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편지 24
며칠 전에 Mother’s Day였어. 미국에선 한국처럼 ‘어버이날’이 아니라, 5월엔 엄마의 날, 6월엔 아빠의 날이 따로 있어. 신기하지? 근데 사실… 아빠의 날은 잘 안 챙긴다는 거. 우리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렇더라고.ㅎㅎ;;
‘엄마’ 하면 누구나 가슴 한 켠이 저릿해지는 기억 하나쯤은 있잖아. 너는 어때? 엄마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뭐야?
나는 엄마를 떠올리면 가끔 마음이 찡해져. 우리 엄마는 내가 열세 살 때 남편을 잃으셨어. 초등학교 6학년, 엄마는 겨우 마흔이셨지. 지금의 나보다도 어릴 때, 어린 딸 셋을 혼자 키우셨던 거야. 신세 한탄 한번 없이 묵묵히 우리를 키우셨는데, 우리가 말하지 않으면 아빠 없이 컸다는 걸 아무도 모를 만큼 그늘 없이 자라게 해 주셨어.
그땐 엄마의 힘듦을 잘 몰랐는데, 내가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엄마의 삶이 얼마나 외롭고 고단했을지 이제야 조금 느껴져. 기댈 곳 하나 없이, 온몸으로 감당했을 그 시간들이 얼마나 막막하고 두려웠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미안하고, 또 감사해.
그런데도 엄마는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셔. 세상에, 그렇게 다 내어주고도 미안해하는 사람 엄마밖에 없을 거야. 나는 애들한테 생색 잘 내거든. 다 해줬는데 고마운 줄도 모르면 속상하고 얄미워서 막 화가 나거든. 그런데 우리 엄마는 단 한 번도 생색 내신 적이 없었어.
그래서 요즘은 엄마를 챙겨드릴 수 있다는 게 그저 감사하기만 해.
Mother’s day를 맞이해 엄마랑 우리 세 자매, 넷이서만 밤마실을 나갔어. 보통은 온 가족 다 모이는데, 이번엔 엄마랑 딸들끼리만 오붓하게 고깃집 가서 코스로 근사하게 먹고, 정말 오랜만에 노래방까지 갔어. 엄마가 좋아하면서 웃으시는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참 좋더라. '이제 우리가 엄마를 지켜드려야지'하는 생각이 든 지 오래야.
엄마의 믿음을 통해 우리 가족 모두가 하나님을 알게 되었고 엄마의 용기 덕분에 우리 가족이 아빠 없이 미국땅까지 와서 살게 되었거든. 엄마는 나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늘 내편이 되어주는 다정한 친구 같아.
나이가 드니까 엄마랑 더 친구처럼 이야기하게 되고 이해하는 부분도 많아지고, 마음도 더 가까워지더라고. 그래서 사람들이 다들 딸 낳고 싶어 하나 봐. 다행히 나도 아들 하나, 딸 하나 있는데… 우리 딸한테 자주 말해. “나중에 크면 엄마랑 데이트 많이 하자. 커피도 마시고, 쇼핑도 가자.”하고 말이야.
나도 이제 엄마라 아이들에게 꽃도 받고 카드도 받았어. 아이들이 많이 커서 엄마의 고마움도 알아주고 딸내미는 카드를 책처럼 만들어서 그림과 글로 표현한 것들을 보니 마음이 찡해지면서 감동받았지 뭐야. 키울 땐 고생이어도 이런 맛이 또 있구나 생각하게 되더라고. 엄마를 인정해 주는 말이 얼마나 좋은지 너무 느껴져서 우리 엄마에게도 인정해 드리는 말 더 많이 해드려야지 다짐했어.
너는 엄마랑 요즘 어때? 혹시 서먹하다면, 먼저 손 내밀어 봐. 엄마들은 나이 들수록 마음이 여려지고, 사소한 말에도 상처받으시더라고. 가끔 아이처럼 서운해하시고, 실수도 자주 하시지만… 우리 어릴 때 엄마가 다 품어 주신걸 생각해 봐. 이젠 우리가 그 마음을 품어드릴 차례야.
늦기 전에 더 많이 안아드리고 사랑한다고 더 자주 표현하자. 그게 우리가 해드릴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사랑이니까. 용돈도 두둑히! 알지?!
다음에 또 편지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