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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Feb 02. 2024

집값은 올랐지만 뭔가 아쉬워..#2-1

아파트 잔금 친 다음 날, 하락장이 시작되었다 2-1


띠링-


호갱노노 알림 

「 관심 단지 OOO 아파트. 새로운 실거래가 등록 알림. 신고가 3억. 



어..?

오...!!




“여보!!! 우리 집값 올랐어!!!!!!!!!” 








아파트 잔금 친 다음 날, 하락장이 시작되었다 2 (열광)





내 집 마련 이후 몇 개월 뒤.

2021. 09



고작 몇 십 번의 아침해를 맞이했을 뿐인데 그 사이 나의 자산가치는 취업 후 몇 년간 저축했던 금액보다 훨씬 더 많이 올라와있다. 몇 년간 아껴서 저축했던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이제는 나의 아침 루틴이 확실해졌다. 



띠리리리리리- 띠리리리리리-



세상에서 제일 요란한 아이폰의 알람소리가 울리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겨우 침대에서 일어난다. 모닝 똥을 위해 화장실에 앉고 나서야 비로소 눈이 온전하게 떠진다. 본격적으로 아랫배에 힘을 주기 전, 간밤에 마감된 미국 증시를 확인해 본다. 



"이런 씨.. X"



코로나19 팬데믹 때 샀던 주식들을 몇 개월 전 내 집마련을 하면서 전부 매도했다. 국내 주식은 삼성전자(우) 50%, JYP 47%, 미국주식은 월트디즈니 50% 정도의 수익을 보고 팔았지만 그래도 속이 쓰리다. 내가 팔았던 금액보다 지금은 훨씬 더 올랐기 때문이다. 



테슬라 주가를 보고 있자면 더 열이 받는다.



집 살 돈으로 테슬라에 몰빵 했으면 팔자 고치는 거였는데.. 이제 와서 '~할걸' 해봐야 뭐 하겠나. 열받은 머리를 식히고자 우리 집의 아파트 실거래가를 확인해 본다. 



오늘은 거래된 것이 좀 있으려나.



오늘 거래된 것은 없지만 최근 몇 개월 사이에 집 값이 많이 오르긴 했다. 얼마 전 3억 4000만 원의 실거래가 등록 되었다. 집 산지 5개월 만에 5천만 원이나 오르다니. 믿기지 않는다. 그때 집 안 사고 계속 전세 살았으면 어쩔뻔했나.. 생각만 해도 너무 아찔하다. 



이 생각 저 생각하다 보니 화장실에 너무 오래 앉아 있었나 보다. 잠에서 깬 와이프가 빨리 나오라며 화장실 문을 두드린다. 




쾅쾅쾅-

"여보 나 급해!"



참 세게도 두드린다. 인테리어 새로 한 우리 집 문짝에 흠집이라도 갈라. 


.

.


우리 집. 

너무 예쁘고 아늑하지만 이럴 때마다 화장실이 한 개인 것은 너무 불편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영끌해서 화장실 2개인 30평대로 갈걸..'



집 값이 오르니 '조금 더 영끌할걸'이라는 아쉬움이 가슴 한편에 남는다. 그때 4억 하던 30평대 아파트는 지금 5억이 되었다. 20평대가 5000만 원 오르는 동안 '국평'으로 불리는 30평대는 1억이 오른 것이다. 오름폭도 크고 각종 대출 규제에 이제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곳이 되어버렸다.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니 '둔산동'의 30평대 아파트가 더 예뻐 보인다.



와이프가 다시 한번 화장실 문을 두드린다.

"진짜 피 똥 싸고 싶냐??"



잔변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화장실에서 나온다. 아쉬운 것은 잔변만이 아니다. 그때의 내 선택이다.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입에서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가질 수 없는 너]


"사랑한다는 마음으로도~ 

가질 수 ~ 없는 사람이 있어~ 

나를 봐 이렇게~ 곁에 있어도~ 

널 갖지~~~ 못 하~잖~아아~"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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