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보내준 선물
며칠 전,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을 다시 봤어.
낮과 밤이 동시에 존재하는 풍경.
하늘은 푸른 대낮인데,
그 아래 집과 길은 밤처럼 고요하고 어두워.
너는 그림을 보며 어렵다고 말했지.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고.
그림은 늘 어렵고, 해석은 너무 철학적이라고 말했지.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우리는 왜 그림을 보면 어렵다고 하면서도,
길가에 핀 꽃은 아무 말 없이 바라볼 수 있을까?
예를 들면,
가로수 틈 사이,
매마른 나무기둥 틈새에서
작고 이름 모를 꽃 하나가 피어 있는 걸 보면
우린 말없이 핸드폰을 꺼내 찍곤 하잖아.
그게 예뻐서라기보다
어떻게든 피어 있으려는 그 자세가,
그 어두운 틈을 뚫고 나왔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마음을 건드려서.
그림을 본다는 것도
어쩌면 그 꽃을 바라보는 마음과 닮았을지 몰라.
형식이나 뜻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안에 깃든 조용한 힘,
누군가 말없이 버텨온 마음,
그게 느껴질 때 우리는 비로소 멈춰 서게 되잖아.
그림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건,
우리가 ‘이해’하려 하기 때문이야.
그런데 꽃은 그냥 ‘느끼면’ 되잖아.
예쁜가, 기특한가, 뭔가 먹먹한가.
그게 전부이고 그걸로 충분하잖아.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도,
그림자 속에서 피어난 꽃도
결국은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사람도 때론 어둠과 함께 살아간다”고.
“그 속에서도 어떻게든 피어나려는 마음이 있다”고.
나도 그랬고,
너도 그랬고,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아무도 몰랐던 틈 사이에서
조용히 버티고 있었을지 몰라.
빛도 어둠도 함께 품고 있는
그림 한 장 같은 마음으로.
그러니까 우리가 그 꽃 앞에서 멈춰 섰던 건
예뻐서가 아니라
그 마음이 나와 닮아 있어서였던 거지.
그러니,
그림을 이해하려고 하지마
너가 머무르는 시선이
너 마음을 바라보는 일의 시작이니까
그리고,
너의 틈에서 피어난 작은 꽃 하나,
그걸 보는 네 마음도
이미 조용한 그림 한 장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