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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May 12. 2023

전셋집이 없다구요? 거짓말 #1-2

아파트 잔금 친 다음 날, 하락장이 시작되었다 1-2


* 본 시리즈는 2019년~2023년에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며칠 뒤,




야간근무를 마치고 아침에 퇴근하는 길. 낯선 번호로 전화가 온다. 부동산이라고 한다.



“총각, 잘 지냈어요? 전셋집은 구하셨어요? 마침 올 리모델링에 좋은 집이 나와서 집 좀 보여줄까 해서요. 언제 시간 괜찮으세요?”



그럼 그렇지. 집이 없을 리가 없지. 평일이기 때문에 여자친구는 함께 집을 보러 갈 수 없다. 아쉽지만 혼자라도 가서 꼼꼼하게 살펴봐야지. 점심 이후로 약속을 잡고, 여자친구에게 문자 한 통을 넣어둔다.



「 오후에 신혼집 보러 가기로 했어. 인테리어도 다 되어 있다고 하니까 내가 보고 맘에 들면 오늘 계약하고 올게! 」


여자친구도 별생각 없이 OK를 한다.




오늘 볼 아파트 단지는 교통도 편리하고, 대전 둔산동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서 모든 편의시설을 도보로 이용이 가능한 곳이다.



나의 본가와도 10분 거리, 예비 장인어른 장모님 댁과도 10분 거리인 딱 알맞은 곳. 특히 예비 처형이 이미 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내가 야간 출근으로 집을 비워도 여자친구 혼자 심심하지 않을 곳이다. 안심도 되고.



약속 시간보다 먼저 도착해 단지 내부를 쭉 둘러보고 있는데 저 멀리서 며칠 전에 본 부동산 아주머니가 걸어온다.



외모는 약간 '거침없이 하이킥'에 나왔던 ‘계성댁’과 비슷하지만 걷는 자세와 말투는 정말 고상해 보인다. 왠지 우리 신혼집을 잘 구해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함께 집을 보러 들어간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부동산 아주머니가 4층 버튼을 누른다.




띠-띠-띠-띠-




어쩌면 우리의 신혼집이 될 집의 문이 열린다. 신발장에 중문, 아일랜드 식탁까지 최고급 인테리어로 되어 있다. 블랙톤으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어서 집이 조금 어둡긴 했지만 상관없다. 나는 어차피 야간근무 끝나고 집에 오면 암막 커튼을 치고 낮잠을 자야 하니까.




여자친구도 마음에 쏙 들어할 것 같다. 이 정도면 인스타그램에 “#신혼집”을 태그 하기에도 부끄럽지 않을 곳이다.




머릿속으로 이사 계획과 자금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부동산 아주머니가 말을 꺼낸다.




“북꿈씨, 이 집은 지금 동향이라 조금 어둡긴 해도 최고급 인테리어로 되어 있어서 금방 나갈 집이에요. 오늘도 북꿈씨 말고 2팀 더 와서 보고 갔어요. 일단 제가 홀딩해놓기는 했는데 북꿈씨가 계약 안 하겠다고 하면 아마 오늘 계약금 들어올 거예요. 전세가격은 1억 9000만 원 받아야겠다고 하시네요..”




1억 9000만 원이라니, 난 분명 1억 7000만 원에 집을 구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중고차 허위 매물에 속아 헛걸음을 한 기분이다.




기분이 살짝 안 좋아져서 부동산 아주머니에게 한마디 한다.





“사장님, 제가 1억 7000만 원에 구한다고 했는데, 마음에 쏙 들만한 집 보여주고 이제 와서 1억 9000만 원이라고 하시면 어떡해요. 퇴근하고 잠도 못 자고 한걸음에 달려온 건데.. 그 가격은 힘들 것 같고요. 조율을 해주시던지 다른 집 나오면 그때 다시 연락 주세요.”




오늘 계약금 들어올 집이라는 말도 나를 조급하게 만들어서 계약까지 끌고 가려는 고도의 심리전인 것이 분명하다. 그런 심리전에서 질 내가 아니지.




4층 허위 매물 집에서 나와 부동산으로 향하고 있는데, 부동산 아주머니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린다.





"따르르르릉"




짧은 시간의 통화가 끝났다.



조금 전에 본 블랙 인테리어 전셋집의 계약금이 들어왔다고 한다.





부동산 아주머니의 말은 진짜였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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