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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Jun 28. 2023

1편 마지막 이야기 #1-20

아파트 잔금 친 다음 날, 하락장이 시작되었다 1-20

아파트 잔금 친 다음 날, 하락장이 시작되었다 1-19







한 달 동안 특별한 기억이 없다.


아니. 특별한 기억은 둘째치고 기억 자체가 희미하다. 쉬는 날이면 와이프 승인하에 대부분의 날이 술에 취해있었다.


집 샀다고 하니까 한턱내라고 하는 사람들이 왜 이리 많은지. 이제는 얼른 우리의 새 집에 입주하고 싶다. 와이프랑 같이 살고 싶다.



노는 것도 지겹다.





매일 취해 있던 2020년 연말.



2020년이 마무리 되어 가고 있다. 여전히 우리 아파트의 신고가는 없다. 내가 제일 꼭지.


이제는 마음을 비우고 새해를 맞이 할 준비를 해야겠다. 와이프와 2021년 해돋이를 어디서 볼까 고민하던 중 아주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여보 우리 새 집 인테리어도 끝났는데 내일 거기 가서 해돋이 볼까? 주방 베란다에서 해돋이 볼 수 있을 것 같아!”



와이프가 좋다고 한다.

땡잡았다.



매년 해돋이 보러 멀리 가고는 했었는데 이번에는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나란 사람 참 잔머리 잘 굴리는 것 같다. 섹시하다.



몸이 편한 것도 좋지만, 더 좋은 것은 새집에서 새해를 맞이한다는 사실이다.

얼마나 의미 있는 순간인가.




2020년의 마지막 태양이 지고, 곧이어 마지막 밤이 찾아온다.



5!

4!

3!

2!

1!


땡-



"2021년 신축년이 밝았습니다!"



제야의 종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폭죽이 터지며 연예대상 진행자가 2021년이 밝았음을 알려준다.


신축년.

이름 한 번 참 기이하다.



나는 구축 아파트 사니까 그럼 구축년인건가.





잠시 눈을 붙이고 나니 알람이 울린다.


2021년 1월 1일 오전 6시.

와이프를 데리러 처갓집으로 향한다.



안경과 마스크에 대충 롱패딩만 걸친 와이프가 차에 탄다. 안경에는 김이 엄청나게 서려있다. 앞이 보이기는 하나. 정말이지 와이프는 알 수 없는 사람이다.



어쨋든, 그렇게 우리 부부는 새집으로 다시 태어난 진짜 우리 집으로 향한다.



집 현관문 앞에 도착했다.


처음 집 보러 왔을 때에는 칙칙하다 느껴졌던 회색빛 현관문이 이제는 사랑스러워 보인다.



띠-띠-띠-띠-띠



번호 키 문이 열리고 드디어 우리의 새집이 눈앞에 펼쳐진다.


귓가에는 ‘러브 하우스’ BGM이 들리는 것 같다.




� 따라 다라 따~ 따라 따라다라~ �



화이트톤의 중문이 입구를 환하게 빛내 주고 있으며, 현관 조명도 은은하니 고급스럽다. 현관 바닥의 테라조 타일도 마치 카페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ㄱ자로 재탄생한 주방 역시 감성적이다. 여기에서 요리 브이로그를 찍으면 영상이 예쁘게 잘 담길 것만 같다. 거실도 확장하니 30평대처럼 보인다. 확장하길 정말 잘했다.



당장 내일이 이삿날이기 때문에 와이프와 가구 배치는 어떻게 할지 의논해 본다. 한창 열을 올려가며 의논하고 있는데 거실 마룻바닥에 붉은빛이 돌기 시작한다.



“아 맞다! 해돋이!”



오늘 온 이유가 해돋이 보려고 온 건데 정작 제일 중요한 것을 까먹고 있었다. 주방 베란다로 나가보니 이제 막 해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산과 산 사이에서 붉은 빛을 띠고 서서히 올라오는 2021년 첫 태양. 가슴이 뜨거워진다.


“여보, 우리 소원 빌까?”



각자 두손을 공손히 모으고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소원을 빌기 시작한다.


“이 집에서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게 해주세요.”


아 참, 하나 빼 먹었다.

다시 두 손 모으고




“그리고 집값 좀 많이 오르게 해주세요.”



서로 소원 비는 모습을 사진으로 한 장 남겨본다. 그러고는 곧장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다.




새집에서 맞이하는 2021년 새해♥

#내집마련 #20대에 #목표달성




2021. 1. 2 이삿날.




드디어 이삿날이 밝았다. 이삿날은 항상 정신이 몽롱한 것 같다. 오늘은 특별히 장모님께서 이사를 도와주시기로 했다.



장모님께서 집에 들어갈 때 밥솥 먼저 가지고 들어가라고 하신다. 이유를 물어보니 밥솥을 먼저 들여야 새 집에서 굶지 않고 건강하게 잘 산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우리 장모님은 기독교이시다. 그런데도 미신을 믿으시나 보다. #선택적기독교



미신이라 무시하기엔 조금 찝찝하다.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들고 들어가야겠다.



“와이프! 밥솥 안에 통장 넣어!”


통장이 든 밥솥을 들고 와이프가 현관 앞에 서있다.


“어머님, 문 좀 활짝 열어주시겠어요?”



현관문이 활짝 열리고 나는 밥솥을 들고 있는 와이프를 번쩍 안아 올린다. 내 손에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와이프가 들려있고, 그 와이프의 손에는 밥솥이 들려있다. 그리고 그 밥솥 안에는 우리의 재물운을 책임질 통장까지 들어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참 욕심이 많았다.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소중한 것들을 다 들고 집에 들어가는 것이다.



장모님께서는 별꼴이라며 남사스럽다고 하시지만 표정만큼은 웃고 계시다.



가장 먼저 밥솥이 놓이고 하나둘 이삿짐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기존 전셋집 인테리어에는 우리의 가전 가구가 어울리지 않았었는데 새집에 오니 가전 가구가 더 빛나 보인다.



이 집에서 오늘부터 와이프와 다시 살림을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어색하기도 하면서 설렌다.



꼬르르르륵.


애플워치보다 더 정확한 배꼽시계가 울린다. 시간을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새집에서 먹는 첫 끼. 당연히 자장면이다. 오늘은 특별히 탕수육에 군만두까지 주문한다.



자장면이 도착하고 포장지를 뜯는데 휴대전화에 알람이 울린다.




띠링-


호갱노노 알림

「 관심 단지 OOO 아파트. 새로운 실거래가 등록 알림. 신고가 3억. 」





어..?


오..!!!







“여보!!! 우리 집값 올랐어!!!!!!!!!”







2021년. 01월.







이때는 몰랐다. 앞으로 다가 올 나의 미래를


.


.


.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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