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Yet to come!

조정진의 <임계장 이야기>

by 필우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문에서 이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언젠가 이 문장으로 글을 한 편 쓸날이 오게 될 줄 알았습니다. 'The best is yet to come. 최고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말은 미래의 나를 위해 현재 분발할 것을 요구합니다. 제가 가진 불우한 환경과 불만, 스트레스는 도약을 위한 발 받침대에 불과합니다. 그럼 도대체 저의 최고의 날은 언제일까요? 제 계획상 최고의 날은 육십 세부터 칠십 세까지입니다.


최고의 날을 위해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 건강과 돈이다.


건강은 심리적 건강과 육체적 건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심리적 건강을 위해서는 노년에 관한 책을 읽음으로써 간접 경험을 축적할 수 있겠습니다. 독서와 글쓰기, 명상을 통해서 모욕과 차별을 극복할 수 있는 자존감을 충전시킬 수 있습니다.


육체적 건강을 위해서는 평생을 함께 할 두세 가지 운동을 익혀둬야 합니다. 저는 30대 후반부터 수영을 시작했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은 수영이라고 저는 주저 없이 말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요가 겸 스트레칭을 하고 있습니다. 정신을 깨우기 전 몸을 먼저 깨우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근력을 강화하기 위해 헬스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재정적 안정을 위한 수입은 단기적인 것과 장기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단기적인 수입은 전문가 회의 수당이나 강연 수입 등 부정기적인 벌이를 이야기합니다. 전문가로서 회의와 컨설팅 수당을 받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격을 갖추어야 합니다. 저는 박사학위를 하나 받았습니다. 2016년부터 공부를 시작해서 3년 만에 기술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기술경영학은 경영분야와 기술분야에 두루 통용될 수 있는 학문입니다.


단기적인 벌이 중, 대표적인 것으로 강연 수입도 있습니다. 저는 20여 년 동안 1천 권 넘게 책을 읽었습니다. 읽은 책의 느낌을 기록해 둔 독서노트가 있습니다. 독서 경험을 살려 독서 방법론에 관한 책을 쓰려고 합니다. 출판 서적을 자산으로 하여 강연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장기적인 벌이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유튜버 광고 수익입니다. 북튜버는 지난해 4월부터 시작했습니다. 광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1년 이내) 구독자 1천 명, 동영상 상영시간 4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채널 개설한 지 일년 반이 되었지만 아직 근처도 못 갔습니다. 독서 경력이 있으니 이를 무기로 깊이 있고 유용한 동영상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누구에게나 멀지 않은 미래에 닥칠 일 중 하나는 죽음입니다. 건물주도 사업주도 아닌 직장인은 죽음 전에 이와 맞먹는 충격적인 일을 당하게 됩니다. 바로 '퇴직'입니다. 퇴직, 이라고 발음하고 나면 누군가의 입에서 뱉어져 버린, 버림받은 기분입니다. 몇 년 후 닥칠 상황을 저는 짐작만 할 뿐입니다. 선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제일 먼저 은행에서 대출을 갚으라고 연락이 온다고 합니다. 인간관계는 점점 멀어지고 사라질 것입니다. 저의 휴대폰은 고장 난 것처럼 죽어 있을 것입니다. 천 원짜리 한 장, 만 원짜리 한 장이 천금 같을 것입니다. 얼마 전 읽었던 <임계장 이야기>를 되새기면서 퇴직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조정진의 <임계장 이야기>


'임시 계약직 노인장’을 줄여서 ‘임.계.장.’이라고 부릅니다. ‘고.다.자.’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고르기도 쉽고 다루기도 쉽고 자르기도 쉽다는 말입니다.


<임계장 이야기>(후나미타스)는 공기업에서 정규직으로 정년퇴직한 저자가 임시 계약직으로 근무한 일터의 경험을 적은 글입니다. 퇴직 후에도 자녀 한 명은 아직 품에 있었고 부부의 생계는 계속되어야 했습니다.


