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편지 11

안녕~ 잘 지냈니?
요즘 뭐 특별한 일 있었어? 나는 이번 주는 그냥 별일 없이 조용히 지나간 것 같아. 가끔은 이런 평범한 일상이 좋은 것 같다가도, 너무 똑같은 날들이 반복되면 또 괜히 일탈을 꿈꾸기도 하지~! ^^
너는 어때? 일탈을 꿈꾸는 편이야, 아니면 평온하고 안정적인 걸 더 선호해?
나는 매일매일이 특별할 필요는 없지만, 가끔은 뭔가 이벤트가 있는 게 좋은 것 같아. 그래서 일부러 도서관도 가고, 쇼핑도 하고, 언니네 집에 놀러 가기도 해. 아니면 친구들 만나러 갈 계획을 짜기도 하고! 근데 문제는...
우리 집에서 한인타운까지 나가려면 차로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는 거야. 이게 귀찮아서 안 가고 싶다가도 어느 순간 ‘아, 안 되겠다! 바람 좀 쐬야겠어!’ 이런 생각이 불쑥 들어서 갑자기 외출 준비를 시작하기도 하지.
뭔지 알지? 그 기분?! 일상에서 잠깐 탈출하고 싶은 마음 있잖아! 모든 걸 잠시 내려놓고 딱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
가끔은 매일 반복되는 일들이 나를 압박할 때가 있어.
오늘은 무슨 밥을 해야 하지? 빨래하고 청소하고, 아이들 픽업해서 숙제 봐주고, 마켓 가서 장보고 정리하고, 설거지까지… 진짜 끝이 없어. 그리고 아이들은 또 왜 그렇게 나만 찾는지 몰라.
남편도 만만치 않아. 우리 남편은 완전 집돌이거든. 코로나 때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는데, 벌써 5년째야! 집에 있는 걸 좋아해서 항상 나를 찾고, 삼시 세끼를 다 챙겨주다 보니,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 하루 종일, 일주일 내내 남편과 아이들을 챙기며 거기에만 묶여있는 기분이랄까?

요즘은 외식도 자주 못 해. 물가가 너무 올라서 우리 네 식구가 외식 한 번 하면 밥값이 장난 아니거든. 거의 일주일 마켓비 정도 나오는 것 같아! 그래서 매일 밥 해 먹이는 게 진짜 큰일이야. 메뉴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장 봐서 재료 사 오고, 정리하고, 야채 씻고 다듬고~ 진짜 할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그래서 요즘은 귀찮아서 시켜 먹는 사람들도 많고, 반찬 사다 먹기도 하고, 밀키트도 잘 나와서 그거 활용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고. 나도 아주 가끔은 밀키트로 때우기도 하는데 또 건강 생각하다 보면 집밥이 최고더라. 그러다 보니 내가 지치는 거지 뭐. 지치면 피곤하고 피곤하면 짜증이나..그럴 때면 진짜 다 내려놓고 그냥 훌쩍 나가고 싶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말이야. 다행히 남편이 집에 있고, 아이들도 이제 많이 커서 가능한 것 같아.
전에 읽었던 책에서 심리 상담가가 말한 게 생각나. 힘들 때는 내가 항상 있는 공간에서 잠깐 벗어나 보라는 거야. 꼭 멀리 가지 않아도 돼. 근처 공원이나 집 주변 한 바퀴 걷기, 아니면 그냥 가까운 커피숍에 갔다오는것도 좋고. 그렇게 잠깐 나갔다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좀 refresh 되더라고.
그러니까 과부하 걸리기 전에, 다른 사람한테 괜히 화풀이하기 전에, 스스로 나만의 공간에서 짧게라도 쉬는 게 진짜 중요한 것 같아. 그렇게 나에게 다시 시작할 힘을 주는 시간이 필요하더라고. 그런 시간이 있어야 지치지 않고 계속 갈 수 있는 거지.
내가 최근에 느낀 건데 힘들다는 신호를 무시하다 보면, 그게 결국 스트레스로 쌓여서 나중엔 몸까지 아프게 되더라고. 주변에도 스트레스 때문에 병나는 사람들 진짜 많이 봤어. 그러니까 아프기 전에 미리미리 챙겨야 해!
하루하루 작은 기쁨을 느끼면서 지치면 잠깐 쉬어가면서 말이야.
너는 어때? 혹시 너도 요즘 너 자신을 너무 다그치고 있는 건 아니야? 그러지 마~!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아끼고 사랑할 수 있다는거 알지? 우리, 이번 주도 힘내서 화이팅 해보자. 내가 함께 응원할게~
조만간 또 수다 떨자!
사랑을 듬뿍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