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받네.
어제부터 감기몸살+장염까지 제대로 왔다.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데, 나는 개 보다 못한가 보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형견이었는데.
몸 상태도 좋지 않은데 오늘은 또 중요한 일정이 있다. 지방 아파트 사전점검이 있는 날.
출발 전, 편의점에서 약을 종류별로 사서 풀 도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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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루를 편의점 약으로 잘 버텼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하니 와이프가 핑크색 앞치마를 입고 고상하게 죽을 담고 있다.
주방 한 구석에는 본죽 포장지가 굴러다닌다.
입 맛이 없다.
대충 몇 숟가락 먹고 방으로 들어간다.
와이프는 불금인데, 혹시나 나를 신경 쓰느라 불금을 즐기지 못할까 봐 미리 이야기한다.
"여보는 불금이니까 나 신경 쓰지 말고 거실에서 티비 크게 틀어놓고 놀아"
침대와 온전히 한 몸이 되어 휴식을 취하니 금세 잠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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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거실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꺄아--------- 멋있다~~~!"
잠결이지만 누구한테 멋있다 했는지는 알 것 같다.
와이프가 요즘 보고 있는 드라마 "킹더랜드" 속 주인공 준호.
아파서 질투할 힘도 없다.
그래 오늘은 그놈이랑 실컷 놀다 들어오거라.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와이프가 슬금슬금 침실로 들어온다. 살짝 잠에서 깨긴 했지만 잠든 척을 유지한다.
이내 옆에 눕더니, 갑자기 내 손을 깍지 끼고 쓰다듬기 시작한다.
매번 기운이 넘치는 남편인데, 아파서 골골대는 모습을 보니 와이프도 안쓰러운가 보다.
그렇게 우리 둘은 손을 꼭 깍지 끼고 같이 잠에 들게 된다.
아침이 밝았고, 여전히 나는 기운이 없다.
침대에서 계속 휴식을 취하는 나를 뒤로하고 와이프는 거실로 나가 또 티비를 시청한다.
대충 소리를 들어보니 이번에는 하트시그널 4 인 것 같다. 그래. 티비를 보는 게 더 낫다. 소파에서 다리 꼬고 발을 까딱까딱하는 것보다는.
잠시 후
"꺄아!!!!! 민규 너무 멋있다~~~~"
어젯밤 들었던 비명소리가 또 들린다. 어제는 잠결에 들었지만 오늘은 생생하게 들었다.
밖에 나가서 와이프에게 한마디 한다.
어젯밤 일이 생각났기 때문.
"그렇게 다른 사람들 멋있다 해도 남편이 좋긴 한가보지? 어제 잠자기 전에 손에 깍지는 왜 끼고 날 쓰다듬었던 거야?
와이프가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이고 한쪽 머리를 귀 뒤로 넘긴다. 그러면서 수줍은 말투로 대답한다.
정말이지, 와이프는 알 수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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