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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아 주는 것

by 소소


잘 안아주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더라.
너무 조심하면 어색하게 멀어지고, 괜히 긴장하면

팔이 굳어서 서로 몸이 안 맞닿게 돼.
또 너무 꽉 안으면 그건 또 숨이 막혀.

그래서 잘 안는다는 건,

상대의 반응과 거리를 맞추는 일인 것 같아.


어쩌면 안아주는 게 아니라,

서로의 리듬에 몸을 맡기면서 안기게

되는 건지도 몰라. 그 섬세한 조율 속에서야

진짜 '품'이라는 게 만들어지는 거고.









위로하는 것도 안아주는 거랑 닮은 것 같아.

누군가 힘들다고 털어놓았을 때

그 사람한테 해주는 말 한마디가, 진짜 위로가 되려면 말도 조심스러워야 하잖아.


"나, 길을 잃은 것 같아."
이 말에 그냥, "너, 잘하고 있어."
이렇게 짧게 답해버리면,

어쩔 땐 더 외로워질 수도 있어.


그 말이 틀려서가 아니라,
지금 그 사람 마음에 닿지 않아서야

위로는 말이 아니고, 맞춤이야.


그 사람 마음의 온도와 깊이,

그런 걸 슬쩍 헤아리는 눈치 같은 거지.
때로는 그냥 곁에 있어주는 것,
뭘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온도 같은 게

더 큰 위로일 수도 있어.


그러니까… 우리도 누군가 안아줄 땐,
너무 세지도, 너무 약하지도 않게,
그 사람의 리듬에 맞춰주면 좋겠다.

말로도 마음으로도.







글을 왜 쓰는지 모르겠다고 푸념 했을 때,

지인분의 말 한마디가 위로가 되었다.

나와 글과의 적정한 거리, 내 마음의 온도를 맞춰서

해 주었던 말이었다.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털어버리기 위해 쓰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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