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자소서 vol. 10
易地思之, 역지사지
상대의 관점에서 바꾸어 생각해본다는 뜻
자소서를 쓸 때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쓴다는 것은 중요하죠. 자소서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얘기죠. 첨삭자가 보기 쉽게 소제목을 달아줘라, 1 문장으로 끊어서 쓰라 등을 얘기하는데, 오늘은 그것보다 조금 더 넓은 자소서 방향과 소재를 어떻게 다루냐에 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1. 먼저 정리하고 쓰자.
많은 취준생들은 자소서를 쓰면서, 자신의 일에 대해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미리 정리해서 쓰는 경우는 잘 보지 못했습니다. 쓰면서 정리한다는 건, 그만큼 그 일에 대해 제대로 돌아보기가 쉽지 않죠. 마치 PPT 만들 때, 전체 구조와 각 페이지별로 어떤 얘기를 다룰 것인지 정하지 않고, 그냥 말하는 대로 한 장 한 장 그려나가듯 쓴다는 거니, 깊은 고민을 하기 어렵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새, 글이 자신의 관점에만 매몰되게 됩니다. 게다가 쓰고 나면 아까워서 기존의 틀을 유지한 상태에서 계속 쓰죠. 그렇게 시즌 전체를 쓰다 보니, 하반기 공채 통째로 날리게 됩니다. ㅠㅠ 자소서든 면접이든 먼저 자신의 일에 대해 한 번 정리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이게 가장 먼저입니다.
[경험 정리법 - 6 Facts 이력서; 인문학 자소서를 쓰기 전 준비]
2. 경험에 대해 회사의 관점으로 작성하기
여기서 핵심은 자소서를 회사가 좋아할 만한 것이 아닌, 회사에서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한 관점으로 써야 합니다. 이젠 채용의 패러다임과 시대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기존에 매력적이고 소위 느낌 좋은 모습을 갖추는 것보다, 정말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에 대한 것, 역량 중심으로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중고 신입'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니까요. (중고 신입이란 회사에서 일을 해보고 나서 신입으로 채용된 직원) 그럼 일을 잘하는 사람 또는 일을 해본 사람의 관점이라는 게 어떤 걸까요.
그 일을 통해 어떤 결과물과 인사이트가 있느냐
그러한 인사이트를 다른 곳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일종의 시스템이나 자신만의 패턴이 있느냐
좀 더 잘게 나눠보면 다음 4가지 단계가 있으니 자신이 쓴 자소서와 비교해보세요.
[초급] 이거 배웠어요.
학교 수업시간에서 이걸로 학점을 땄어요
00 교육 과정을 이수했어요
어학연수를 다녀왔어요
[중급] 이거 해봤어요.
00에서 인턴 하며 마케팅을 해봤어요
00 알바를 하며 판매를 해봤어요
[고급] 이거 할 줄 알아요.
마케팅 교육과 00 인턴을 통해 온라인 마케팅을 00개월 했습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온라인 마케팅 프로모션은 기획/실행할 수 있습니다.
00 판매 00개월 경험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샴푸 판매 및 현장 직원들 관리가 가능합니다.
[마스터] 이거 활용해서 이렇게 하면 돼요.
판매를 하며 상품의 정보보다는 고객의 상황을 파악해 그에 맞는 설루션을 제공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포인트를 발견했고, 미리 고객의 분석을 할 수 있는 질문 리스트를 기반으로 판매를 가이드하면 성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경험 기반 작성법 - 그 일을 해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자소서]
3. 박리다매보다 하나라도 제대로
하나의 주제에 여러 가지 경험을 묶어서 퉁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 이젠 여러 경험을 통해 매력적인 사람이다라고 포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제대로 한 가지를 어필하는 게 중요합니다. 위에 예시도 보시면, 초급/중급은 짧게 여러 개의 경험을 모아쓸 수 있겠죠. 하지만 고급/마스터 수준의 이야기를 하려면 글이 길어집니다. 글자 수 제한도 있는데, 여러 개를 쓸 수 없어요. 게다가 마스터 수준의 글을 쓰려면 고민을 많이 해야 하거든요. 이런 과정을 통해 제대로 일에 대한 시스템을 아는 사람인지 알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러니 이젠 이것도 저것도 다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어필할 필요 없습니다. 하나를 제대로 깊이 있게 바라보고 얘기할 줄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때 많이 질문하는 부분은 한 두 가지를 다루다 보면, 내가 지원하는 일과 전혀 다른 일, 또는 경쟁사의 일을 한적 있다는 것으로 쓰면 싫어할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입니다.
걱정 마세요. 제대로 설루션을 제시하고 있다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일에 대한 방향을 정확히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사에서 일해봤다거나 관련 없는 일이라고 떨어뜨린다면 그런 회사에 안 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사람을 볼 줄 모르는 곳일 테니.
3가지 기억하시고요, 자소서는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의 관점으로 작성해보시길 바랍니다.
올 겨울도 취업/재취업 준비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