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편지 26
너는 솔직한 편이야? 아니면 잘 숨기는 편이야?
나는 감정에 있어서는 솔직한 편이야. 어릴 때는 특히 감정을 잘 숨기지 못했고, 그게 오히려 자랑처럼 느껴지기도 했어. 거짓말도 못하고, 속상하면 다 티가 나는 게 오히려 “난 솔직한 사람이야!” 이런 느낌? 그게 좋은 거라고만 생각했거든.
지금도 남편이랑 감정이 상하면 얼굴에 다 드러나고, 말투부터 뾰족하게 나가게 되더라고. 그러니까 남편은 내가 화났는지 금방 알아채지. 예전엔 이런 내 모습이 당연하고 괜찮은 줄 알았는데, 지금은 꼭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느껴.
요즘 MZ세대들을 보면 솔직함의 수준이 또 다른 것 같아. 속으로 생각해도 되는 말들까지 거리낌 없이 입 밖으로 툭툭 내뱉는 모습이 종종 보이잖아. 그래서 나이 많은 분들 눈에는 좀 버릇없거나 무례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 예전엔 어른들 앞에서 자기 주장하는 것만으로도 ‘되바라졌다’ 거나 ‘당돌하다’는 말을 들었던 시절이었으니까.
근데 나는, 자기 생각을 분명히 말하는 게 꼭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해. 중요한 건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는 사람을 보면 어때? 상대방의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경솔히 말해 버리는 걸 볼 때가 있어. 그리고 나중에 상대가 상처받으면 “내가 너무 솔직해서 그래~”라고 변명하지. 그런데 그건 솔직한 게 아니라 그냥 무례한 거라고 생각해. 솔직함이란 이름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감정까지 상하게 한다면 그건 그냥 이기적이고 나쁘다고 생각해.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의 의견이 맞다고 생각해서 다른 사람 생각을 무시하거나 깎아내리기도 해. 나는 그런 사람보다, 다른 의견도 존중하고 포용할 줄 아는 사람, 배려하는 사람이 훨씬 더 멋지게 느껴지더라.
그래서 요즘은 감정을 다 드러내기보다는, 조금 절제할 줄 아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자주 느껴. 말도 지혜롭게, 표현도 지혜롭게 하려면 연습이 필요하더라고. 마음만 먹는다고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는 걸 잊지 마~ 늘 사용하는 언어가 쉽게 나오고 잘 사용하지 않았던 말들은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입 밖으로 잘 안 나오거든. 나오게 하려면 자꾸 사용해 봐야 해.
예전에 읽은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라는 책에서 이런 문장을 봤어:
“기분과 태도는 별개다. 내 안에서 저절로 생기는 기분은 어찌할 수 없지만, 태도는 선택할 수 있다.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만 있다면, 우리는 충분히 좋은 태도를 선택할 수 있다.” (p.18)
“안 좋은 감정을 남에게 전달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사람, 그게 진짜 어른의 태도가 아닐까.” (p.21)
앞의 구절들처럼,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를 선택하는 거, 그게 중요한 것 같아. 나도 앞으로는 ‘솔직함’이라는 이유로 무례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진짜 멋있는 어른으로 나이 들고 싶거든. 너도 그러지?
우리 그렇게 같이 멋있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가는 거 어때? 할 수 있지?
오늘도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 다음에 또 편지할게. 바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