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편지 29
헬로~ 잘 지냈니?
나는 지금 아이들이랑 남편이랑 함께 Las Vegas에 와 있어. 아이들 방학이라 2박 3일 짧은 여름휴가를 내서 나왔지. LA에서 차로 4시간쯤 걸려서 생각보다 훨씬 가까워
확실히 Vegas는 날씨가 훨씬 더워서 진짜 여름이 시작됐구나를 느낄 수 있게 해 주었어. 덥다고 하기보다는 뜨겁다고 해야겠다~! 거의 호텔에만 있지만 그래도 잠깐만 나가도 100도가 넘어서 숨이 막힐 정도야. 섭씨로 하면 40도니까 얼마나 더운지 알겠지?!!
나는 스스로 여행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좋아하는 것에 비해선 많이 못 다녔더라고. ㅠㅠ 자꾸 상황 탓을 하게 되는데… 사실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가더라. 핑계를 대는 건, 어쩌면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았던 걸지도 모르지.
이번에도 모든 일정부터 호텔 예약, 짐 챙기기, 간식 준비, 수영복에 비상약까지 전부 내가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어. 그러다 보니 결국 내 수영복 상의는 챙겨놓고, 아래 입을 치마를 빼먹고 온 거 있지. ^^;; ㅎㅎㅎ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지금도 손이 많이 가는 9살 딸과 10살 아들, 그리고 두 아이만큼이나 손이 많이 가는 우리 남편님까지… 내가 셋을 모시고 살고 있지 뭐야. ㅋㅋ
사전에서 ‘뒤치다꺼리’라는 말을 찾아보면, 남의 자잘한 일을 대신 돌봐주거나 뒷수습을 해주는 일이라고 나와. 근데 나는 말이지, 남편의 회사 일 빼고는 우리 집안의 거의 모든 뒤치다꺼리를 도맡아서 하고 있어. 진짜 말 그대로 온 집안의 매니저인 셈이지. ㅠㅠ
그러다 보니 여행조차도 가끔은 다 귀찮게 느껴질 때가 있어. 나 혼자 다 준비하고, 챙기고, 치우고… 에휴. 잠깐 그런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조금 더 수고하고 부지런을 떨면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가족여행의 추억을 만들 수 있잖아. 그거면 또 할 만하더라고. ㅋㅋ
너는 요즘 누구를 위해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니? 철없는 남편? 아니면 아직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 때론 다 큰 자식들을 여전히 챙기고 계시는 부모님들도 많더라. 또 어떤 사람은 나이 드신 부모님의 일들을 돌보고 있고 말이야.
‘뒤치다꺼리’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도대체 언제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만큼 가까운 사이, 참견할 수 있는 사이만이 해줄 수 있는 일인 것 같아. 아무나 해주는 게 아니잖아. 그래서 오히려 나는, 이왕 하는 거 좋은 마음으로 하려고 해. “나 아니면 누가 해주나~” 이런 마음으로, 사랑을 꾹꾹 눌러 담아서 다시 시작해 보는 거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물론, 때론 정말 귀찮고 힘들 때도 있어. 모든 걸 내려놓고 멀리 도망가고 싶은 순간도 있지. 근데 또… 나 없으면 어떻하나 하고 신경이 쓰여. 어쩌겠어. ㅋㅋ 결국엔 내가 다시 힘을내서 열심히 도와줘야지.
그래서 말인데, 지금 누군가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어. 정말 수고 많다고, 너무 잘하고 있다고. 당신 없으면 안 된다고. 그러니 다시 힘을 내자고! 이 말은 나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야.
오늘도 이렇게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가 지나가지만, 그 속에서도 기쁨과 감사한 순간들을 찾아가며 나에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내 보는 거야.
너도 분명히 이미 잘하고 있을 거라 믿어~
또 편지할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