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꿈이네 May 13. 2023

집값 떨어질건데 집을 왜 사?  #1-3

아파트 잔금 친 다음 날, 하락장이 시작되었다 1-3

* 본 시리즈는 2019년~2023년에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부동산에 들어가 자리에 앉자 뜨끈한 믹스커피 한잔이 나온다.



계약을 안 해도 이런 걸 주는구나.



부동산 아주머니께서 전세 1억 7000만 원에 올 리모델링 되어 있는 집은 아마 다른 곳에서도 구할 수 없을 거라고 한다.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깔끔한 집은 1억 8000은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고.



그러면서 A4용지를 떠내 들더니 펜을 집어든다. ‘계성댁’을 닮은 부동산 아주머니의 안경테 끝 쪽이 번쩍인다. 뭔가 중대한 이야기를 할 것만 같다.



설마 나를 혼내려고 하는 건가.. 살짝 내려간 안경을 손등으로 고쳐 쓰고는 카리스마 있는 눈빛으로 말을 이어간다.



총각, 내 말 잘 들어봐. 다른 제안을 하나 해볼게. 지금 여기 단지 전세가격이 1억 8000만 원에서 1억 9000만 원 정도야. 그에 비해 매매 가격은 2억 1000만 원 수준이고. 차라리 전셋집을 구하지 말고 2000만 원 더 쓴다 생각하고 집을 아예 사버리는 건 어때? 돈이 부족하다면 부모님한테라도 말씀드려 봐. 내가 안타까워서 그래..”



아까부터 부동산에 계속 전화벨이 울리고 있지만 아주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간다.



지금 전화 벨소리 계속 울리는 거 총각도 보이지? 이거 다 요즘 집 사겠다고 연락 오는 거야. 평일이니까 지금 이 정도지 주말이면 다른 지역에서 투자자들 몰려와서 정신이 없을 지경이야. 여자친구랑 다시 한번 상의해 봐. 여기 곧 3억 가. 내가 진짜 아들 같아서 이렇게라도 이야기해 주는 거야.”



무슨 정신으로 부동산에 앉아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계속 혼나고 있었던 것 같다.



차에 돌아와 혼자 골똘히 생각해 본다. 이 낡은 아파트를 뭣 하러 사라고 하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거기다가 대전엔 마땅한 일자리도 없어서 친구들도 아직 취업도 제대로 못 한 판국인데. 또 대전의 인구는 늘기는커녕 줄어들고 있지 않은가. 죄다 세종으로 빠져나가고.



아무리 이 생각 저 생각해봐도 매매는 좀 아닌 것 같다.



‘휴, 하마터면 속아 넘어갈 뻔했네. 아무것도 모르는 계성댁 아줌마. 흥.’





“뭐?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매매? 우리 전세 살기로 했잖아.”



부동산 아주머니가 여자친구에게도 전화해서 매매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설득을 한 모양이다.



나랑 이야기를 끝냈으면 됐지 왜 여자친구에게도 연락해서 사람 심란하게 하는 걸까. 아무래도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다. 고상하기는 무슨. 이제 와서 보니 욕심쟁이 계성댁으로 밖에 안 보인다.



여자친구와 나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언쟁을 벌이기 시작한다. 여자친구가 먼저 운을 뗀다.



“부동산 아주머니가 괜히 우리에게 매매를 추천하겠어? 주말마다 투자자들도 많이 온대잖아. 그 사람들이 돈 잃고 싶어서 지금 집을 사겠다고 하겠냐고..”



기다렸다는 듯이 나도 받아친다.



“대전이 집값이 오른 적이 있어? 이 동네는 집값 오르는 동네가 아니야. 잘 생각해 봐. 오히려 주변에 세종으로 이사 나간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주말마다 투자자들 온다고는 하지만.. 정부에서 그 투기꾼들 잡겠다고 규제한다는 뉴스 못 봤어? 지금 집사면 바보지.. 그리고 우리에겐 최고의 무기가 하나 있잖아.”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



“평생에 한 번뿐인 청약을 써보지도 않고 날리기는 아깝잖아. 차라리 우리 지금 전세 살다가 청약 당첨 돼서 새집 살자.”



이럴 줄 알고 2015년에 취업하자마자 주택청약 통장을 개설해 놨다. 주택청약 통장 1순위 조건도 됐겠다.. 우리에겐 신혼 특공이라는 무기가 있지 않은가. 청약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건너 건너 청약에 당첨되었다는 사람을 본 적은 있다.



당장 청약에 대해 공부가 되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구축 아파트를 부동산 말에 떠밀려 매매할 바에는 전세 사는 쪽을 선택하고 싶다.



청약, 특별공급. 생소한 단어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여자친구의 목소리가 작아진다.


나의 전략이 통한 듯하다.



“알겠어..”











다음화에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전셋집이 없다구요? 거짓말 #1-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