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강사로 용돈은 번다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by 필우

"새로 지은 주민센터의 시멘트 냄새가 코 끝을 맴돈다. 강의시간이 다가오면서 냄새는 향기로 변하고 있다. 내가 3층 회의실에 도착했을 때는 5명이 앉아 있었는데 수강생이 한두 명 씩 들어오면서 공기가 달라지고 있다. 사람 향기가 번지고 공간에 생기가 돈다. 오후 두 시에 시작하는 책 읽기 강의에는 눈대중으로 세어봐도 스무 명 정도의 수강생이 참석했다. 최근 강의 중 가장 많은 숫자다.


놀랍게도 내가 발간한 책을 가지고 온 주민도 있다. 주민센터에서 홍보를 잘해 준 덕분이다. 독서 관련 명언과 함께 정성스럽게 사인을 해줘야겠다. 입구에 부착된 홍보 포스터에는 기술경영학 박사학위 취득과 부경대학교 겸임교수 경력도 표시되었다. 좀 있어 보인다. 직장 다닐 때 책 펴내고 학위 취득한 보람이 있다. 이제 슬슬 강의를 시작해야겠다."


퇴직 후 주민센터에서 독서 강의를 하는 내 모습을 미리 그려보았습니다.


강의 내용은 체계적인 독서 방법과 글 쓰기입니다. 저는 제 소개부터 시작할 것입니다. 제가 읽은 책 2천 권(지금까지는 1,100권)을 한 장의 켄트지에 그려 놓은 독서지도를 보여주면 일단 기선 제압, 그다음부터 수강생들은 저의 이야기에 솔깃할 것입니다. 독서가 저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독서의 중요성을 증명해줍니다. 저는 체계적인 독서 방법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제가 쓴 책도 소개할 것입니다.


강사료는 행사 주최기관의 성격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저의 생계를 강의료에 맡기는 것은 아닙니다. 강의료때문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강의료는 제 자신의 여유를 위해 사용할 것입니다. 돈보다는 시간과 열정을 강의에 쏟을 수 있다는 것이 저는 더 좋습니다. 강의를 더해 갈수록 콘텐츠는 풍부해질 것입니다. 제게는 유튜버도 있고 브런치라는 플랫폼도 있으니 무기는 충분합니다.


나는 독서와 관련된 책만 세어보면 수십 권을 읽었지만 기억에 남는 책 중 하나는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입니다. 사실 내용보다는 책 제목이 가장 강력하게 와 닿았습니다. 그 제목을 다른 작가의 명언으로부터 가져와서 사용했으니, 그의 천재적인 편집력이 부러울 뿐입니다.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카프카)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생각이 에너지다'라는 광고문구로 유명한 박웅현 작가는 '내가 읽은 책들은 나의 도끼였다.'라고 고백합니다. 카프카의 말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보이는 <책은 도끼다>라는 책은 자신이 받은 울림을 공유하고자 펴낸 책이라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저자는 '책 들여다보기'라는 주제로 2011년 2월부터 6월까진 진행한 인문학 강독회 내용을 이 책에 정리하였습니다. 김훈, 알랭 드 보통, 김화영, 알베르 까뮈, 밀란 쿤데라, 니코스 카잔차키스, 톨스토이의 작품을 저자는 깊이 들여다봅니다.


저자는 그중에서 <그리스인 조르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안나 카레니나> 작품을 완전히 풀어헤쳐놓고 많은 부분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일상생활 속의 비유를 들어 설명합니다. <그리스인...>과 <참을 수 없는...>은 저도 두 번 이상 읽어본 작품이라서 많은 부분에서 공감했습니다. 더불어, 저자의 감각적이면서 분석적인 안내에 이끌려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는 동안, 2011년 발행되어 아직까지 독자들로부터 꾸준하게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를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첫 번째는 강연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음으로써 대화체 사용이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독자들에게 다독의 부담을 덜어 주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책에 대한 책'에서는 많은 책을 소개해 주겠다는 저자의 과도한 의욕으로 보통 수십 권의 책이 지면으로 쏟아집니다. 이에 반하여 저자는 깊이 있는 책 몇 권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나머지는 간단하게 소개하였습니다.


마지막 이유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입니다. 바로 '책은 도끼다'라는 책 제목입니다. 광고전문가로서의 통찰력이 발휘된 부분입니다. 저자는 머리를 후려치는 벼락같은 제목에 끌려 책을 구입한 독자를 잠에서 깨우고 독자의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뜨립니다.


책에 대한 저자의 접근방식과 해석이 전략적이면서 명쾌합니다. 부럽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책을 읽고 느낌을 기록해왔지만 '책은 이것이다.'라고 정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 책을 읽어야 하는지 나 자신에게 설명할 수 있지만 타인을 설득하지 못합니다. 공부가 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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