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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저널리즘 Dec 30. 2018

장인 정신을 대량 생산 하다

#85 제주맥주 조은영 이사, 권진주 마케팅 실장

안녕하세요 북저널리즘 한주연 에디터입니다. 송년회 시즌입니다. 술자리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종은 ‘소맥’이 아닐까 싶습니다. 집에서 여유롭게 1년을 되돌아보시는 분들이라면 식탁 위에 ‘수입 맥주 네 캔’이 있을 것 같은데요.

수입 맥주와 대기업 ‘소맥’이 점령하고 있는 맥주 시장에 도전장을 낸 크래프트 맥주사가 있습니다. 2017년 8월에 출범해서 1년여 만에 크래프트 맥주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제주맥주입니다. 제주도에 본사와 양조장을 두고 있는 제주맥주는 지난 6월 ‘서울시 제주도 연남동’ 팝업 스토어를 시작으로 내륙에 제주를 소환하고 있습니다.

크래프트 맥주라고 하면 특정 지역에서 소량으로 빚은 술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탭 하우스나 브루 펍에서 즐기는 술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듯합니다. 하지만 제주맥주는 크래프트 맥주를 캔과 병에 담아 편의점에, 그리고 고깃집에 들이고 있습니다.

이들이 꿈꾸는 것은 크래프트 맥주의 대중화이자 맥주 미식 문화의 확장입니다. 제주맥주의 두 리더 조은영 이사와 권진주 마케팅 실장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왜 제주도를 거점으로 삼았나?

(조) 크래프트 맥주 사업을 시작하려 했을 때, 양조장 위치가 중요했다. 누가 어떻게 만드는 맥주인지 많은 이에게 보여 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강원도 등 여러 지역을 생각해 봤지만, 제주도보다 좋은 곳이 없었다. 매년 1400만 명 정도의 관광객이 유입되는 곳 아닌가. 물류, 유통 면에선 불리하지만, 소비자가 우리 맥주를 경험하게 하는 데에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크래프트 맥주의 특징은 좋은 원재료를 선별해서 다양한 맛을 내는 것이다. 그 과정을 알리는 것 자체가 정체성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올 6월에 운영한 ‘서울시 제주도 연남동’ 팝업 스토어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어떻게 시작된 기획인가?

(권) 유통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면서, 영업에 도움이 되는 마케팅을 하자는 것이 올해의 과제였다. 잘나가는 상권 하나만 제대로 공략하는 전략을 택했다. 동네 하나를 떠들썩하게 만들어서 점주와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고 싶었다. 사실 팝업 스토어는 상권 공략을 위한 수단이지 1차 목표는 아니었다. 내륙에 ‘제주를 소환한다’는 목표가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제주의 바다를 떠올릴 탁 트인 공간 필요했다. 연남동 경의선 숲길만큼 적합한 곳이 없었다.

팝업 스토어 자체가 새로운 마케팅 수단은 아닌 것 같다.

(조) 많은 주류 회사가 이태원, 가로수길 등지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했고 그 자체가 특이한 건 아니다. 우린 남들이 해보지 않은 독보적인 시도를 하고 싶었다. 보통 팝업 스토어가 특정 공간에서만 이루어진다면, 우리에게 팝업 스토어는 하나의 거점이었다. 공원과 연결되어 있는 거점, 상권과 어울리기 위한 거점. 우리끼리는 그래서 팝업 스토어가 아니라 ‘상권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민트색으로 연남동을 물들인다는 게 내부 슬로건이었다.

한 지역에서 활동한다는 것에는 리스크도 있지 않나?

(권) 정해진 예산을 가장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었다. SNS나 TV 광고 등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우리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구매로 연결될 가능성은 낮다. 우리가 자금이 충분해서 유명 연예인을 광고에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소비자들이 빠르게 우리 맥주를 경험하려면,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들에게 집중해서 좋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피크닉 세트를 무료로 대여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확신이 있었던 만큼 모든 마케팅 예산을 이 프로젝트에 쏟았다.

연남동에는 3주 남짓 있었는데 ‘부산시 제주도 전포동’ 팝업 스토어는 6개월이나 운영한다. 팝업 스토어라고 하기에는 기간이 너무 길지 않나?

(조) 전포동과는 친해지는 데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릴 것으로 판단했다. 어떤 분들은 매장을 내려는 것 아니냐고 오해하시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다. 그 지역에 우리를 잘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로 팝업 스토어를 하느니 가게를 내지 않겠냐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우리는 맥주를 만들어서 시장에 공급하는 회사지 매장을 운영하려는 회사가 아니다. 외식 사업이 아니라 제조와 유통에 집중한다.

우리나라에서 맥주 소비는 ‘수입 맥주 네 캔에 만원’과 ‘소맥’으로 양분되는 것 같다. 크래프트 맥주가 확산될 수 있을까?

(권)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술을 마실 때 취하는 것에 집중해서 아무래도 가성비가 중요하다. 다양한 방식으로 잘 노는 문화가 확산되었으면 한다. 그 문화에 제주맥주를 접목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매번 각각의 지역, 각각의 소비자에게 맞는 방법을 고민하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크래프트 맥주는 장인이 특정 지역에서 소량으로 만드는 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대중화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권) 크래프트 맥주의 정체성 그리고 철학은 소량이 아니라 장인 정신이다. 크래프트 맥주를 단어 그대로 직역하면 ‘손으로 만든 맥주’라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 정말 손으로 만든 술이라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애착과 장인 정신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정성으로 빚은 술을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대량 생산한다면, 그게 훨씬 더 좋은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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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서는 여기까지만 공개합니다.


제주맥주 조은영 이사(우), 권진주 마케팅 실장(좌)
조은영 이사는 금융 투자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고, 제주맥주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권진주 실장은 하이트 진로에서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 론칭을 이끈 후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두 사람은 경영, 유통, 영업, 마케팅 등 제주맥주의 모든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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