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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May 29. 2023

뱀의 머리보단 용의 꼬리가 낫지 않아? #1-10

아파트 잔금 친 다음 날, 하락장이 시작되었다 1-10

* 본 시리즈는 2019년~2023년에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2020년 9월.


요즘 와이프와 또 다른 논쟁을 벌이고 있다.


와이프는 우리 능력에 맞게 적당한 대출을 받아 같은 단지의 24평 아파트를 매수하자는 의견이고, 나는 어차피 집 사는 거 무리해서라도 상급지의 아파트를 매수하자는 것이다.


생활권은 둘 다 같지만 길 하나 차이를 두고 ‘동’이 달라진다. 대로 하나 건너면 그래도 대전에서 알아주는 동네인 ‘둔산동’.


20대에 둔산동에 내 집 마련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폼 나 보이는지. 인스타그램에 둔산동 내 집 마련 피드를 업로드할 생각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오늘도 와이프를 데리러 간다. 요즘은 달리는 차 안이 토론의 장이 된 듯하다.

오늘은 꼭 이겨봐야지.


와이프가 차에 승차한다.

선수 입장.



Fight !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남편이 먼저 선빵을 날린다.


“그래도 이왕 집 살 거면 조금 더 무리해서라도 ‘둔산동’으로 가는 게 낫지 않겠어? 대전에서는 저 동네가 제일 알아주잖아. 처갓집과도 더 가까워지고.”


남편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아내가 라이트 훅으로 받아친다.

“그럼 대출은 알아봤어?”


남편은 아내의 라이트 훅을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피한다.

이 질문이 나올 줄 알고 오늘 하루 종일 대출 공부 좀 해봤다.


인터넷에 검색도 해보고, 대출 상담사들과도 통화해 봤다. 또한 은행도 세 군데 정도 방문하며 발품도 팔아봤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은행 직원들도 대출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내가 검색해서 취합한 자료로 은행 직원에게 설명을 해주고 왔을 정도. 은행에서는 대출 정책이 워낙 자주 바뀌다 보니 그렇다고 하는데 영 신뢰가 가지 않는다.


여튼, 와이프에게 오늘 내가 알아본 대출에 대해 신나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차 안에 프레젠테이션이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응 대출 당연히 알아봤지. 정부에서 하는 ‘보금자리론’이라는 저금리 대출이 있는데, 그건 주택 가격의 70%, 최대 3억 원까지 대출이 나온대.

그런데 그거는 우리가 못 받을 것 같아. 부부 합산소득이 7000만 원 이하여야 한대. 그나마 신혼부부는 부부 합산 8500만 원까지도 된다는데 우린 그것도 넘으니까 아마 정부 상품은 이용하지 못할 것 같아.

그런데 재밌는 건 뭔지 알아? 우리가 혼인신고만 안 했으면 이 상품을 이용할 수 있었던 거야. 혼인신고해서 좋은 점이 하나도 없지..?


윽.

마지막 말은 뺐어야 했다. 혼인신고 괜히 했다는 말에 와이프가 살짝 서운해하는 눈치다.


어쨌든, 중요한 게 이게 아니니까 와이프도 그냥 넘어간다.

“그럼 그냥 일반은행 주택 담보대출받아야겠네? 일반 은행은 대출이 얼마나 나오고 금리는 어떻다는데?”


대출상담사에 빙의해서 신들린 듯 대답한다.


“일반 시중은행 1 금융권에서 말하기를 대전은 지금 투기과열지구여서 주택 가격의 40%까지밖에 대출을 안 해준다네. 그나마 우리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여서 10% 더 우대해 준 50%까지 대출을 해줄 수 있대. 단점은 정부 상품보다 금리가 좀 비싸. 금리가 2.6%나 된대.


그렇다.

정부 상품을 이용하면 저금리에 30년 고정금리로 사용할 수 있는데 일반 시중은행 대출 상품은 정부 상품보다 금리도 비싸고 5년 고정, 이후 변동금리라고 한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차이 나는 것도 크다. 10%만 달라져도 대출 금액이 확 달라져서 우리가 매수할 수 있는 아파트가 달라지는데.


와이프가 조심스레 이야기한다.

“음.. 그럼 우리는 지금 주택 가격의 50%만 대출이 나온다는 거네? 그럼 그만큼 대출받아서 우리가 ‘둔산동’에 있는 아파트 살 수 있어?”


남편 머리 꼭대기에 있는 아내가 이내 어퍼컷을 날린다.


예리한 질문이다.


사실 대출이 50%만 나온다고 하면 내 대출만 가지고는 둔산동에 집 사는 것이 불가하다. 집값은 3000만 원밖에 차이가 안 난다고 하지만 3000만 원이면 꽤 큰돈이다. 어디 가서 당장 구하려고 하면 구하기 힘든 금액.

그래도 한 가지 남은 방법은 있다.


어퍼컷을 맞은 남편 선수가 비틀거리며 아내 선수의 다리를 부여잡고 이야기한다.


“내 명의로 주택 담보대출받으면 추가 대출은 어려울 것 같고.. 대출 깨끗한 여보 명의로 3000만 원정도 신용대출을 받으면 가능할 것 같아.”


와이프는 본인 명의로 추가 대출받는 것은 곤란하다고 한다. 신혼 초부터 대출을 너무 많이 늘려놓으면 부담이 될 것 같다고 한다. 이렇게나 빚을 싫어하는 사람인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나한테는 막 빚을 지고 있는 와이프인데.

지난주에 먹은 외식비도 “일단 자기가 계산해~” 하고 아직도 돈을 안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 빚에 대해 관대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쩝.


“그래도 3000만 원 조금 더 보태서 뱀의 머리보단 용의 꼬리가 되는 게 좋지 않겠…”

이번에는 나의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있는 남편 선수에게 아내 선수가 하이킥을 꽂아버린다.


“여보 그냥 우리 지금은 무리하지 말자. 형편대로 매수하고, 열심히 돈 모아서 몇 년 뒤에 그 동네로 이사 가자! 이번엔 내 말 들어봐!”


그대로 남편은 KO 된다.


1년 전 신혼집 구할 때, 내 의견을 고수하다가 지금 이렇게 되지 않았나. 이번에는 와이프의 뜻을 따르기로 한다. 사실할 말도 없다. 와이프의 말이 정답이긴 하니까..


말 나온 김에 네이버 부동산에 우리 아파트 매물들을 검색해 본다.


참 많이도 올랐다.

속 쓰리게.



그런데 매물들이 조금 이상하다.

왜 죄다 전세 끼고 매매인 거지?


난 내가 실거주할 집이 필요한데..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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