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심과 현실 사이

#1

by 북꿈이네


나이: 32세

이름: 최부심

좌우명: 한 번 사는 인생 멋지게, 즐기며 살자.





배꼽이 살짝 보이는 크롭 나시티에 골반이 넓어 보이는 레깅스를 입고 거울 앞에 선다.



아직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땀이 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앞머리에 물도 살짝 적셔본다.



하루의 시작은 늘 아파트 헬스장 거울 셀카로 시작한다. 사진은 곧장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라간다.



「 #오운완 」

가짜 갓생의 뽕을 장착한 채 헬스장을 밖을 나선다.



이 철옹성 같은 신축 아파트 단지는 공기마저 다른 아파트와 다른 것 같다. 한 그루에 몇 억씩 하는 소나무, 졸졸졸 흐르고 있는 저 수경시설이 공기를 정화시키기라도 하는 건가?



딩크를 생각하고 있을 만큼 아이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신축 단지에서 킥보드를 타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괜스레 아이가 있는 미래가 그려지기도 한다.



결혼한 지 3개월.

신혼집을 고를 때 남편과 마찰이 좀 있었다.



남편은 자금 사정에 맞춰 구축 아파트라도 매매하자고 했지만 나는 곧 죽어도 신축을 고집했다. 이미 인스타그램에 결혼하면서 받은 샤넬백과 까르띠에를 수도 없이 자랑해놨는데 나 최부심이 구축 아파트에 사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줄 수는 없었다.



때마침 운이 좋게 신축 대단지 아파트의 전세 매물이 싸게 나왔다. 샤넬백과 까르띠에, 그리고 남편 롤렉스 시계까지 사느라 많은 돈을 써서 돈이 없던 찰나에 좋은 기회였다.



신축 대단지 아파트 34평 전세가 3억. 24평과 전세 가격이 3천만 원밖에 나지 않았다. 이 가격 차이면 무조건 넓은 평수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가전 가구는 할부로 채워 넣어야 했다는 것. 그나마 무이자라 부담은 덜하다. 어차피 몇 개월 뒤면 온전히 우리의 물건이 되는 거니까.



남편을 설득해 얻은 신축 아파트의 삶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쾌적하고 만족스럽다. 주민들 한 명 한 명 모두 여유로워 보인다.



30대 초반 신혼에 이들의 커뮤니티에 합류하게 된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



내가 꿈꾸던 신혼의 정석이다.

요즘 정말 행복하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많이 늘었다. 벌써 15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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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 다닐 때 일진 무리들이 부러웠다. 특별히 예쁘진 않지만 뭘 해도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남자들에게 인기도 많았던 잘나가는 애들.



학교 다닐 때 주변 친구들과 원만한 교우관계를 맺으며 잘 살아왔지만 일진 무리들에게 친구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나도 잘나가는 무리에 속하고 싶었다. 그저 그런 평범한 여자이긴 싫었다. 남들이 인정하고 부러워하는 여자의 삶을 살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런 삶이 내게 다가왔다.



[어머, 인친님 너무 부러워요ㅜㅜ샤넬 가방이라니]

[갓생사는 인친님ㅜㅜ 저도 신축 살고파요]

[최부심!! 너 또 해외야?!]



모르는 사람들에게 인스타그램 댓글이 달리고 팔로워도 늘기 시작하면서 팔로워가 벌써 152명이나 되었다. 평소 연락을 잘 하지 않던 친구들도 내 인스타그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내가 부럽다고 한다. 얼굴 예쁘지, 몸매 좋지, 신축 아파트 살지, 해외여행 자주 다니지, 명품도 여러 개 가지고 있지.



처음에는 그저 입발린 소리라고만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팩트는 맞다.



어디 하나 뒤처지지 않는 그런 여자.

콧대 높은 내 이름은 최부심.






결혼한 지 1년이 조금 지난 요즘.

우리 부부는 여전히 폼 나게 살고 있다.

하나 변한 게 있다면 새 식구가 생겼다는 것.



아이의 이름은 '따듯하고 부드러움'의 뜻을 가진 순우리말을 따서 '온유'로 지었다.



