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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저널리즘 Dec 10. 2018

좋은 도시는 좋은 삶을 만든다

#82 《도시화 이후의 도시》 임동우 건축가

안녕하세요, 북저널리즘 에디터 곽민해입니다.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저에게 겨울은 참 힘든 계절입니다.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에 서 있을 때가 가장 춥게 느껴지고, 눈이 와서 출근길이 길어지면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기진맥진한 상태가 됩니다. 


북저널리즘 《도시화 이후의 도시》를 펴낸 임동우 건축가는 주거 지역과 일터가 완전히 분리된 서울의 구조가 문제라고 합니다. 오늘날 서울은 산업화 시대 효율적인 개발을 위해 도심 용도를 임의로 구분한 결과입니다. 정부는 여전히 도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신도시를 만들고 주거 지역을 개발합니다. 하지만 새롭게 만드는 도시가 삶의 터전이 되어 주지 못하고, 결국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고 휴식해야 한다면 시민의 삶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임동우 건축가는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 구조가 변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를 위해 사회주의 도시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사회주의 도시에서는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직장이 있습니다. 상업 시설과 편의 시설, 충분한 녹지가 집 주변에 있어 사는 곳 근처에서 소비하고 휴식하는 공동체가 만들어집니다. 


지방 도시가 무너집니다. 핵심 산업이 쇠퇴하고, 공장이 문을 닫으니 인구가 빠져나갑니다. 대도시는 높은 인구 밀도와 부동산 가격으로 신음합니다. 저자가 산업의 효율을 중시한 도시 모델이 유효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좋은 삶을 만드는 도시 공간을 이야기할 때라는 임동우 건축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봅니다.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지금, 서울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하나의 도시에 이렇게 높은 비율로 인구가 집중돼 있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산업화 시대의 모델이 유효하지 않은 이유가 뭔가?

구미, 울산 같은 지방의 중소 도시가 무너지고 있다. 대전에 살면서 주말에는 서울에서 쇼핑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전이라는 도시의 부가 외부로 유출된다. 주거 지역과 일터, 소비 지역이 분리되어 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정부는 적절한 위치에 신도시를 만들어 주택 공급을 늘릴 생각만 한다. 판교와 마곡 같은 신도시에서 기업을 유치하려고 하는 이유가 뭘까? 생산과 소비가 공존하지 않으면 지역 경제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 해법으로 사회주의 도시 모델을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것 아닌가?

자생하는 도시를 위해서는 사회주의 도시 모델의 지역 순환 경제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역 순환 경제는 지역의 생산물을 해당 지역에서 소비해서 도시의 부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모델이다. 서울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서울은 부동산 가격이 너무 높기 때문에 광범위한 도시 재생이 추진되기 어렵다. 지방의 중소 도시에서는 가능하다. 지방의 중소 도시를 중심으로 지역 순환 경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본다.  

한국의 서울은 어떤 패러다임으로 만들어진 도시인가?

서울의 확장은 신도시 확장의 과정이다. 서울은 국가 주도로 개발된 도시다. 정부는 가장 먼저 강북에 주택 공급을 늘렸고, 1970년대부터 강남 개발을 시작했다. 톱다운(Top down) 방식에는 장단점이 있다. 도시가 늘어난 인구를 빠르게 수용할 수 있었고, 짧은 시간에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정부가 도심 용도를 규정했기 때문에 불균형이 심각하다. 

어떤 불균형인가?

면적만 보면 서울은 큰 도시가 아니다. 그런데 용도별로 지역이 나뉘어 있어서 문제다. 좋은 도시라면 사는 곳에서 30분 거리 안에 일터가 있고, 원하면 걸어서 퇴근할 수 있을 정도로 유기적인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서울은 오피스 타운과 주거 지역이 분리돼 있다. 도봉구나 노원구에 가면 아파트만 많고, 테헤란로에는 기업의 고층 빌딩이 즐비하다. 일자리와 주거의 균형이 망가져 있다. 

북한의 수도 평양에도 사회주의 도시의 가치가 반영되어 있나?

한때 평양은 사회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이상적인 도시로 불렸다. 한국 전쟁 이후 평양의 재건을 담당한 건축가 김정희는 도시를 6~7개의 영역으로 나눴다. 각 영역에는 도시에 필요한 상업 시설과 주거 시설이 있고, 중심 광장이 있어 사회주의 도시의 특징인 상징성을 부각했다. 상징적인 역할을 하는 도시의 중심부와 충분한 녹지 공간, 그리고 도시 공간의 균등화를 위한 마이크로 디스트릭트가 평양에서 읽을 수 있는 사회주의 도시의 특징이다.


한국의 도시 계획에 미래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담겨 있다고 생각하나?


과거 도시 계획은 도로망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교통량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고, 도로를 만든 후에 도시를 세웠다. 한국은 여전히 과거의 도시 계획을 답습하고 있다. 최근까지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출퇴근길 통행량을 조절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시간이나 차를 타고 출근하게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그 시간을 줄이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처음부터 차를 타고 나갈 필요가 없게 설계하면 되지 않나. 지금의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기술적으로만 진보한다면, 엄밀히 말해 미래 도시라고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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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서는 여기까지만 공개합니다.


임동우

홍익대학교 도시건축대학원 교수이자 건축사무소 프라우드(PRAUD) 대표다. 2013년 뉴욕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했고,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한국관 전시에 참여했다. 2017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도시전에서 〈평양살림〉이라는 전시를 기획, 감독했다. 2019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도시전 큐레이터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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