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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Feb 28. 2024

나, 이제 책을 통해 꿈을 이룰 남자. #2-4

아파트 잔금 친 다음 날, 하락장이 시작되었다 2-4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책이 많아도 너무 많다. 여러 책들의 목차와 프롤로그를 읽어봐도 확 와닿지가 않는다. 독서를 결심하기는 했는데 막상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몇 권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고서 베스트셀러 코너로 이동해 본다. 아무래도 많이 팔리는 책들은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경제/경영 코너에 열 권의 베스트셀러가 진열되어 있다. 



이 책을 들었다 놨다, 저 책을 들었다 놨다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옆에 서 있는 여자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책을 고르고 있는 내 모습이 조금 섹시해 보이나? 내가 맘에 드는 건가? 풉. 번호 안 줄 건데. 나 와이프 있는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가만 보니 눈빛이 그게 아니다.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쳐다보는 것 같다. 내가 돈 없어서 책 하나 사는 것도 고민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나. 



그건 그렇고. 진짜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하나..



오른쪽 뒷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든다. 곧장 네이버 어플을 켠 뒤 "재테크 책 추천", "부린이 책 추천"을 검색한다. 



다행히 블로그에 다양한 책들의 서평을 남겨놓은 사람들이 많다. 경제/비즈니스 분야 인플루언서들의 게시글과 댓글들을 참고하여 가장 많이 추천하는 책 두 권을 고른다.



마침 내 눈앞에도 진열되어 있는 책들. 

검은색 책 표지가 양쪽으로 살짝 열려있다.



'어서 와. 부자가 되고 싶다며?'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 

두 팔 벌려 환영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두 권의 책을 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교보문고 직원이 재테크 책 두 권을 결제하는 내 얼굴을 스윽 쳐다본다. 젊은 나이에 내 집 마련에 성공하고 경제, 재테크 공부하는 키 크고 훈훈한 남자. 



정말이지, 나란 놈은 참 멋진 사람이다. 



기대된다. 

내 돈 내산 첫 재테크 책.





"아들~ 초등학교 들어가면 책 좀 읽을 거지~?"


.

.


"아니, 이렇게 책 한자 안 읽어서 대학교는 고사하고 고등학교는 어떻게 가려 그래? 게임 좀 그만해. 엄마가 너만 보면 속이 뒤집어져"


.

.


"지원자가 살면서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은 무엇인가요?"



어린 시절 유독 책하고 담을 쌓고 살았던 나. 엄마가 책 좀 읽으라고 잔소리해도 꿈쩍도 하지 않던 나였다. 



책이라는 것은 활동적인 것을 싫어하는 아싸들의 조용한 취미라고만 생각했었으니까. 심지어 면접장에서 감명 깊게 읽은 책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도 제대로 답변을 못하고 어버버 얼버무렸었다. 



그랬던 내가,

스스로 서점에 들어가서 책을 구매했다. 



간절하면 사람이 바뀌나 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정말로 부자가 되고 싶다. 

기존의 나를 뜯어고치고 싶다. 

잘난 사람이 되고 싶다. 

가난은 내 세대에서 끊어내고 싶다. 






대학 새내기 소녀처럼 두 책을 품에 안고 차에 올라탄다. 보물단지마냥 소중하게 조수석에 두 책을 가지런히 올려놓는다. 



딸깍-



내 새끼들 다칠라 안전벨트까지 소중하게 채워주고. 



엔진 Start.

크릉. 크릉. 꼬로로로롱



나의 애마 아반떼도르.




교보문고 지하 주차장에 2016년식 아반떼도르의 엔진 소리가 경박하게 울려 퍼진다. 



조수석에는 검은 생머리의 예쁜 와이프 대신 안전벨트를 곱게 맨 검은 표지의 두 권의 책이 반짝이고 있다.



"부자 오빠, 가난한 오빠"

"월급쟁이 부자로 명퇴하라"



왠지 나를 부자로 만들어 줄 것만 같다. 



얼른 회사 동기들보다 다시 앞서 나가야지. 희망찬 내일을 기대하면 아반떼도르 엑셀에 힘껏 힘을 준다.



"마하 10"




와아앙-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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