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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Jun 02. 2023

실례하겠습니다. 집 좀 보겠습니다! #1-12

아파트 잔금 친 다음 날, 하락장이 시작되었다 1-12

* 본 시리즈는 2019년~2023년에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103 앞에 도착했다.

주차공간이  널널하다.



이렇게 다른 동에 와보니 색다르다.


101동은 정문 쪽이라 주차도 복잡하고 조금 시끄러운 면이 있었는데, 이곳 103동은 주차도 널널하고 조용하다. 또한 단지 밖으로 나가는 쪽문과도 연결되어 있다. 편의점에 맥주 사러 나가기에 편해 보인다.



잠깐의 틈을 , 와이프와 집을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것인지 이야기를 나눠본다.



와이프는 답답하지 않은 ‘거실뷰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우리 아파트 단지는 3000세대의 대단지 아파트이기 때문에 거실에서 보이는 뷰가 약간 닭장처럼  막힌 느낌이 드는 단점이 있다.



그나마 우리가 전셋집으로 살고 있는 101동은 전망이 조금 트여있어서 와이프가 좋아했는데, 이사  집도 답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나는 위층 아래층에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지, 곰팡이 같은 것은 없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겠다고 한다.



그렇게 와이프와 도원결의를 하고 있는 사이 부동산 아주머니가 도착 한다. 퇴근하고 식사하셔야  시간에 이렇게 집을 보여준다 하니  감사하다. 이번 부동산 아주머니는 인상이  좋으시다. 진로의 분홍색 두꺼비를 닮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우리 부부를  보시더니   어울리는 커플이라고 칭찬도 해준다. 그러면서 와이프보다    오빠냐고 물어본다.


우리 동갑인데.  아주머니 영업 잘하시네. 와이프의 기분이   들떠 보인다.



그렇게 기분 좋게 매매를 결심한  보는   앞에 도착했다.



-


"부동산에서 왔습니다~"


오래된 회색  현관문이 열린다.


땡그랑-



기분 좋은 종소리도 들린다. 자상한 수학선생님 느낌의 집주인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실례하겠습니다~“


와이프는 신발을 벗자마자 곧장 거실 베란다로 나가서  먼저 확인한다.



고층이라 하늘도 보이고, 정면 아파트 사이로 초록초록 나무들도 보인다. 완벽한  뷰는 아니지만  정도면  기준에서는 합격이다.



와이프와 눈이 마주친다.



와이프도 거실뷰가 마음에 드는 눈치다. 작은 목소리로 "거실 확장하면  좋겠어"라고 속삭이는  보니.



나는 베란다의 천장과 벽면 쪽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깨끗하다.

관리가  되어있는 느낌이 든다.


한참 동안을 베란다에 있다가 드디어 내부를 살펴본다.



체리색 몰딩에 실버색 샷시. 아이들이 자라면서 해놓은 벽에 낙서들, 옛날 감성 그대로의 신발장, 조금씩 칠이 벗겨진 문지방, 누렇게 색이 바랜 인터폰까지 누가 봐도 오래된 90년대 구축아파트지만 깔끔하다.



오래된 것만 빼면 관리가  되고 있는 집이었고 집안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나 기운도 좋아 보인다. 주인아주머니의 성품이 좋아 보여서  그런가.



집에 애착이 있어 보이는데  집을 내놓은 건지 이유가 궁금하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주인아주머니께 물어본다.



사모님~  정말 깨끗해요. 관리를 정말 꼼꼼하게 잘하시는  같아요. 그런데 이사는  가시는 거에요~?”



부디 좋은 일로 이사를 가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속으로 ‘제발 외치며 주인아주머니의 입만 바라본다.



, 저희 애들도 이제 어느 정도 컸고 해서 여기 단지   평수로 이사 가려고 해요.   그나저나 우리도  알아봐야 하는데 내일부터 알아봐야겠네..”



다행이다.  돼서   평수로 이사하는  아닌가. 그것도  동네를 떠나지 않고 같은 단지의   평수로! 옆에서 같이 듣고 있던 와이프와 눈이 마주친다.



   이후 가장 강력한 텔레파시가 찌릿한다.



사모님, 식사하셔야 하는 시간에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녁 식사 맛있게 하세요!”



끝까지 인상 좋게 웃으며 우리를 배웅해 주는 사모님.


그렇게 오래된 회색빛 현관문이 닫히며 다시 한번 기분 좋은 종소리가 난다.



땡그랑-



다음날.



띵똥 똥또로동똥 똥똥똥똥 똥똥


아침부터 부동산에서 전화가 온다. 아이폰 벨소리는 정말 아무리 들어도 요란하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어제   보셨죠? 정말 로열동 로열층에 좋은  나온 거예요. 오늘 다른 사람도  본다고 하는데 사장님 매매할 생각 있다고 하시면 제가 집주인 분하고 가격 협상 해볼게요.   100 원이라도 조율해봐야죠.”



집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어제 부동산 아주머니와 헤어지고 집에 오고 나니 생각이 많아진다.


분명 집을 사기로 확실하게 마음먹고 와이프와 함께 집을 보러  것이었는데, 집을   역시 당장이라도 계약하고 싶었었는데. 막상 집에 오니 어딘가   없는 불안감이 나를 휘어잡는다. 그래서 지금 당장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부동산 아주머니에게는  마음을 숨긴  이야기를 해본다.



 집은 좋더라고요, 그런데 저희 부부도 어제 처음  집이기도 해서 다른 집도 한번 알아봐 보려고요. 오늘 저녁에 다른 집들도 보고 내일까지 확실하게 연락드리겠습니다.”



사실 저녁에 다른 집을  마음이 없다.


네이버에 나와있는 다른 매물들은 일단 우리와 조건이 하나도 맞지 않을뿐더러, 이미 어제  집이 우리 마음속 깊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아주머니에게 저렇게 이야기한 것은 단순히 시간을 끌어보기 위함이다.



집을 매매하기로 마음은 먹었지만 하루정도  생각해보고 싶었기에.




퇴근하고 드디어 집에 왔다.


하루종일 회사에서 일을 어떻게 했나 기억도  난다. 끊임없이 생각해 보고 어른들에게 조언도 구해봤지만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집을 사는 것이 자신 없고 두렵다.



퇴근하면 와이프와 엄청난 상의를 같이   알았는데 와이프도 오늘은 왠지 말이 없다. 평소에도  10시면 잠에 드는 와이프지만, 오늘은  일찍 누워야겠다고 한다.



오히려 잘됐다.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었는데.



그렇게 와이프가 잠들고 거실에 혼자 나와 캔맥주  캔을 따본다.


-


캔맥주 따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경쾌하다. 거품이 조금 올라온다. 벌컥벌컥 캔맥주를 들이켜본다.


크으-


기분이 좋은 날이었으면 “-” 소리가 나왔을 텐데 오늘은 “-”소리가 나온다.



와이프가 잠들고 고요한 적막만이 있는 이 밤.

 감정에 솔직하게 다가가 보기로 결심한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불안한 마음은 무엇 때문일까..'



우리가 결혼해서 신혼집을 알아볼 때부터 어린 시절까지  과거를 회상해 본다.




가만 생각해 보니 이 불안함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 것 같기도 하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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