"오빠! 날씨도 좋은데 온유 데리고 밖에 나갔다 올까? 집에만 있게 하기에는 안쓰럽당ㅠㅠ"



끄으응. 남편의 울대에서 요상한 소리가 난다.



"으으음.. 오늘은 집에서 좀 쉬면 안 될까? 어제 야근했더니 영 힘드네.."



밖에 나가기 귀찮아 보이는 남편. 남자들은 왜 이럴까. 어차피 내가 시키는 대로 할 거면서 왜 싫은 티를 내는지. 네가 안 나가고 버틸 수 있나 보자.



"모처럼 쉬는 날인데 집에만 있자고? 결혼하더니 변했어. 연애할 때는 쉬는 날마다 어디 데리고 나가더니. 짜증나. 인스타 보면 나만 집에 있는 것 같아."



바스락바스락.

남편이 주섬주섬 침대에서 일어나고 있다.



나 최부심. 남편 다루는 능력 하나는 정말 최고다. 하긴 나 정도 되는 여자 데리고 살라면 이 정도 귀찮음은 감수해야지. 풉.



속으로는 웃음이 나오고 있지만 겉으로는 무표정을 유지하며 남편에게 명령 아닌 명령을 내린다.



"오빠가 유모차만 좀 챙겨줘. 온유 먹을거랑 나머지 용품은 내가 챙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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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멀었어? 집 앞에 잠깐 나가는 건데 준비하는데 무슨 한 시간이 넘게 걸려.."





남편이 빨리 준비하라고 재촉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늘의 메이크업 과정을 모두 카메라에 담고 있다. 팔로워도 160명이 되었겠다 릴스라도 도전해 볼까 해서.



"오빠 나 이제 다 됐엉! 나가쟈!"



헤헤. 날씨 한 번 끝내준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아파트 단지 안이 시끌벅적하다.



지나가는 주민들마다 우리 세 식구를 흘깃흘깃 쳐다본다. 젊고 예쁜 부부, 그리고 귀여운 우리 온유까지 이보다 더 완벽한 가족의 조합이 있을까.



"오빠, 유모차 내가 끌게. 오빠는 나 자연스럽게 사진이나 좀 찍어줘! 어떤 느낌 원하는지 알지?"



머리 한 번 쓸어넘기며 찰칵.

핸드폰 보는 척하며 찰칵.

온유 쓰다듬으면서 찰칵.



남편이 긴장한 채로 사진 검수를 받으러 온다.



빠직.

아 얘는 사진을 아직도 이따구로 찍어놓네.

내가 인플루언서가 되지 못하면 다 남편 때문이다.



"오빠 장난해? 아파트 조경 좀 잘 보이게 찍어. 누가 봐도 대둔산센트럴자이아이파크 에듀메트로시티리버파크포레온인게 티가 나게 찍어야지 ㅡㅡ"



약 스무 번의 추가 촬영 끝에 인스타에 올릴 사진 한 장을 건졌다. 나도, 온유도 둘 다 자연스럽게 나왔다. 특히 누가 봐도 대둔산센트럴자이아이파크 에듀메트로시티리버파크포레온에 사는 사람처럼 나왔다.



매우 만족스럽다.

열심히 사진을 찍었더니 벌써 배가 고파진다.



"오빠 나 배고파진다..ㅠㅠ 들어가자. 대신 저녁은 내가 살게! 오늘의 메뉴는 남대문 엽떡!"




주말엔 역시 남대문 엽떡이다.

일주일의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듯하다.



딱히 뭐 한 건 없어도 가성비 넘치는 하루였다. 이제 대중들에게 최부심의 알찼던 주말을 보여줄 시간이다.



일요일 저녁 아홉시.



사람들이 주말을 마무리하며 핸드폰을 가장 많이 보고 있을 그 시간에 인스타 피드를 업로드한다.







늦잠자고 널브러져 있는 나를 이끌고 산책 가자는 남편.. 퉁퉁 부어있지만 울 온유가 넘 잘 나와서 피드박제.. �

사실 어제 팩도 못 하고 잤는데 남편이 자꾸 나가자고 해서 겨우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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