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편지 13
안녕! 요즘 어떻게 지내?
여기는 날씨가 참 변덕스러워. 다시 여름이 온 것처럼 낮에는 덥고, 차 안에서는 에어컨을 켜야 할 정도야. 겨울이 사라진 것 같달까? 그냥 선선한 가을 같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어. 역시 사람들이 LA 날씨 좋다고 하는 이유가 있나 봐.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볼까 고민하다가, 며칠 전에 아이들과 놀러 갔던 이야기를 들려줄게~!
그날이 마침 President’s Day라서 남편도 쉬고, 아이들도 학교를 안 가는 날이었거든. “어디로 갈까?” 하며 고민하는데, 우리 둘째 딸(8살)이 놀이동산에 가고 싶다는 거야. 그런데 문제는 첫째 아들(9살)이 롤러코스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자기는 놀이동산은 싫고 오랜만에 동물원 가고싶데.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고민 끝에 남편과 나는 각자 아이 한 명씩 맡아서 다녀오기로 결정했지.
남편 & 딸 → 놀이동산 (매직 마운틴)
나 & 아들 → 동물원 (LA Zoo)
이렇게 팀을 나눠서 각자 원하는 곳으로 가기로 했어.
우리 아들은 어릴 때부터 남자아이 치고 조용한 편이었어. 그리고 동물과 곤충을 유난히 좋아했지. 그게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았더라고. 동물원 문 열자마자 갔는데, 공휴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 많았어. 그래도 오랜만에 가는 거라 우리 둘 다 신나 있었지. 입구를 지나자마자 바다사자랑 물개(sea lion & seal)가 있는 곳이 보였는데, 갑자기 옛날 생각이 확 나는 거야. 아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동물원을 자주 갔었거든.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그때가 떠올라서 괜히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더라.
그렇게 우리의 동물원 탐험이 시작됐는데… 아들이 모든 동물을 다 보고 싶어 하는 바람에 3시간을 거의 쉬지도 않고 걸어 다녔어. 진짜 한 마리도 놓치지 않겠다는 집념으로 동물원 전역을 샅샅이 돌았지. 나중에는 오기가 생겨서 “그래! 끝까지 다 보자! 어디 한번 끝까지 가보자!” 하고 나도 불타올랐다니까? 결국 마지막엔 두 다리가 풀려서 벤치에 주저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어. (너무 열심히 걸었나 봐…ㅎ) 그래도 아들과 단둘이 오랜만에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같이 동물들을 보면서 웃고 떠들고…참 좋은 시간이었어.
동물원 투어를 끝내고 저녁으로 아들이 좋아하는 초밥집에 갔는데, 아니 이 녀석이… 이제 나만큼 먹는 거 있지! 예전에는 초밥 몇 점만 먹어도 배부르다고 했던 아이가, 이제는 나랑 누가 더 많이 먹는지 해보자는 거야~ 쪼끄맣던 아이가 이렇게 커서 이제 어른만큼 먹다니.
가끔 아이들을 보면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걸 실감해. 애들이 어릴 때는 정말 언제쯤 크려나 싶었는데.. 특히 우리 애들은 연년생이라 육아가 정말 힘들었거든. 그때 남편은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거의 독박육아였고, 매일이 전쟁 같은 날들이었어. 그 시절엔 힘들어서 이게 언제쯤 끝나려나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가 참 소중한 시간이었구나 싶어.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내가 어렸을 때를 떠올려 봤어. 난 7~8살 때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거든. 그래서인지 아이들에게도 좋은 기억을 많이 남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언젠가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아, 우리 엄마랑 아빠랑 이렇게 놀러 갔었지.” 하고 따뜻하게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야.
집에 돌아오니 우리 모두 녹초가 됐지만 남편과 딸도 둘만의 시간을 아주 제대로 즐기고 왔더라고~! 딸은 신나서 롤러코스터 탄 이야기랑 아빠랑 라면 먹은 이야기도 하면서 둘만의 좋은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고 왔더라고. 남편도 흐뭇해했어. 그래서 결론은? 이렇게 나눠서 다녀온 거 대성공! 다음번에는 반대로 엄마&딸 그리고 아빠&아들 조합으로 가보기로 했어.
이렇게 오늘은 우리 가족 이야기를 많이 했네! 들어줘서 고마워~!
너희 가족은 요즘 어때? 아이들과 퀄리티 있는 시간 잘 보내고 있니?
사실 우리도 가끔 TV나 게임만 하게 놔둘 때가 있긴 해. 엄마, 아빠도 좀 쉬어야 하니까! 그런데 그런 시간이 너무 많아지는 건 아닌지, 나도 가끔 돌아보게 돼. 그래서 일부러라도 더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중이야.
내가 또 괜히 잔소리쟁이가 된 것 같네? ㅎㅎ그냥 너랑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아서 그래~
그럼 우리 또 편지할 때까지 잘 지내고, 다음에 또 재미있는 이야기 들려줄게! 바이바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