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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Jun 18. 2023

잠시만.. 안녕… #1-18

아파트 잔금 친 다음 날, 하락장이 시작되었다 1-18



잔금을 모두 마치고  집에 가본다.

​​​


이제 막 주차를 마치고 차에서 내렸을 뿐인데 각종 드릴 소리와 오함마 소리가 단지 내에 쩌렁쩌렁 울리고 있다. 벌써 인테리어 업체에서 철거를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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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이 궁금해 미치겠다. 얼른 서둘러 올라가 본다. 새로운 집의 현관문을 열어보니 역시나 이미 철거를 하고 있다.



   저녁에 처음 집을 봤을 때보다  넓고 좋아 보인다. 특히 낮에 보는 거실 베란다 전망은 기존 집보다  트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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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시간 ,  신혼집과 이별의 감정이 이제는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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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새로운 집에 대한 설렘만 가득하다.

게다가 이곳은 ‘진짜 우리 집’이지 않은가.


​​

   드르르르르르륵

인테리어 업체에서 감성에 젖을 시간 따위는 주지 않는다. 주차장에서 들리던 소음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 정도면 집이 무너질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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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소음과 진동으로 인해 이웃들에게 피해가 가진 않을까 걱정이 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


“여보 우리 나가서 롤케익이랑 음료라도 사서 이웃 집에 돌리고 오자.”

​​


집 앞에 있는 파리바게트에 가서 구입한 롤케익과 비타 500을 이웃들에게 돌리며 쪽지도 하나 붙여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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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득이하게 인테리어 공사로 인한 소음과 먼지로 불편을 끼치게 되어 대단히 죄송합니다.



이웃집까지 배려할  아는 센스 있는 신혼부부.​​



 좋은 이웃이 되어야지




와이프와 잠시만 안녕.


인테리어 기간 동안 우리 부부는 각자 본가에 가서 지내기로 했다. 아직 아이가 없으니 이런 것은 편하다. 각자 옷이랑 몸만 다녀오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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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와 7년을 연애하고 결혼했지만 결혼하고 나서의 1년은 더욱 특별했다. 연애만 하는 것과 살을 부대끼며 같이 살림을 하는 것은 전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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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밥을 먹고, 같은 고민을 하며 모든 감정을 함께 공유했다. 그러면서 와이프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도 많이 봤다.


​​

그럴 때마다 속으로


'정말이지, 와이프는   없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와이프와  달씩이나 떨어져서 지내야 한다니. 정말 우울하다.

와이프도 이런 내 마음을 알까?라며 스스로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는데 와이프가 정적을 깨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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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이구 철부지야. 잠깐 떨어져서 자유가 된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좋냐? 아까부터 표정은 심각한데 입은 자꾸 웃고 있어. 좀 숨겨봐.”


​​

아놔 이런.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있었나 보다. 이럴 땐 능청맞게 넘어가야 한다. 괜히 어설프게 당황해서 주저리주저리 변명해 봐야 와이프 기분만 더 나빠진다.

  없는 와이프 8년차.

내 눈물로 다져진 삶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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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 티 났어? 남자는 철들면 죽는대. 나 오래 살거야.. 아 여보 우리 명의로 된 첫 집이 생긴 기념으로 오늘 막창에 소주 어때? 내가 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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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에서든 정말 기분 좋은 날이다. 집도 생기고 자유도 생기고. 아니 자유는 빼자. 와이프 알면 서운할라. 그렇게 며칠 전부터 점 찍어 놓은 막창 집으로 와이프를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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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색 포장마차 비닐이 씌워져있는 야외 자리에 자리를 잡는다. 겨울 포장마차 느낌은 언제 봐도 감성적이다. 밖에 눈까지 내리면 더 완벽할 것 같은데 아쉽게도 눈은 내리지 않는다.

숯불 향이 오늘따라 유난히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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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겠다.

음식이 나오기 전 소주 하나, 맥주 하나를 먼저 시킨다.


​​

꼴꼴꼴꼴. 콸콸콸콸. !-

소맥 제조는 끝났다.


​​

때마침 식당 안에는 사이먼D의 <짠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


     술술 넘어갈 때마다

꼬였던 날들이 풀리고

기분 끝내줘 눈이 풀리고 oh

    슬슬 취해갈 때마다

 놈의 인생이 다시 보이고

눈물 대신 침을 흘리고 oh 」


​​

기분이 최고조에 다다른다.


​​

큼큼-

목소리를 조금 가다듬고.


​​

일부러 식당 사람들  들으라는   목소리로 와이프에게 건배 제의를 한다.

​​


와이프! 큰일 치르느라 고생했어! 그래도 우리 결혼   1 만에   마련 성공했다! 그것도 20대에! 오늘만큼은 취해보자! ~!”



​​​​​​​​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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