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나를 느끼게 하는 건 아니다 있는데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매 순간을 똑같은 공기를 마시고 숨을 쉬지만 어느 날,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고
놓쳐버리는 순간들이 있다.
나는 무엇을 놓치고 사는 걸까.
시간의 그림자까지도 놓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유한한 시간 속에 살기에 고통보다는 행복을 찾기를 원하고 아주 작은 기쁨을 발견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진정으로 내가 행복을 느끼고 기쁨을 느끼는 순간은 아주 짧은 시간이고 아주 사소한 것들이라는 걸 안다. 작은 기쁨이라도 행복의 질량은 크다. 자주 발견하여 하루라는 봉지안에 담고 방부제를 넣어 유통기한이 없는 행복을 봉해 놓는다.
오늘은 어제와 다른 길을 걸어가 본다.
천천히 오르막을 오른다.
자연스레 고개는 아래를 향하고 눈은 나의 발걸음에 시선이 따라간다. 언덕을 가로질러 가는 아주 작은 달팽이 하나를 발견한다.
어디로 가는 걸까?
멀고 먼 달팽이의 길을 따라가 본다.
느린 몸짓이 한없이 지루하다.
그 순간 나를 돌아본다. 가파른 길을 뛰며 숨 가쁘게 뛰어올라 가려고 재촉하며 살지는 않았을까?
그러면서 내가 놓쳐 버린 건 없을까?
잃어버린 건 없을까?
너른 빈터를 바라보는 여유를 느끼지 못하고
채우려고만 하는 마음이 느리게 가는 달팽이가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건 아닐까?
조지 오웰은 자기 삶에서 단순함의 너른 빈터를 충분히 남겨두어야만 인간 일 수 있다고 했다.
단순함의 너른 빈터는 생각을 불러오고 창의적인 상상을 만들어 내 안에 있는 잠재력을 발견하게 하는 터 일 것이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달팽이에겐 아직도 너른 빈터가 많이 남아 있다.
관망하는 자세로 다시 달팽이에게 눈을 돌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