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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우 Oct 27. 2022

팀장의 태도,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유선경의 <어른의 어휘력>

직장생활의 가장 큰 전환점은 팀장이 되는 것입니다. 팀장이 되면 직장생활의 관점이 달라집니다. 팀원은 내게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 됩니다. 팀장은 다릅니다. 팀장은 팀 전체의 목표와 성과를 염두에 두고 팀을 끌어나가야 합니다. 팀장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사람과의 관계를 조정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20년 넘게 팀원으로 근무하였습니다. 일렬로 놓인 책상의 제일 마지막에서 한 칸 한 칸 위쪽으로 옮겨가며 소원했습니다, 저 자리는 앉아보고 퇴직해야지! 마침내 가시밭길을 뚫고 팀장 자리에 앉았습니다.


처음으로 팀장이 되었을 때 저는 무척 잘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팀원이었을 때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는 하지 말아야지'하는 것들을 하나씩 실천했습니다. 그동안 실수도 하고 잘못도 있었습니다. 네 번 정도 부서를 옮기고 구성원을 바꿔가며 생활하다 보니 어느 정도 팀장의 태도가 자리 잡았습니다.


팀장이 되면 해야 할 것


해야 할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팀원으로 있을 때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결재자의 뜻을 파악하는 일이었습니다. 결재자는 선택지 가운데 자기 마음속에 결정한 것이 있음에도 이리저리 직원을 떠보면서 결재를 반려하고 불필요한 자료를 요구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제 앞에서는 '좋아. 그렇게 해'라고 말하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그 녀석이 아주 건방져'라고 말한 상사도 있었습니다. 꽤 친했던 상사였는데 그 분과는 아직까지 소원합니다.


'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하라.' 팀원이 내 결정과 다르다면 설득을 하고 그래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 팀원의 말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문제든 담당자가 팀장보다 더 고민하고 판단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책임은 내가 질 테니 내 말 대로 해',라고 윽박지르는 경우도 있지만 저는 이것도 잘못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사안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감사를 받게 되면 담당자가 가장 무거운 벌을 받고 책임자는 한 단계 낮은 처벌을 받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결재 과정에서 팀장은 마음속 의도를 숨기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팀원과 업무를 논의해야 합니다. 팀원이 팀장의 의도를 알지 못해 시간낭비를 하지 않도록 배려하라는 것입니다. 팀원이 눈치가 빨라 미리 알아서 처리해주면 좋겠지만, '눈치 빠른 직원은 모두 좋은 팀원'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술 잘 마시는 직원은 모두 일 잘한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두 번째는 귀를 열어두는 것입니다. 직원에게 관심을 가지라는 의미입니다. 직원의 말과 행동 습관도 살펴보고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십시오. 팀장이었을 때 직원으로터 지적받은 적이 있습니다. 팀원 중 한 명이 이런저런 일로 속상한 상태인데, 알고 있느냐고 제게 물었습니다. 저는 미안했습니다.


귀를 열어두고 직원들의 업무부담 정도나 감정 상태를 파악하고 있으면 새로운 업무를 지시하거나 협조를 부탁할 때 조화롭게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요즘 업무가 많이 힘들지?, 집에 무슨 일 있어?' 직접 대놓고 물어봐서 문제를 파악하는 것은 역효과를 냅니다.


세 번째는 '직원들을 대신해서 욕을 먹어라.'입니다. 조직에 대한 직원들의 헌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간부에게 칭찬받을 일은 직원들이 보고를 하고, 욕 들어 먹을 일이 있으면 팀장이 가야 합니다. 팀장이 직접 발로 뛰어 성과를 낸 업무가 아니면 직원이 칭찬받는 게 맞습니다. 잘못된 일이 있으면 팀장이 미리 챙기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세 번째 사항은 말만큼 쉽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실행하게 되면 팀원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팀원이 너무 심한 질책을 받아 창창한 앞날에 기가 꺾일 것을 우려합니다. 혹시라도 직장 근무 초반에 받은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팀장이 되면 하지 말아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첫 번째는 '팀장이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현안 업무 논의를 위한 간부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팀원으로서 저는 배석 자리에서 회의 진행상황을 모니터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디어를 모아봤지만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고 있을 때 간부가 제게 질문을 했습니다. 저는 평소 그 업무의 추진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던 덕분에 명쾌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회의는 잘 끝났습니다.


