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잔금 친 다음 날, 하락장이 시작되었다 2-5
* 본 시리즈는 2021년에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대전과 서울을 오가는 출퇴근 길, 계속해서 독서를 하다 보니 두 권의 책을 금방 다 읽었다.
KTX 안 약간의 소음과 진동이 오히려 독서에 집중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KTX에서의 독서는 내가 더욱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휩싸이게 한다.
"부자 오빠, 가난한 오빠",
"월급쟁이 부자로 명퇴하라"
두 책의 핵심 메시지는 내가 일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지금 내가 받는 이 월급은 내 시간을 돈으로 바꾸고 있는 것뿐이라고.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그동안은 이마저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자고 있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게 만들 수 있을까.
저작권? 어림도 없다. 내가 저작권을 어떻게 만든담.
인세? 내가 무슨 내용으로 책을 쓰나.
월세? 나는 지금 당장 월세 세팅할 수 있는 목돈이 없는걸.
배당주 투자? 꾸준히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알겠는데 너무 느리다. 70살에 부자가 되면 무슨 소용이람..
나를 대신하여 돈이 일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지만, 내가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에휴. 책을 읽어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없네.'
그때, 휴대전화에 익숙한 알림이 울린다.
띠링-
어라? 이 알림은?
[관심 단지 OOO 아파트 실거래가 등록. 신고가 3억 5000만 원]
매수한 집의 실거래가가 등록되었다.
그것도 신고가. 몇 개월 만에 6천만 원을 벌었다.
그렇지. 내가 왜 이것을 빼놓고 생각했을까.
내가 부자가 될 수 있는 길.
부 동 산.
아 파 트.
부동산 공화국 대한민국에서는 역시 부동산이지.
책에서 또 하나 강조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주변 환경"을 바꾸라는 것이다.
눈을 감고 내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생각에 잠겨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주변에는 부동산 투자를 하는 사람이 없다. 아니 '투자'는커녕 내 집 마련을 한 사람도 없고 친구들은 죄다 부모님 집에서 살고 있거나 원룸에서 전월세를 살고 있다. 우리 부모님 또한 재테크나 부동산에 관련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어딜 가야 부동산 투자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려나..
평소 극혐하던 소모임 앱을 설치해 본다.
그리고 "대전 부동산"을 검색한다.
몇 개의 모임이 나온다.
휙휙 휙.
‘이런 모임들은 어떻게 운영되나..’
가입이 망설여진다.
예전부터 앱을 통한 만남 자체에 엄청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신뢰할 수 없는 불특정 다수가 나에 대해 아는 것도 싫고, 모임을 가장해 남녀 만남의 장소로 이용되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기 때문이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은 카톡이라도 해보자.
다수의 모임 중 하나의 모임에 가입하고 가입 인사를 올려본다.
"안녕하세요, 대전 사는 30세 직장인입니다. 현재 실거주하고 있는 1주택 보유 중입니다"
카톡. 카톡. 카톡.
카톡 알람이 쉬지 않고 울린다.
"어서 오세요"
"실거주 1주택은 진리입니다"
"반가워요, 이제 다주택 되시겠네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반겨준다. 그런데 생각보다 나이대가 다들 어리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 그러나 투자 경험은 다양해 보인다.
현재는 무주택이지만 내 집 마련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부터, 실거주 1주택을 보유한 사람들, 이미 전국 각지에 여러 채의 집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내 주변 친구들이 부동산에 관심이 없다고 2030세대 모두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너무 우물 안에 갇혀 산 것 같은 기분이다.
앞으로 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온라인에서만이라도 친해져봐야겠다.
귓동냥이라도 하면 뭐라도 달라지겠지.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