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의 식탁

이웃사촌

by 소소


"언니, 나 이혼 해야 할까?"

그녀는 남편의 와이셔츠 빨래를 하려는 순간 다른여자의 립스틱이 묻어있는 걸 보았다.

야속하고 속상한 마음을 달래려하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린다.

"왜? 이제 돌지난 아이와 배속에 있는 아이는 어떻게 할건데?"

울고 있는 그녀를 달래며 현실을 직시하고 현명한 판단을 해야한다고 위로 한다.

그녀는 호매한 성격에 아량이 깊다.

그녀들은 한지붕에서 같이 살고 있다.


어느날은 건너 집에 사는 18개월된 아이가 말을 하면서 한글을 읽는 다는 소문을 듣고 천재가 우리 동네에 태어났다며 구경을 갔다.

아이를 키운 엄마는 작은 체구에 여리여리하게 생겼다. 정말 18개월된 아이가 정확하게 발음도 못하면서 책을 혼자 넘기며 한 문장씩 읽는다.


그뒤 그녀들은 자신의 아이들도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녀는 36개월이 되어 쓰고 읽고 하는 큰 딸이 기특하고 내 아이도 천재 였구나 하며 키운다.

한동네에서 한지붕 두가족이 두지붕 네가족이 되어 여름이면 마당에서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게 하고 방안에서는 열무김치에 비빔국수를 비며 먹으며 육아로 힘들었던 피로를 수다로 해결을 한다. 남편의 뒷담화에 시금치들(시댁식구)은 입가심으로 올라온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이웃사촌이라는 계를 만들었고 돌아가며 책을 전집으로 구매하고 아이들이 크면 모인 돈으로 반지와 팔찌도 하고 친자매들 처럼 지냈다.


남편들의 직장이동과 사업으로 뿔뿔이 흩어졌지만 그녀들의 모임은 계속 되었다.


4월1일 만우절, 그녀는 한 친구의 연락을 받는다.

남편이 계단 난간에 쓰러져서 수술실에 들어간다고 그뒤 그 친구의 남편은 10년여를 누워서 지냈다. 3년전 돌아가셨다.


녹록치 않은 살림에 아이들을 부모님께 맡기고 가게를 한 호매한 그녀는 둘째 아이가 자폐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고 가게를 그만둔다. 지금 그 아들은 군대도 다녀오고 대학원 진학을 해서 목사의 꿈을 꾸고 있다.

18개월에 말을 하고 글을 읽었던 아이는 예쁜 숙녀로 자라 공무원이 되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외유내강이었던 그녀는 세아이를 아주 잘 키웠다. 치매에 걸린 친정엄마를 직접간호까지 했다. 그녀는 어느날 유방암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지금은 건강을 되찾아 가는 중이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그녀들의 네 이웃의 식탁에도 고만고만한 행복이 있었고 나름나름의 불행을 가지고 있었다.


난 오늘 그녀들을 만나러 간다.

난 오늘 직장인의 합법적인 휴일 연차를 내어


그녀들을 만나러 간다


장정 5시간여의 장거리 운행이겠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드라이브를 즐길 것이다.

열무김치에 비빔국수가 먹고 싶다고 요리를 잘하는 친구에게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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