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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Jun 14. 2023

지난 1년간의 추억.. #1-17

아파트 잔금 친 다음 날, 하락장이 시작되었다 1-17





미리 예약한 업체에 도착하니 시원한 커피 한 잔을 갖다 준다. 요즘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먹는 커피 한 잔이 그렇게 맛있다.


대접받는 기분.

역시 사람은 돈을 써야 대접받나 보다.



인테리어 실장님에게 우리가 원하는 조건과 예산을 이야기해 본다.


‘최고급 샷시, 거실 작은방 확장, 강마루, 실크 도배, 화이트 슬림 중문, 터닝 도어, 테라조 느낌의 현관, 화이트 앤 우드톤의 주방, 예산은 2500만 원’



처음에 예산 2500만 원을 잡고 시작했었는데, 하나씩 추가 하다보니 벌써 2700만 원까지 올랐다.


그래도 다른 업체들은 3000만 원 이상을 불렀었기에 이 정도면 합리적인 가격 같다. 다른 업체와 더 비교해 보고 알아본다 한들 지금보다 좋은 조건을 만나기는 힘들 것 같아서 계약을 하기로 한다.


"계약할게요"



최근 계약서를 몇 번 써보니 나도 꽤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부모님의 도움 없이도 이렇게 척척해내는 것이 이제 진짜 가장이 된 듯 하다.


공사 기간은 아파트 잔금일인 2020. 12. 10부터 2021. 1. 2까지 약 4주.



공사 기간 동안 짐은 이삿짐센터에 보관해놓기로 하고 우리 부부는 잠시 각자의 본가에서 생활하기로 한다.




4주간 자유...




2020. 12. 10. 잔금일




코끝이 시리다.

가을에 계약서를 썼는데 이제는 겨울이 되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잔금일.

그 잔금일이 드디어 찾아왔다.

어젯밤은 잠도 잘 오지 않았다.



내 집은 아니었지만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내 집만큼 아끼고 정을 줬던 우리의 첫 신혼집이었기에.



지난 1년간의 추억을 다시 떠올려 본다.


.

.

.





이곳에서 집들이도 하고, 주말마다 김치전도 부처 먹고, 새벽에 와이프 몰래 배틀그라운드도 하고, 우리의 미래를 계획하기도 했었다. 좋은 추억이 많은 이 집에서 더 이상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



짐이 하나 둘 빠질 때마다 그 짐에 대한 추억들이 자꾸 떠오른다.



짐이 얼추 다 빠지고 텅 빈 우리 집을 바라본다.


이렇게 보니 꽤 넓네.



혼자 청승 떨고 있는 사이 부동산에서 전화가 온다.


“북꿈씨~ 관리 사무실 가서 관리비 정산하시고 영수증 챙겨서 부동산으로 오세요~!”



띠링-

[ xxx 님 입금 180,000,000원 ]



장기수선 충당금과 함께 소중한 내 전세금이 입금되었다. 애증의 계성댁 아주머니와 마지막 악수를 나누고 남은 짐을 가지러 다시 전셋집으로 들어간다.



와이프도 멍하니 텅 빈 집을 바라보고 있다. 와이프는 무슨 생각 중일까.



텅 빈 전셋집에 와이프의 나긋한 목소리가 울린다.


“여보, 우리 이 집에서 마지막으로 사진 한 장 남길까?”



그렇게 우리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전셋집에서의 마지막 사진을 남겨본다.





찰칵-




#굿바이 #첫신혼집




이제 이사 갈 집 매매 잔금을 치르러 다른 부동산으로 향한다. 와이프도 졸래졸래 따라온다. 뭘 알고나 따라 다니는 건지 참 귀엽다.



부동산에 도착하니 진로 두꺼비 인상의 중개사님, 수학 선생님 인상의 매도인 부부, 명탐정 코난 유명한 탐정 인상의 법무사님들이 다 모여있다. 매매 잔금 치를 때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는구나.



매도인의 얼굴은 저번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 나에게 수학 선생님이란 항상 무서운 사람이었는데, 이런 분이 내 선생님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래도 수포자였을라나.



매도인 부부가 환하게 웃으며 우리 부부에게 이야기한다.


“아이고, 20대인데 벌써 내 집 마련도 하고 부모님이 진짜 좋아하시겠어. 대단해요. 보기 좋아요.”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그렇다.


아직 친구들은 취업도 제대로 못하고 pc방에서 게임이나 하고 있는데, 나는 결혼해서 내 집 마련까지 했다. 남들보다 조금 앞서 나가고 있다는 생각에 괜히 어깨가 으쓱인다.




그렇게 서류에 마지막 도장이 찍힌다.





꾸욱.


이제 진짜 우리집이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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