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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Jan 06. 2024

글쓰기는 감정해우소다

엄마, 나 큰 딸이야


엄마가 가게를 오픈했는데 내가 내려가지 않았다고 서운해 했었잖아. 그때 난 임신 5개월이었어. 그리고 애 아빠는 갑작스러운 병으로 인해 심한 황달과 열이 40도를 왔다갔다하고 사경을 헤메고 있었어.

담당의사는 급하게 스케줄을 조정해서 수술 날짜를 잡아줬고 시어머님은 집에 있는 소를 돌볼사람이 없다고 올라오지 못한다 하시고 가족인 누구 하나 없이 나 혼자 수술실을 들여 보냈어.


그땐 엄마에게 다 말하지 못했어


엄마,

내가 큰 딸을 낳은 후에야 전화했다고 서운해 했잖아

아빠가 반대한 사람과 결혼을 하고 내 맘도 편치 않았어.

그 사람을 사랑해서 결혼한게 아니였으니까.

진통이 오기 시작하는 시간부터 엄마가 보고 싶었어.

아니 엄마도 나를 이렇게 아파서 낳았겠구나.

내가 진통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엄마에게 보여주기 싫었어.

엄만 또 나를 보며 마음 아파할테니까.


엄마!

엄마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돌아가시고 난 후  

나의 두 딸과 엄마의 아들 딸들인 동생들을 모두 데리고 살았어.

친정엄마가 없는 엄마의 딸들이 아들과 딸을 낳을때 내가 가서 산후조리 해줬어.

그리고 막내 아들도 대학 졸업할 때까지 데리고 있었어.


그런데, 내가 힘들어지고 바닥까지 내려갔을때 내 옆엔 아무도 없더라

혈연이라는 관계로 연결 되어 있는 가족이지만  혼자 잘 한다고 해서 모든 결과가 좋은 것이 아니야

상호 유기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동생들에게 살갑게 하지 않고 거리를 두는 내 맘도 그리 편치는 않아

하지만 비수를 꽂는 말을 이젠 그만 듣고 싶어.

큰 딸이라고 모든 걸 다 받아줘야하는 거 아니잖아





51세 연세에 뇌출혈로 돌아가신 엄마.

20대의 결혼으로 엄마와 일찍 떨어져 살게 되었던 딸.

그녀들간에 이해하지 못 했던 부분이 있었다.

아니 너무나도 알아가는 시간이 부족했다.

한 여자로서 엄마의 인생이 알고 싶기도 하지만 엄마가 딸에게 서운해하는 마음을 이해시키고 싶은  마음이다.


돌아가시기전 전화를 해서 서운해 하셨던 목소리가 맴돈다.

크리스마스 때 빨간 앙고라장갑을 사서 가재장에 몰래 숨겨두었다가 해맑은 웃음으로

나를 바라보며 건네 주셨던 엄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글쓰기는 나에게 감정해우소다.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지만 살아 내야하는 삶의 그림자로 인해

슬픔은 억압 되고 응고 되어 버렸다.

무의식의 열쇠는 글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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