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은 어릴 때 엄지손가락을 입에 물고 빨았다. 어른들께서 손을 빨면 좋지 않다고 물고 있는 손을 강제로 빼버리신다.
아이는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젖꼭지 장난감을 대신 물어주니 빨다 잠이 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빼앗겨 울다가 지쳐서 자는 걸까 장난감을 빨다가 피곤해서 자는 걸까.
안쓰러웠다.
작은 애는 잠을 잘 때 작은 베개가 꼭 옆에 있어야 했다. 도대체 왜 그 베개만 그렇게 좋아하는 걸까? 유심히 작은 애가 하는 행동을 보았다. 잠을 들기 전 베개의 모서리 뽀족한 부분을 만지며 편안함을 느낀 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느 날은 시댁에 갔는데 베개를 차에 실는다는 걸 깜박했다.
베개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울며 잠을 자지 않았다. 베개와 비슷한 모서리가 있는 이불을 찾아내어 팔에 안겨주었더니 만지작거리며 잠을 잤다.
아이들에겐 이런 애착의 대상이 하나씩은 있는 듯하다. 그런데 그걸 잃어버렸을 때는 커다란 상실감을 가지게 되고 애착 손상이 오게 된다.
상실감이란 무엇인가 잃어버린 후의 느낌이나 감정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컸던 상실감은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그 당시 엄마의 나이 51세.
뇌출혈로 쓰러지신 후 일어나지 못하셨다.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에 가자마자
의사에게 들은 말은 "사망하셨습니다."
나의 뇌 브로카 영역은 마비 상태가 왔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기분인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언제 엄마를 잃었다는 실감이 났을까?
주말이면 엄마의 산소를 찾아갔다.
엄마가 세상에 없다는 게 믿을 수가 없었다.
연인과 이별을 하면 또 다른 사람을 만나서 그 자리를 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죽음이 갈라 놓는 이별은 어느 누구도 채울 수가 없다.
엄마가 없는 그 공허함을 난 인터넷을 공부하면서 채워갔다.
날이 밝아 오는 지도 모르고 나모웹에디터에 빠져있고 포토샵을 공부하는데 삼매경이었다.
내가 상실감을 치유하는 방법은 몰입이다.
무작정 무언가를 찾아서 몰입을 하는 게 아니라
약간의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배움이 있는 몰입인듯하다. 그리고 글쓰기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감정들을 안고 살지만 그중 가장 힘든 감정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의 상실감이 아닐까?
그렇게 우린 애착이 깨지고 손상이 된다.
애착 손상이 된 나를 그냥 내버려 두면 뇌도 손상이 된다고 한다.
다시 사랑할 대상을 찾거나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픈 강력한 욕구를 느낀다는 것은 그저 우연이 아니다.
트라우마가 언어로 번역될 때, 언어는 트라우마적인 경험과 그 경험을 겪은 사람 사이를 가르는 일종의 장벽이 된다.언어에는 과거의 시련과 현재의 사이에 약간의 공간을 만들어 시련과 현재가 거리를 둘 수 있게 하는 메커니즘이 있다. 그렇게 언어는 트라우마의 생존자가 고통스러운 경험을 끊임없이 다시 경험할 가능성을 낮춰 준다" <가치있는 삶-마리 루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