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을 의식하기 위해서는 나를 다른 사람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관계는 구별이 존재하는 곳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
— 칼 구스타프 융
온전히 나를 알아간다는 건 혼자서는 안 되는 것 같아.
나는 너를 통해 알게 되고,
너와의 거리에서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 느낄 때가 있어.
인간의 무의식은 처음에는 타인과의 경계가 없다고 해
마치 아기가 엄마와 자신을 분리해내지 못하는 것처럼
그 세계에서는 고요함이 있을지 몰라도 진짜 관계는 없는 거지.
너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때,
그때부터 비로소 관계는 시작되는 것 같아.
관계는 함께 있어주는 일이기도 하지만, 각자의 자리를 지켜주는 일이기도 하니까
그 경계가 흐릿해질 때 우리는 오히려 더 쉽게 상처받게 되지
친한 친구에게도 서운해질 때가 있잖아.
난 다 털어놨는데, 그 친구는 조심스럽게 침묵하거나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일 때.
같은 마음이기를 바랐던 건데,
다름이 돌아오면 어색하고 서글퍼지잖아
그 순간, '우린 다르구나'를 느끼게 되는 거지.
그리고 그 틈 사이에 조용히 금이 가는 것 같아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말이야
우리가 같지 않다는 것, 그 틈이야말로 우리가 서로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이유가 되는 것 같아.
서로에게 틈이 있기 때문에 다가가려는 마음이 생기고
그 작은 차이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시간 속에서 관계는 조금씩 자라나는 거지.
너와 나 사이의 틈.
그건 단순한 균열이 아니라, 나무의 결이 벌어진 틈에서 또 하나의 생명이 자라나 듯,
나와 너 사이의 틈도 새로운 성장을 품은 자리가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