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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우 Apr 01. 2023

60세 이상, 부산에서 5명 중 1명은 근무 중

대접은 받고 싶고, 나이는 많고 


60, 너무 젊다


얼마 전 퇴직 선배를 만났다. 그분은 현재 일을 하지 않고 연금으로 생활하는 분이다. 그분이 말하시길 '사회에 나와보니 육십이란 나이가 너무너무 젊다.'라고 토로하셨다. 이제 퇴직 후에도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퇴직자가 일할 의사 있다고 해서 기업체가 받아 주는 것은 아니다. 이력서만 써내다가 세월을 보낼 수도 있다. 여기서 욕구의 비대칭이 발생한다. 퇴직자는 근무했을 때의 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다른 일터에서도 인정받기를 원한다. 퇴직 전 직장에서 간부로 근무했던 것만 생각하고 재취업할 때도 관리자가 되길 원한다. 


기업체에서는 시니어 인력을 채용하면서 높은 자리에  앉힐 생각이 없다. 퇴직자의 전 근무지를 상대하는 업무를 맡기거나 단순 노무나 제조 업무를 맡기고 싶어 한다. 기존의 직원들이 간부 자리가 하나 생기기만을 기대하면서 몸과 혼을 갈아 넣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영화 <인턴>(2015)은 현실 세계가 아니다. 경험 많은 노신사 벤(로버트 드 니로)이 열정으로 가득 찬 CEO 줄스(앤 해서웨이)의 비서가 될 확률은 '0'이다. 벤은 '경험은 늙지 않아요, 경험은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했다. 맞는 말이다. 다만, 그 경험을 가진 시니어는 늙고 시대에 뒤떨어지기 일쑤다. 그는 맥도널드 매장 안 키오스크 앞에서 뒷사람의 눈총을 받기도 한다. 또한, 젊은 세대는 그 경험을 듣고 있을 시간이 없다.


영화 <인턴> 스틸 컷


<오늘 남편이 퇴직했습니다>의 저자 박경옥은 일을 하고 싶으면 솔직하게 다음 사항을 체크해 보라고 한다. 이력서를 낸 분야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그 분야 사람을 잘 알고 있는지, 그 일을 한다면 어떤 어려움을 막아낼 수 있는지. 


나도 창업기업을 도와주거나 민원해결을 위해 나서 준 적은 있었다.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과연 월급을 주면서까지 나를 고용해 줄까? 내가 예상하는 답은 '아니요'이다. 그래도 농담 삼아 퇴임하시면 사무실 하나는 내 드려야죠, 하는 후배가 있다. 김대표 고마워, 열심히 해 볼께. 


기대 임금의 비대칭성


임금에서도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퇴직자는 희망임금의 기준을 퇴직 전 업체에서 받던 금액으로 둔다. 시니어를 직원으로 채용하는 회사의 생각은 다르다. 임금을 책정할 때 퇴직자의 경력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현재 기업체가 가진 봉급 기준에서 얼마만큼의 쓰임새가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계약직, 그중 시간 단위 계약사원으로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


부산상공회의소의 조사(2023.3월)에 의하면 시니어가 재취업 시 희망하는 임금은 월평균 368만 원이지만 부산지역의 기업이 그들에게 지급하는 임금은 296만 원이라고 한다. 70만 원 이상 차이가 난다. 


지역 고령자와 기업 간의 월평균 희망 임금 비교(부산상공회의소, 2023)



퇴직자와 기업체 채용담당자 사이에서 생각의 차이가 발생한다. 두 사람간의 다툼에서 누가 승자가 될까? 당연히 퇴직자를 고용하는 기업체다. 시니어 세대는 생각과 현실이 다른 부조화를 온전히 감내해야 한다. 


전국 평균보다 더 많이 일하는 부산


부산에서 일을 하고 있는 55세 이상 근로자 200명에게 물었다(조사기관: 부산상공회의소).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재무적 요인, 즉 자금마련이 1순위(49.5%)였다. 그 외에 사회적 관계 지속, 일하는 즐거움이라고 응답했다.


조사기관은 재무적 요인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물었다. 돈이 필요한 이유는 생계비 확보가 70.7%에 달했다. 나머지는 자본금 확보, 부채상환을 이유로 들었다. 자녀부양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9.1%에 달했다. 돈이 필요한 이유 중 '생계비 확보와 자녀부양'이라는 대목에서 마음이 편치 않다. 


사람은 몇 살까지 일을 해야 할까? 한국 사회에서 정년은 60세다. 부산 지역의 취업자 중 60세 이상 비중은 21.9%이다(통계청, 2021년 기준). 5명 중 1명은 정년퇴직 이후에도 직장을 다니고 있다고 보면 된다. 베이비 부머 세대는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 1955년생부터 1963년생까지, 부산에 거주하는 시니어 53만 6천 명 중 26만 8천 명이 근로소득자다(부산시 통계, 2020년 기준)


60세 이상 취업자 비중(부산상공회의소, 2023)



이왕에 일을 하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선택권을 내가 가지기를 원한다. 쉽지 않겠지만 준비해보려고 한다. 아직 시간은 내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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