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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Jun 20. 2023

올랐나? #1-19

아파트 잔금 친 다음 날, 하락장이 시작되었다 1-19



..?




“으... 죽겠네 진짜.. 나 집 어떻게 왔지?”



눈을 다시 감고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어제 분명 소주 두 병에 맥주 네 병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옆 테이블에서 우리의 내 집 마련을 축하해 주며 같이 건배했던 것 같기도 하고..



눈은 감고 있지만 온 세상이 빙빙 돈다. 속도 울렁거리고 목은 또 왜 이렇게 타 들어가는지. 


헛개수라도 한잔 마셔야겠다. 



눈을 뜨고 일어나려 하는데 옆에 물컹한 무언가가 만져진다. 


“엄마야 깜짝이야”



이상하다. 

우리 분명 한 달 동안 따로 생활하기로 했는데 와이프가 옆에서 자고 있다. 



잠깐, 그럼 여긴 어디지.


정신 차리고 방을 둘러보니 처갓집이다. 내가 왜 처갓집에 있는지 알 길은 없었으나 그보다 다른 것이 더 걱정된다. 



내가 세상에서 두 번째로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우리 장모님이다. 부디 사랑하는 장모님 따님과  어젯밤 아무 일도 없었어야 하는데..



조심스레 이불을 들춰본다.


.

.

.


다행이다. 


와이프가 곱게 잠옷을 입고 있다. 

나도 잠옷을 입고 있다. 



비록 내가 입고 있는 것은 와이프의 핑크색 꽃무늬 잠옷이지만 아무렴 뭐 어떤가. 장모님 따님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 더 중요하지.



위풍당당하게 헛개수를 한잔 마신 뒤 방으로 돌아온다. 



아직 잠들어 있는 와이프 옆에서 핸드폰을 켜고 대전 부동산 카페에 들어가 본다. 



여전히 무주택자와 유주택자들이 싸우고 있다. 유주택자들은 집값은 오늘이 제일 싸다고 하고, 무주택자들은 지금 집값이 너무 거품이라 곧 폭락할 것이라 하고 있다. 비아냥거리며 서로를 헐뜯고 있다. 도를 넘은 인신공격마저 보인다.



참 체력들 좋다. 그런데 유튜브에서는 대전은 아직 저평가 지역이라고 하던데..

나도 살짝 유주택자 편에 서본다.



이어서 국토부 실거래가 홈페이지에 접속해 본다. 아직 우리 아파트 실거래 내역은 없다. 



살짝 불안한 마음이 생긴다.

‘내가 고점에 호구된 건 아니겠지..’



집을 살 때는 어차피 우리가 살 집이니까 집값이 오르든 말든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내 집이 생기고 나니 부동산 관련 뉴스와 커뮤니티들, 그리고 실거래가만 매일 쳐다보고 있다. 


인간이라는 게 이렇게 참 간사하다.



심지어 우리가 고민했었던, 길 건너 둔산동 아파트는 신고가 거래가 팍팍 나오고 있는데, 우리 단지는 아직 내가 최고가다. 


열받는다. 

‘거래한지 벌써 한 달이나 지났는데..’


으어~~


와이프도 잠에서 깼나 보다. 기지개 켜는 소리가 요란하다. 일어나자마자 변성기가 온 중학생 목소리로 “여보.. 집값 올랐어?” 하고 물어본다. 



서로가 봐도 어이가 없다.

우리 부부는 웃음이 터져버린다. 



“여보 우리 그냥 집값 신경 쓰지 말고 살자. 투자 목적으로 산 것도 아닌데 뭘~”





와이프와 감자탕으로 해장을 하고 나는 본가로 왔다. 오랜만에 본가에서 지낼 생각을 하니 싱숭생숭하다. 그러다 이내 현실을 직시해 본다.




2021년 1월 2일 이삿날까지. 


나는 자유다.










다음화에 1편 마지막 이야기가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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