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대형견
와이프와 아무리 10년을 만났어도 여전히 늘 즐겁고 행복하다. “여보는 내 어디가 좋아?” 단골멘트도 여전히 날려주고 있다.
이런 멘트가 오갈 때는 매번 새로운 답변을 해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대충 대답하는 느낌이 안 나기 때문.
10년 동안 와이프 신체부위는 다 돌려서 말한 것 같다. 새끼발가락, 정갈한 눈썹까지 다 써먹었으니. 언젠가는 같이 내시경 받다가 깨끗한 위장이라고도 대답할 뻔했다.
무튼, 나도 똑같이 와이프에게 물어본다.
와이프의 대답은 늘 똑같다.
“여보는 뭔가 대형견 같은 매력이 있어. 주인 보면 반가워서 꼬리 흔드는 댕댕미.”
꼬리 흔드는 대형견이라니. 얘 나보다 서열 위라고 생각하는 거는 확실하네.
마침 오늘 회사 형들과 술 약속이 있는 날이다. 서울에서 내려와 준 형들인데, 애매하게 먹을 수 있나. 코가 삐뚤어지도록 먹어줘야지.
내가 대형견 같은 매력이 있다 한 와이프인데. 내가 개가 되어서 집에 들어가면 어떨까. 위험한 궁금증이 나를 사로잡는다.
그래도 와이프는 나를 사랑해 주겠지.
형들에게 호기롭게 큰소리친다.
“나 오늘 와이프가 술 많이 먹고 개가 돼서 와도 된다고 했어요. 적셔~~~”
한잔 두 잔 술술 들어간다.
먹다 보니 한 짝이 됐다. 심오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취하지도 않는다. 한참을 더 먹고 있는데, 와이프에게 연락이 온다. 이모티콘이 없다.
이럴 땐 그냥.
가는 게 맞다.
집에 도착하니 그녀가 평화로운 모습으로 TV를 보고 있다. 반가움에 우렁차게 짖어 아니, 인사해 본다.
이상하다. 형들이랑 이야기할 때는 멀쩡했던 것 같은데 와이프 앞에 서니 혀가 꼬부라진다. 눈두덩이는 왜 이리 무거운지. 눈꼬리를 누가 밑에서 잡아 당기는 것 같다.
만취한 내 모습에 평화로웠던 와이프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진다. 거기에 기름을 들이붓는 한마디를 해버린다.
이튿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