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을 가져오지 않았다. 나는 관대해지기로 했다.

by 필우

일주일에 두 번, 6시가 되기 전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은 쉽지 않다. 수영 후 거친 호흡에서 뿜어져 나올 자신감과 뿌듯함을 상상하면서 면도와 양치를 마쳤다. 동서고가로는 왜 이렇게 막히는지? 부산보다는 김해나 진해, 창원, 양산에 일자리가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한때 막히는 도로에서 영어 공부를 한 적이 있다. 운전 후 스트레스가 더 컸다. 이제는 오직 운전만 집중한다. 떠오르는 생각거리를 붙잡아서 가지치기를 하거나 한 곳으로 모은다. 운전으로 명상하면서 생각 더하기, 막혀도 좋다.


락커에 속옷을 집어넣고 샤워장에 들어가면서 수영도구를 챙겼다. 수영복, 수모, 수경, 세 가지만 있으면 된다.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수경이 없다. 수경은 수영장에서 빌릴 수도 없다. 도수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디옵트 지수가 아주 높은. 어젯밤 수영도구를 챙길 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나의 멍청함에 짜증이 몰려왔다. 준비물이라고 해봐야 고작 세 개, 그걸 못 챙긴단 말인가?


샤워라도 하자, 샴푸와 수건은 챙겨 왔다. 따뜻한 물이 몸을 덥혔다. 샤워기에서 쏟아져 내린 물이 몸뿐만 아니라 나의 생각도 씻겨 준 것일까? 짜증과 분노, 무기력, 자책감이 조금씩 하수구로 빠져나갔다.


나는 나에게 관대해지기로 했다. 오늘은 수영 말고 다른 방식으로 월요일 아침을 즐기라고 누군가 내게 선물을 줬다. 커피숍에 가서 낙동강 풍경과 초록을 보며 시간을 보내자. 샤워를 끝내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아침 7시경, 평소에는 빈자리가 없던 카페에 두 테이블만 점령당했다. 혼자 노트북을 켜놓고 글 쓰는 사람, 다른 테이블은 아침부터 왁자지껄하다. 남자 한 명에 여성 세 명이 통으로 펼쳐진 풍경을 마주하며 연예인 이야기, '나는 솔로' 등장인물평으로 하하 호호 즐겁다. 도대체 무슨 조합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들도 그런 생각을 하겠지.


이 시간에 멍하게 풍경을 바라보는 저 남자는 자기 자신의 삶에게 저렇게 관대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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