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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May 12. 2023

나랑 결혼해줄래?  #1-1

아파트 잔금 친 다음 날, 하락장이 시작되었다. 시작.


2019년 3월. 대전의 한 캠핑장

 



“내가 항상 풍족하게 해 줄 수는 없어도 가정에 웃음이 부족한 날은 없도록 할게.”



내 심장이 뛰는 소리인지 모닥불 타는 소리인지 모를 ‘타닥타닥’하는 긴장 가득한 소리가 캠핑장에 작게 울려 퍼진다. 여자친구는 침을 꼴깍 삼킨 채, 지긋이 나를 바라본다.






“나랑 결혼해 줄래?”






2019년 6월. 결혼식 5개월 전.


 




우리는 특별한 의견 충돌 없이 서로 재미있게 결혼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결혼 준비하며 많이들 싸운다던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 싸우는 것일까. 이렇게 재미있기만 한데.





스드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도 모두 예약했고, 웨딩 촬영도 마쳤으며, 예물 예단도 다 주고받았으니 이제 슬슬 신혼집을 알아봐 볼까.






우리의 예산은 1억 7천만 원.

매매는 아니고 전셋집을 알아보려 한다. 우리 본가와 처갓집이 가까운 대전의 입지 좋은 동네로.



28세의 어린 나이에 신혼집으로 아파트 전세를 구하려 한다니 스스로 생각해 봐도 참 대견하다.




생각해 보니,


나는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다. 어린 시절에는 주택에서, 청소년기에는 빌라에서 자랐다. 주거환경이 좋았을 리 없다.




어린 시절 어두컴컴한 빌라 골목을 가로등 불빛 하나에 의지해 걷고 있는 나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래도 그런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고 번듯하게 자라서 결혼도 하고, 제2의 인생을 아파트 신혼집 전세로 시작한다는 것이 너무 뿌듯하다.




나도 모르게 한쪽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여자친구는 이런 내 마음을 알까.





한평생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여자친구에게 나의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표정을 숨겨봤지만 이미 들킨 것 같다. 여자친구가 내 눈을 빤히 바라보며 내가 귀엽다는 듯 이야기한다.





"어이구, 나랑 같이 살 생각하니까 그렇게 좋아? 계속 입꼬리가 씰룩거리네, 귀엽다 새신랑”





역시 내 여자친구. 눈치가 빠른 듯하지만 항상 어딘가 둔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아파트’에서 가정을 꾸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부푼 꿈을 안고 부동산에 무턱대고 들어가 본다.





“안녕하세요. 신혼집으로 24평 전세를 알아보고 있어요. 예산은 1억 7000만 원 정도고요. 화이트톤으로 올 리모델링 되어 있는 집에 입주는 8월 정도에 했으면 좋겠어요.”





듣는 둥 마는 둥 부동산 아주머니의 반응이 영 시원찮다.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는다.





“어머~총각, 요즘 전세 찾기 힘든데~~ 그리고 총각네 조건에 맞는 집이 없어요. 일단 번호라도 남겨두고 가요. 매물 나오면 연락 줄게요. 아니면 보증금을 더 올려서 구해 보는 게 어때요?”





보증금을 더 올려서 계약하자니 부담이다. 신혼여행도 가야 하고 여행 가서 여자친구 명품 백이라도 하나 사주려면 지금 예산에서 더 쓰기는 빠듯하다. 그냥 다른 부동산으로 가본다. 역시나 전세 매물이 많이 없다고 한다.





오늘은 허탕이군. 그래도 뭐 아직 시간 많으니까 결혼식 전까지는 연락 오겠지.




며칠 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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