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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플레인해? 말아?!

일기편지 27

by 북짱



헬로~~ 잘 지냈니?



며칠 전에 정말 오랜만에 헤어샵에 다녀왔어. 내 머리는 어깨쯤 내려오는 기장이거든. 그런데 외출할 때마다 드라이기로 일일이 펴줘야 단정해 보여서 머릿결이 많이 상해버린 거야. 그래서 이번엔 큰 마음먹고 C컬 파마를 하기로 했어.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말리면 드라이기 없이도 예쁘게 스타일링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몇 년 만에 파마를 하러 갔지.




디자이너 선생님은 남자분이셨는데 정말 친절하게 이것저것 잘 설명해 주셨어. 나도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사진으로 찾아 보여드렸고. 그랬더니 예쁘게 해 주시겠다고 하시면서, 너무 짧지 않게 묶을 수 있는 정도로만 자르겠다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믿고 맡겼지. 혹시나 해서 “꼬불꼬불한 머리는 절대 싫어요!”라고 당부도 확실히 했고.




그런데 웬일이야…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짧게 잘라버리신 거야. 묶이지도 않을 정도로! 뭐, 머리야 다시 기르면 되니까 그건 괜찮았어. 그런데 문제는… C컬이 아니라 뽀글뽀글 파마가 돼버린 거 있지. 내가 딱! 싫어했던 스타일로. 정말 속상했어. 너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 것 같아?

예전에 좀 더 젊었을 때의 나였다면 아마 “이게 뭐예요?!” 하면서 컴플레인을 했을 거야. “돈을 준다고 해도 이런 머리는 못 해요!” 하며 따지고, 다시 어떻게 해줄 거냐고 물었겠지. 그리고 그럴 만도 했어. 정말 내가 원한 것과는 정반대의 머리였거든. 그런데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어. 열심히 해주신 게 느껴졌고, 면전에 대고 말이 안 나오더라고.




착한 남편과 살다 보니 내가 성격이 변한 걸까?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걸까? 아무 말도 못 하고, 오히려 감사 인사에 팁까지 다 드리고 그냥 나와버렸어. 그분은 “파마 너무 잘 나왔어요~ 정말 잘 어울리세요!” 하셨지만, 사실 나는 속으로 울고 있었지. 그 자리에서 “제가 원했던 건 이게 아닌데요…”라는 말 한마디 못한 내가, 왠지 낯설더라.




너는 컴플레인 잘하는 편이야? 제대로 된 컴플레인도 ‘능력’이라고 생각해. 내 돈 내고 손해 보거나 마음 상할 필요는 없잖아. 다만, 컴플레인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감정조절을 잘해야 해. 목소리 높이고 얼굴 붉히며 따지는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눈살이 찌푸려지고 보기 불편하잖아.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믿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태도는 주변 사람들까지 기분을 상하게 만들지.




내가 생각하는 좋은 컴플레인은, 내 이야기를 책임지고 들어줄 수 있는 사람에게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하는 거야. 그래야 나도 속이 풀리고, 상대도 기분 나쁘지 않게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정말 자잘한 일까지 다 컴플레인을 하는 사람들도 봤어. 어떤 것들은 그냥 넘어가 줄수 있는 넉넉한 마음 또한 삶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 같아. 작은 일도 넘어가지 못할때 제일 힘든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마.




나는 이번엔 좋은 컴플레인은 못했네.ㅋㅋ 집에 와서 계속 머리를 거울로 들여다보며 고민했어. “전화해서 다시 말해볼까…?” 온갖 생각이 다 들더라니까^^;;




머리 빨리 기르게 야한 생각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농담도 해봤어. 흐흐 지금은 남편도, 아이들도, 그리고 나도 이 머리에 적응 중이야. 뭐, 금방 익숙해지겠지?! 그래도 속으로는 계속 외치고 있어. “내 머리 돌리도~!”




오늘도 내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너도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잘 마무리하기를 바라며 다음에 또 편지할게~!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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