저자(조정진)가 2016년 6월부터 2018년 8월까지 근무한 직장은 네 곳입니다. 버스터미널 배차요원, 아파트 경비원, 건물 경비원, 버스터미널 보안요원으로 근무했습니다. 저자에게 ‘배차, 경비, 보안’은 허울 좋은 치장에 불과했습니다. 이 단어에는 청소, 심부름, 수리, 주차 안내, 쓰레기 분리, 택배, 조경 관리에 더하여 사람대접받기를 포기해야 하는 일까지 포함되었습니다.


‘사람대접받기를 포기한다.’는 말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아파트 경비만 10년 넘게 한 선배가 저자에게 해준 충고를 들어보면 무슨 말인지 알게 됩니다. 저자가 입주민의 ‘갑질’로 힘들어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자네는 경비원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그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네. (생략)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런 초소에서 잘 수 있겠어? 사람이라면 어떻게 석면 가루가 날리는 지하실에서 밥을 먹을 수 있겠는가? 자네가 사람으로 대접받을 생각으로 이 아파트에 왔다면 내일이라도 떠나게. 아파트 경비원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경비원은 할 수가 없어”


저자는 이 말을 듣는 순간, 고통에서 해방되는 기분을 느꼈다고 합니다.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하더라도 서러워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이때까지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선배의 충고도 어처구니없지만 이 말을 듣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고 각오를 다졌다는 말에 저는 기가 찼습니다.


이 책은 두 가지 문제, 즉 임시 계약직과 노인 노동자에 대한 문제가 섞였습니다. 계약직 문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인식과 처우가 많이 개선되었지만 ‘임시’ 계약직 문제는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 고스란히 숨어있습니다. 용역회사의 파견근로자, 하청에 재하청, 다시 재재하청을 주는 시스템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겐 ‘노동자의 권리’는 그림 속 떡입니다.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공사장의 재해와 ‘갑질’로 인한 자살사건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노인 노동자의 고충은 훨씬 심각합니다. 버스터미널에서 마스크를 지급해 달라는 저자에게 ‘얼마나 더 살라고’하면서 관리자가 핀잔을 주었습니다. 건물 경비를 하면서 추위 때문에 두꺼운 옷이 필요하다는 말에 ‘노인도 추위를 탑니까?’라고 되묻습니다. 일터에서 노인에게 가해지는 모욕은 일상입니다.


저자는 ‘나는 젊을 때 같으면 이런 일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를 먹은 지금은 견뎌낸다. 육체적 고단함도, 정신적 학대도 나이를 먹으니 견딜 수 있게 됐다. 나이에는 그런 힘이 있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누구든 육체적, 정신적 학대를 가해서도 안 되고, 누구든 학대받고 살아서는 안 됩니다. 더군다나 나이에 '그런 학대를 이기는 힘'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저자의 말에 다시 한번 절망했습니다.


제도를 고친다고는 하지만 지금 당장의 해결책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제가 제안하는 것은 ‘관심’이다. 제가 매일 대하는 경비원과 청소원의 불편함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배려하고 고쳐나가는 것입니다. 제가 경비원을 관리하거나 고용하는 입장에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을 것입니다.


노인장 말고 노익장


‘스키피오’라는 젊은이가 정치가 ‘카토’를 방문하여 노년에 관하여 질문하는 책이 있습니다. 키케로의 <노년에 관하여>라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키케로(BC 106~43년)는 노인이 되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몇 가지에 대하여 조목조목 반박합니다.


노년이 되면 일을 할 수 없고, 쾌락을 즐길 수 없다고 청년은 말합니다. 이에 대하여 키케로는 노년이 되면 육체의 힘이 아니라 사려 깊음과 영향력, 판단력에 의지하게 되고 청장년이 하는 일과 노년이 하는 일은 다르다고 합니다. 또한 ‘몰두할 수 있는 연구나 학문’을 통해서 충분히 즐거운 노년을 보낼 수 있다고 충고합니다.


사회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로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제 문제입니다. 기원전 로마의 정치가는 내게 노인장 말고 노익장이 돼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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