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잔금 친 다음 날, 하락장이 시작되었다 2-3
* 본 시리즈는 2021년에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대한민국에서 큰돈을 벌기에는 부동산만 한 것이 없는 것 같다. 계속 이렇게 넋 놓고 살다가는 동기들 중 내가 가장 가난하게 될 것만 같다. 지금부터라도 부동산 공부를 시작해 봐야지.
쓰벌. 그런데 뭐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지?
막상 시작하려니 뭐부터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 유튜브 먼저 들어가 본다.
알고리즘의 추천에 따라 유튜브 홈에는 '배틀 xxxx' 게임 영상과 해적형의 '고기, 술 먹방' 영상들만 가득하다.
'에휴. 지금까지 자산증식에 도움이 안 되는 것들만 보고 있었네. 한심하다 진짜.'
일단 그 채널들의 구독과 알림 설정을 모두 취소한다. 막상 구독을 취소하니 조금 섭섭하기도 하다. 실제로 한 번도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나의 출퇴근길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주던 친구들이었는데.. 아쉽지만 다음에 성공하고 다시 만나는 수밖에.
유튜브 검색창에 '경제 공부', '부동산 투자', '신혼부부 재테크'등을 검색해 본다.
수많은 동영상들이 나오지만 집값이 떨어질 것 같다는 썸네일의 유튜브는 일단 거른다.
'이 사람은 너무 자극적이네. 집값이 폭락하긴 왜 폭락해. 기분 나쁘게. 닉네임도 나이트 하우스가 뭐람.'
휘리릭. 휙휙.
도망가듯 빠르게 스크롤을 내린다.
폭락의 기운이 나한테까지 올라.
그러던 중 익숙한 얼굴의 썸네일이 눈에 띈다.
'어라, 이 형 저번에 절대로 전세 살지 말라면서 우리 부부 내 집 마련을 도와줬던 형이네? 이야 그때 영상보다 얼굴 더 좋아졌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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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맥주와 함께 내 집 마련을 고민하며 잠 못 들던 그날.
절대로 전세 살지 말라며 우리 부부의 첫 내 집 마련을 결심하게 해 준 유튜버. 그때 그 동영상을 찾아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나의 경제적 은인이라 볼 수도 있고.
'이 형 거는 앞으로 업로드될 때마다 챙겨봐야겠다.'
[부동산 읊어주는 남자] 유튜브 채널의 '구독'과 '좋아요' 버튼을 꾸욱 누른다. 거기에 특별히 '알림 설정'까지.
이제부터는 출퇴근 시간에 경제, 부동산 관련 유튜브만 볼 예정이다.
오늘부터 나는 경제 공부하는 섹시한 남자.
오늘도 자극적인 썸네일의 동영상 먼저 클릭한다. 항상 제목에 뭐가 중요한지는 먼저 나오지 않는다.
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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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조회수 팔이들. 역시나 똑같은 이야기네.'
며칠 동안 경제, 부자에 관련된 유튜브에 빠져 살아보니 하는 이야기가 다 비슷하다. 얘네들끼리 모임이라도 있는 건가. 하나의 주제로 돌려 막기 하는 기분.
부자가 되려면 일단 '독서' 먼저 미친 듯이 하라는 것이다.
독서가 뭐 그리 중요한 걸까?
요즘같이 미디어가 발달한 세상에 독서라니 너무 아날로그적이지 않나. 차라리 인터넷으로 부동산 강의를 들으라면 모를까. 종이 위에 쓰여진 글자 몇 개 읽는다고 인생이 달라지나.
'아! 이 사람들 혹시 본인 책 팔아보려 하는 거 아니야?'
의심은 충분하지만 나보다는 성공한 사람들이니 일단 시키는 대로 해보기로 한다. 책값도 얼마 안 하니까.
생각난 김에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본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서점 특유의 종이 냄새가 구수하다. 음악은 또 누가 틀어 놓은 건지.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되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인 [인생의 회전목마]가 흘러나오고 있다.
잠시 눈을 감고 잔잔한 음악에 취해본다.
「 오르락내리락.
같은 자리를 빙빙 도는 회전목마가 연상되는 선율.
어쩌면 우리의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내려가면 다시 올라갈 일만 있고,
올라가면 다시 내려와야 할 때도 있는 그런 인생.
지금 내 인생은 올라가는 중일까 내려가는 중일까. 」
쓸데없이 긴 멍을 때렸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본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이 다들 주식, 코인, 부동산 코너에서 책을 고르고 있다. 다들 재테크에 이렇게나 진심인데 그동안 게임이나 하고 술 먹방이나 보고 있었다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급발진도 잠시, 또 한편으로는 이제라도 자본주의를 깨닫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란 사람 참 이중적인 사람.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다음화에 계속
* 본 이야기는 2021년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