그다음 날. 우리 부부는 삼성전자(우) 분할매수를 시작한다.



스스로 뭔가 멋있어 보인다.







‘위기에 베팅할 줄 아는 유 XX 같은 남자’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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