잘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한 회의는 제 자리에 돌아와서 박살 났습니다. 팀장이 저를 불러 자기도 몰랐던 사실에 대하여 해법을 제시한 것에 대하여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솔직히 그분의 분노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 뒤로 잘난 체를 하지 않으려 했으며, 공식적인 회의에서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팀장이 모든 것을 알 수 없습니다. 알려고 할수록 팀원들은 괴롭습니다. 팀장은 큰 틀에서 업무를 이해하고 경험을 바탕으로 업무 과정에서 놓치는 것은 없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자신이 직접 보고할 상황이면 좀 더 들여다보는 게 좋습니다. 팀원들이 제일 잘 알고 전문가다,라고 치켜세워주고 독려하는 것이 팀장이 할 일입니다.


두 번째는 팀원을 가려서 받지 말라는 것입니다. 팀장이 부서를 옮길 때마다 자신이 근무했던 팀원을 데려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직원들이 자리를 옮길 시점이 되면 여기 저기 수소문해서 일 잘하는 직원, 눈치 빠른 직원, 술 잘 마시는 직원을 데려오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반대입니다.


인사부서에서 발령받은 직원과 함께 새롭게 호흡을 맞추고 조화롭게 업무를 추진하면 됩니다. 팀원의 역량을 발견하고 개발하는 것이 팀장의 임무입니다. 성과만 중요시한다면 일 잘하는 직원을 데리고 와서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달려야 하겠지만 직장은 그런 곳이 아닙니다. 투입과 산출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곳입니다. 저는 여기서 성장하고 싶고, 누군가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말을 많이 하지 말고 조심해서 사용하라'입니다. 이 내용은 얼마 전에 읽은 <어른의 어휘력>이라는 책으로 대신합니다.


유선경의 <어른의 어휘력>


어휘력의 사전적 의미는 '어휘를 마음대로 부리어 쓸 수 있는 능력'입니다. 저자는 책의 표지에서 '말에 품격을 더하고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힘'이라고 정의합니다. <여는 글>에서 저자는 어휘력에 대해 한번 더 강조합니다.


"어휘력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힘이자 대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며, 어휘력을 키운다는 것은 이러한 힘과 시각을 기르는 것이다. 동시에 자신의 말이 상대의 감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야 '어른'다운 어휘력이다. 이 책의 제목을 <어른의 어휘력>으로 삼은 배경이다."


총 4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어휘력의 중요성과 어휘력을 키우는 방법, 잘 활용된 어휘의 예시들을 보여줍니다.


"글쓰기가 업(業)인 사람에게는 더 이상 해석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정확한 어휘와 표현을 찾는 것이 목표다. (중략) 찾아 헤매는 동안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점점 더 명확해진다는 것이다. 마치 생각만 어휘를 찾아 가는 게 아니라 어휘도 생각을 찾아와 중간 어디쯤에서 극적으로 만나 부둥켜안는 것 같다."


정확한 어휘와 표현을 찾는 것은 작가만의 몫은 아닙니다. 말과 글을 통하여 타인과 소통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됩니다. 저자는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표현이 과격할 뿐 아니라 분수 없'는 예시를 들려줍니다. 인격적인 모욕과 차별적인 표현들, 물건이나 동물에게 어울리는 언어를 인간에게 사용한 예시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소위 유식하고 교양 있다는 사람들이 인격을 갖추지 못한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 인격은 기본적인 어휘를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상대에게 어떤 의도로 쓰는지에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낱말의 사전적인 의미를 제대로 표기해주고 평소 우리가 보지 못했던 깊은 속사정을 가진 아름다운 우리말을 문장 속에 담아서 소개해 준다는 것입니다. 안 좋은 점은 읽을 때뿐이라는 것입니다. 적바림(명사, 나중에 참고하기 위하여 글로 간단히 적어둠. 또는 그런 기록)해 두었다 해도 내가 언제 사용할 일이 있겠습니까?


저자의 말에 따르면, 어른다운 어휘력은 깊은 생각과 감정에서 오는 것입니다. 생각이 어휘를 찾고 그 어휘가 다시 생각을 형성하면서 나의 세계가 틀을 잡아가는 것입니다. 나의 어휘력은 어디쯤 왔을까요? 언제쯤 어른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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