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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독쌤 Aug 30. 2018

고등학교 교과서의 비밀

고등 교과서의 언어 수준과 읽기능력

상급 학교로 진학하면서 아이들의 성적이 요동을 치는 이유교과서의 난도 차이 때문입니다.

중등, 고등 교과서의 난도를 감당하지 못하면 성적이 떨어지고, 그렇지 않으면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되는 거죠.

교과서의 언어 수준이 높아질수록 공부가 어려워집니다.

중학교 진학시 일어나는 성적 변동에 대해서는 '01화. 초등 우등생 90%는 왜 몰락하는가 https://brunch.co.kr/@bookguru/4 )'에서 이미 다룬 바가 있습니다. 오늘은 고등학교 진학시 발생하는 성적 변동에 대해 교과서의 언어 수준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양상은 다양하지만 결국은 읽기능력


고등 1학년 중간고사가 끝난 교실에 들어가보면 아이들의 성적은 말 그대로 혼돈 그 자체입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아이들의 성적을 통에 넣고 마구 뒤흔들어놓은 것 같습니다. 중학교 때 전교 10~20등 했던 아이가 전교 100등 밖으로 밀려나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납니다.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들의 양상도 다양합니다.


중학생 때와 다름없는 방식으로 공부하고

경쟁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학습 회피 상태에 빠지는가 하면

열심히 해봤는데 성적이 나오지 않아 반포기 상태에 빠지기도 합니다


물론 이렇게 성적이 떨어지는 데는 읽기능력 외에도 멘탈, 공부 요령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합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성적 변화 요인이 다양해졌음에도 읽기능력이 성적에 끼치는 영향력은 도리어 더 커졌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변인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성적에 끼치는 읽기능력의 영향력은 절대적입니다.


언어능력이 낮은데 
공부를 잘하는 중학생은
간혹 있습니다

언어능력이 낮은데도
공부를 잘하는 고등학생은
아예 없습니다

 

읽기능력이 낮은 고등학생이 공부를 잘할 확률은 0%인 겁니다.

교육계의 오랜 격언(?) '초등 성적은 엄마 성적, 중등 성적은 학원 성적, 고등 성적은 학생 성적''학생 성적'이 바로 아이의 읽기능력을 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죠.


고등학교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언어능력이 필요합니다. 수치적으로 말씀드리면 수능 국어영역 기준으로 최소한 70점은 나와야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는 거죠. 그보다 점수가 높게 잡히면 잡힐수록, 다시 말해 읽기능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고등학교 공부를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아이들을 '공부머리가 좋다'고 말합니다.



고등 교과서의 격이 다른 클래스

고등학교 교과서의 언어 수준은 사실상 성인 수준과 같습니다. 

언어 수준의 관점에서 볼 때 중등 교과서는 초등 교과서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논리가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읽고 이해하는 기본 메커니즘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글을 찬찬히 이해하면서 따라갈 수 있으면 됩니다.

그런데 언어 수준이 성인 도서 수준과 별 다르지 않은 고등 교과서는 이런 방식으로는 읽고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고등 1학년 과학 교과서의 일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생명 가능 지대란 항성의 둘레에서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거리의 범위를 뜻한다. 생명 가능 지대에 있는 행성과 위성에는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생명 가능 지대는 항성의 질량이 클 경우 보다 먼 거리에 넓게 형성되고, 항성의 질량이 작을 경우 보다 가까운 거리에 좁게 형성된다. 태양계에서 생명 가능 지대는 금성과 화성 사이에 놓여있다. 


≪고등학교 지구과학I≫ 중에서


어떤가요? 읽는 즉시 정확하게 이해가 되시나요, 아니면 알듯말듯 하신가요?


이 글을 읽고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상당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거리의 범위’‘항성의 질량이 클 경우 보다 먼 거리에 넓게 형성되고, 항성의 질량이 작을 경우 보다 가까운 거리에 좁게 형성된다’가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식입니다.


단어 하나가 아니라 덩어리 표현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죠. 이런 걸 ‘논리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나라 중고등학생 중 상당수가 이런 식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려면
활자를 읽는 동안
활발하게
사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공부의 시작이고 끝입니다
읽기능력이 높다는 것은 글을 읽으면서 활발하게 사고할 수 있다는 걸 뜻합니다.

고등 교과서 정도의 언어 수준을 가진 책은 활자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방식으로는 해석이 불가능합니다.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거리의 범위’를 문장 그대로 의미 해석을 해버리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는 거죠. ‘물은 액체잖아. 그런데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거리는 또 뭐야? 거리랑 액체는 무슨 상관이지?’ 하는 식이 돼버리는 겁니다.


공부를 잘하려면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거리의 범위’라는 표현을 읽는 순간, 즉각적으로 이것이 온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은 0°C 이하가 되면 고체인 얼음이 되고, 100°C 이상이면 기체인 수증기가 되니까요. 물은 0°C에서 100°C 사이에 액체 상태로 존재하죠. 동시에 이 온도를 결정하는 것이 항성과의 거리라는 것도 즉시 떠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사실이나 지식을 가져와서 사고해야만 해석할 수 있는 글.

이것이 바로 중등 이전 교과서와는 다른, 고등 교과서의 언어 수준입니다. 


성인 수준의 글을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 관련 지식을 원활하게 동원해서 사고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항성은 스스로 빛을 내는 뜨거운 천체입니다. 태양이 대표적이죠. 항성과 가까우면 물은 기체인 수증기가 돼버릴 겁니다. 멀면 고체인 얼음이 되겠죠. 이렇게 해석을 끝내고 나면 머릿속에 아래와 같은 그림 하나가 떠오릅니다.


글을 읽는 즉시 그 내용을 개념화할 수 있어야 공부를 원활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읽기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거리의 범위’라는 글을 읽는 순간 이 모든 사고 과정을 완료합니다. 그래서 공부를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죠. 항성의 질량에 관한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생명 가능 지대는 항성의 질량이 클 경우 보다 먼 거리에 넓게 형성되고,

항성의 질량이 작을 경우 보다 가까운 거리에 좁게 형성된다


읽기능력이 뛰어나다면 항성과 질량의 관계를 모르더라도 이 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맥을 통해 다음과 같이 유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명 가능 지대가
먼 거리에 넓게
형성된다는 것은? 

항성이 그만큼
뜨겁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항성은 질량이 커질수록
뜨거워진다!


이 모든 사고 과정을 교과서를 읽으면서 동시에 해내는 아이고등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둡니다.

이 사고 과정을 원활하게 해낼 수 없는 아이는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성적이 떨어집니다. 

피할 방법이 없는 명확한 사실입니다.

고등 교과의 모든 과목들은 직접 드러나지 않는 지식 혹은 개념, 관념을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제대로 학습할 수 있습니다.


고등 교과서 수준의 복잡한 논리의 글직접 드러나지 않는 지식 혹은 개념, 관념을 활용해야 제대로 된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 국어 교과서든, 과학 교과서든, 사회 교과서든 다 마찬가지죠.

심지어 수학조차 그렇습니다. 고등 수준의 복잡한 연산 논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고도의 사고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글을 읽는 동안
내가 알고 있는
관련 정보 혹은 지식을
끌고 와서

그 내용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


이 능력을 기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책을 읽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책을 몰입해서 재미있게 읽는 것만으로도 터무니 없이 쉽게 기를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3~5시간의 독서. 

아이에게 반드시 필요한 읽기능력을 선물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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