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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May 26. 2023

신혼부부 특별공급?  #1-9

아파트 잔금 친 다음 날, 하락장이 시작되었다 1-9

* 본 시리즈는 2019년~2023년에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어젯밤 와이프에게 혼쭐난 게 아직도 마음이 찝찝하다.


와이프 명령대로 아침에 눈 뜨자마자 청약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한다.


무슨 청약 종류가 이렇게도 많은지.

공공분양은 뭐고 민간분양은 또 뭐야?


다 됐고.


우리한테 필요한 것만 알아봐야겠다. 이런 거 알아볼 때는 늘 귀찮다. 억지로 하품을 눌러가며 네이버에 검색해 본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검색을 해보니 조건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1. 결혼한 지 7년 이내..

2. 세대 구성원 전체가 무주택자..

3. 청약통장 6개월 이상 및 지역, 면적별 예치금액 충족..

4. 소득요건 충족..

 

무슨 청약 하나 넣는데 소득 요건까지 충족시켜야 하는지 모르겠다. 조금 더 자세히 읽어본다. 읽다 보니 가점 같은 것도 있다.


이 가점 순으로 청약 당첨이 되는 건가 보군.

무주택 기간.. 혼인기간.. 자녀수..



한숨만 나온다.



내가 내린 잠정 결론은 이러하다.


"자녀 많고, 내 집 없이 오랫동안 살아온 소득 적은 신혼부부"


이게 말인가 방구인가.


심지어 우리 부부는 특별공급 소득조건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무슨 소득조건이 이렇게 타이트해?

(2023년 소득조건은 2020년보다 많이 완화되긴 했다)

 


그동안 내가 너무 무지하고 관심이 없었다. 그저 우리는 "신혼부부"이니까 당연히 신혼부부 특별공급 등 청약에서 유리할 줄만 알았는데, 막상 알아보니 일반공급은 당첨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고 특별공급은 아예 자격조차 안 되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난다. 와이프에게 똑똑한 척 다 해놨는데 사실은 엄청 멍청했던 것이다.



서서히 현실을 인정하며 와이프에게 이 사실을 전달한다. 사실상 우리 집 모든 결정권을 와이프에게 넘겨준 셈이다.



와이프는 그 누구보다 낮고 근엄한 목소리로 결정을 내린다.



“부동산에 전화해서 우리도 다른 집 매수해서 나갈 생각이니까 새로 세입자 구해 달라하고 괜찮은 집이 있는지도 물어봐.”




와이프는 출근하고 신혼집에 덩그러니 혼자 남게 되었다.


부동산 아주머니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할지 머릿속으로 한번 정리해본 후 전화를 건다.



띠이- 띠이-

몇 번의 통화음이 지나고 전화가 연결된다.


“여보세요. 부동산이죠? 저희 그냥 이 집에서 나가려구요. 다른 집 매매할 계획이니 여기 전세 세입자 좀 구해주세요. 이사 갈 집은 저희가 알아서 알아볼게요.”



'계성댁' 아주머니에게 괜스레 화가 난다. 사실 중개인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알고 있으면서도 그냥 화가 난다. 그래서 매매 의뢰는 다른 부동산에게 맡길 예정이다.


 

전세를 내놓은 지 몇 시간 만에 ‘계성댁’에게 전화가 온다.



모레 오전, 신혼부부가 집을 보러 올 예정이라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집을 잘 보여줘야겠다. 그래야 우리 보증금도 얼른 돌려받을 수 있으니.





 

이틀 뒤 오전.



신혼부부가 집을 보러 오기 전 열심히 집 청소를 해 놓는다. 군인 시절 중대장이 생활관 방문한다고 했을 때 보다 더욱 열심히 집을 쓸고 닦았다.

바닥에 치약도 바를 뻔했다.



현관 입구에는 향이 좋은 양초 캔들도 켜놓는다.

신혼부부의 마음과 후각을 사로잡을 화이트 머스크향이 온 집안에 은은하게 퍼져 나간다.



딩동-



신혼부부가 방문한다. 그저 싱글벙글 신나 보인다. 꼭 1년 전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그렇지만 가슴 한편이 쓰라리다. 잇몸에 하얀색 염증이 났을 때와 같은 쓰라림.


 

‘아 1년 전 저 시절로 돌아가서 집 사고 싶다......’


후회해 봐야 소용없는 것을 알고 있지만, 후회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인간의 본능이다.



신혼부부는 집을 보러 온 건지 꽁냥꽁냥 잡담을 하러 온 건지 대충 집을 둘러보고는 나간다.


그리고 한 시간 즈음 지났나,



‘계성댁’ 아주머니에게 또 연락이 온다. 이제는 지겹다. 그만 연락하고 싶다.



“어머 북꿈씨~ 신혼부부가 집이 마음에 들었나 봐요. 계약하겠다네요. 집 예쁘게 잘 보여줘서 고마워요. 신혼부부가 아직 결혼식 전이라 입주는 아무 때나 상관없다는데 북꿈씨네 이사 갈 집은 구하셨어요?”

 

이사 갈 집을 구했을 리가. 이제 슬슬 구해봐야지.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고민에 빠지게 된다.



같은 단지 24평 아파트 vs 길 건너 조금 더 상급지의 24평 아파트.



가격 차이는 약 3천만 원 정도.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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