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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May 22. 2023

현실 마주 #1-7

아파트 잔금 친 다음 날, 하락장이 시작되었다 1-7

* 본 시리즈는 2019년~2023년에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갑자기 우리 신혼집을 매수했던 집주인이 불쌍해 보인다.



이렇게 주가가 폭락할 만큼 경제가 좋지 않은데, 부동산이라고 별 수 있을까. 처음 신혼집으로 전세를 선택했던 나 자신의 선택이 자랑스럽다.



가만히 있어도 대전 집값은 떨어질 텐데,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팬데믹 악재까지 겹치다니. 참.. 우리 집주인 안타깝지만 내가 도와줄 방법은 없다. 그저 나중에 내 전세금이나 잘 돌려받았으면 좋겠다.



각종 커뮤니티 글들을 몇 개 읽어보니, 항상 주식이 부동산보다 6개월 선행한다고 한다. 그럼, 6개월 뒤엔 부동산도 엄청난 폭락을 하겠지? 불쌍한 집주인.



그러게 정부에서 집값 잡는다고 투기꾼과의 전쟁을 선포할 때 투기를 해서 쯧.



정부 말 좀 듣지.




2020년 8월의 평일 이른 아침.



이 신혼집에 입주한지도 벌써 1년이 되었다. 아무리 전셋집이라지만 나름 집도 예쁘게 꾸며가며 잘 살고 있다. 액자도 하나 걸고 싶은데, 액자는 못 건다.



집주인 동의 없이 못 질을 하면 안 되니까.



그러나 원래 하면 안 되는 것을 할 때가 가장 짜릿하다. 무슨 배짱인지 내 마음대로 집안 곳곳 못을 박기 시작한다.



쾅쾅쾅. 안방에는 TV를 하나 더 설치하기 위해 타공을 한다.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뭐지 왜 드릴 소리가 전화벨 소리로 들리지.

뭐지..

뭐지..




아 꿈이었다.


아이폰 특유의 요란한 벨 소리에 잠에서 깬다.





띵똥똥또로동똥 똥동동똥 똥똥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났지만, 잠에 덜 깬 목소리를 숨기려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는다.

큼큼.



“네 여보세요.”



어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고상한 목소리다. 1년이 지났어도 이 목소리는 내가 알아들을 수 있다.

‘계성댁’



“아 안녕하세요~ 북꿈씨 잘 지내셨죠? 신혼생활도 재미있으시구요?"



뜬금없이 무슨 안부전화.



"아유 덕분에 좋은 집에서 잘 지내고 있죠. 결혼해 보니 연애할 때보다 더 좋네요 하하하."



하하하. 계성댁 아주머니도 함께 웃는다. 그리고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본색을 드러낸다.



"다름이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집주인이 세금 문제로 집을 매도하겠다고 해요. 혹시 북꿈씨네는 매수할 생각 있으신가요~?”



그럼 그렇지.



앞으로 팬데믹발 경제 위기가 찾아오고 집값도 폭락할 텐데 지금이라도 파는 게 손해를 줄이는 거겠지.



이 집.

살아보니 꽤 괜찮다. 입지도 좋고 주변에 없는 게 없다. 맘에 드는 가격이면 매수할 의사가 있다. 유 xx도 영화에서 위기 때 집을 사지 않았는가.



‘위기에 베팅하는 유 xx 같은 남자’



계성댁 아주머니에게 집주인이 얼마에 집을 팔 생각인지 물어본다.





“네? 3억이요?”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바쁜 사람한테 전화해서 이런 장난을 치다니. 기분이 안 좋아진다.



“집주인이 제정신인 사람 맞나요? 무슨 2억 1000만 원짜리 집을 3억에 판다고 그래요. 누굴 호구로 아시나.. 3억에는 안 사요.”



부동산 아주머니는 다시 한번 매수 의사를 물어본 뒤 쿨하게 전화를 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난다. 신혼부부라고 우리를 너무 호구로 본 것 같다. 당장 네이버 부동산에 들어가서 시세를 살펴본다.






쿵 -

심장이 철컹 내려앉는다.



네이버 부동산에 정말 우리 집이 3억에 올라와있다. 심지어 다른 집들도 대부분 2억 중후반~3억까지 매물이 형성되어 있다.



이제 여기서 살게 된 지 1년이 막 지났는데, 그 사이 집값이 이렇게 몇 천만 원이나 오른다고? 현실을 부정해 본다.



그러다 이내 정신을 가다듬는다.



‘그래 집값이야 내놓는 사람 마음대로니까. 저 가격에 안 팔리면 그만이잖아. 우리는 전세가격만 안 오르면 되는 거야. 어차피 전세 살다가 청약 당첨될 텐데 뭘.’



이번에는 전세가격을 한번 살펴본다.




쿠---웅.

아까 매매가격을 확인했을 때보다 더 크게 심장이 내려앉는다.



전세가격이 2억 2000만 원에 올라와있다. 심지어 3000세대 가까이 되는 아파트 단지에 전세 매물도 4개뿐이다. 1년 만에 이게 어떻게 된 것인가. 장모님이 예전에 그러셨다. 옛날에 애들 어릴 때 전세금 올려달라는 전화받으면 얼마나 심장이 떨렸는지 모르겠다고..



지금 내 기분이 그렇다.



1년 만에 전세금이 4000만 원이나 오르다니. 믿고 싶지 않다. 와이프에게 이 사실을 말할 자신이 없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 집의 전세시세를 한 번도 확인해보지 않았던 내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진다.



그때, ‘계성댁’을 닮은 부동산 아주머니에게 다시 전화가 온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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