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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May 31. 2023

왜 죄다 전세끼고 매매지? #1-11

아파트 잔금 친 다음 날, 하락장이 시작되었다 1-11

* 본 시리즈는 2019년~2023년에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와이프와 차 안에서 한바탕 토론을 하고 집에 도착하니 배가 고프다. 집에 오자마자 저녁 먹을 채비를 한다.

오늘의 메뉴는 배달 아귀찜.

맞벌이 부부라 그런지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것보다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경우가 더 많다.


하루 종일 대출에 대해 알아봤더니 머리가 아프다. 이럴 때 필요한 약은 소주.

또도독. 꼴꼴꼴꼴-

앞접시에 양념을 듬뿍 바른 아삭한 콩나물과 아귀 살을 올린다.

맛깔나게 잔을 채우고 건배를 하려는데 뉴스에서 부동산 관련된 뉴스가 나온다.


“임대차 3법이 전격 시행되었습니다. 임차인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전세 계약 2년에 +2년 더 살 수 있으며 집주인은 임대료를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이제 임차인을 위한 법을 하나 둘 내놓고 있다. 혼자 또다시 생각에 잠긴다.


‘우리가 집주인은 바뀌었지만, 집주인은 마음대로 전세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인 거고, 거기에 우리가 내년 계약 만기 때 2년 더 살겠다고 하면 살 수 있는 거네? 아 그냥 다시 전세 살자고 해야 하나..’


와이프가 내 생각을 읽었는지 다시 한번 못을 박는다.

“여보 내일도 부동산 돌아다니면서 우리 매매할 집 좀 더 알아봐요.”

갑자기 존댓말을 한다. 존댓말을 하니 더 무섭다.


이제는 무조건 매매다.

다른 생각 하지 말자.




전세 끼고 매매의 이유.

임대차 3법.

아침 10시.

무작정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가 본다.


“소장님 안녕하세요. 저희 집 매매할 생각이라고 연락드렸었죠? 101동~105동 라인에 고층이었으면 좋겠어요. 인테리어 여부는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새로 할 거라서요.”


아무리 ‘계성댁’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마땅히 친한 부동산이 없다. 그래도 안면 있는 부동산에 부탁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아이구 총각 어쩌지, 요즘 마땅한 매물이 없어요. 6개월 뒤에 세입자 만료되는 집 하나 있기는 한데 이것도 확실히는 몰라요. 다른 것들은 아직 세입자 만기가 많이 남았고..”

이 ‘계성댁’ 아줌마는 맨날 안된다고만 한다. 꼭 우리 엄마 같다.

“집을 사겠다고 해도 매물이 없다구요..? 소장님 그런데 왜 매물들이 죄다 전세 끼고 매매에요?”


내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전세 낀 집을 사면 내가 살 집이 없지 않은가? 난 내가 거주할 집이 필요한 건데 그런 집이 없다니,


다들 이사도 안 가나?



“아~ 이번에 임대차 3법이 시행됐잖아요~? 그래서 세입자들이 대부분 전세를 2년 더 연장하겠다고 난리에요. 그래서 전세 만기 6개월 이전 물건은 거의 없고, 6개월 이상 되는 물건들도 세입자들이 나중에 전세 연장할 가능성이 높아요. 지금 전세 매물도 몇 개 없거든요.

이 집을 팔고 다른데 이사 가려는 실거주자들도 이사 갈 집들이 여기랑 똑같은 상황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 입주 가능한 매물 같은 경우는 가격도 더 높고 귀해요. 어쨌든, 입주 가능한 마땅한 매물 나오면 먼저 연락드릴게요.”


핸드폰으로 대충 검색해 보니 전세 만기 6개월 전부터 갱신계약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이지경인 거군.

집사는 것도 쉽지 않다.




며칠이 지났을까. 차 안에서 음악을 듣고 있는데 알림이 하나 울린다.


띠링-


xxx아파트 103동 고층
협의 입주가능 귀한 매물, 로얄동 로얄층,
기본이지만 주인거주로 관리 잘 된 산뜻한 집

며칠 전에 네이버 부동산 알림을 설정해 뒀었는데 우리 조건에 딱 맞는 매물이 하나 나왔다.


차 안에서 바로 부동산에 전화 연결을 해본다.


“안녕하세요~ 네이버 부동산에서 매물 보고 연락드립니다. 103동 고층 3억에 나온 거요. 이거 몇 호 라인인가요~? 사이드는 아니죠? 아 참, 입주도 확실하게 가능한 매물인가요?


숨도 안 쉬고 내뱉은 질문에 부동산 아주머니의 귀가 조금 아팠을 듯하다.


호가는 최고가에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입주 가능한 매물에 동호수도 완벽하다. 이런 것을 로얄동 로얄층. 즉 RR이라고 하나보다. 또한 현재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고 있어서 관리도 잘 되어있다고 한다. 입주 날짜만 협의하면 된다고.


대충 물어보고 싶은 것만 물어보고 전화를 끊었는데, 잠시 후 부동산에서 다시 연락이 온다.


"지금 주인분이 집에 계셔서 집 보여주실 수 있다는데 사장님만 괜찮으시다면 오늘 집 한번 보시겠어요? 103동 앞에서 보시지요."


와이프와 함께 하는 퇴근길.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집을 보게 되었다.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첫 술에 배부르랴.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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