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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소식을 전해요

<www.판데모니움.net> 이야기는 어떻게 내게로 왔나

by 북레터

그립고, 감사한 브런치 이웃 작가님들, 모두 잘 지내시죠?

작년 12월, 7개월 동안 매주 수요일 연재했던 소설, <www.판데모니움.net> 집필을 마치고 잠시 충전 후 새로운 글을 쓰려했는데...12.3 계엄선포와 이후 혼란했던 시간들로 인해 공백기가 길어져 버렸습니다.

많은 이웃 작가님의 응원과 격려 속에 완성한 <www.판데모니움.net>은 지난 3월 제1회 소원 청소년 문학상 대상을 받았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수상 소식을 전해 들은 순간, 소중한 카카오 브런치 이웃 작가님들이 많이 생각났고 정말 감사했어요. 얼른 기쁜 소식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지러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많이 움츠리고 심적으로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언젠가 다시 카카오 브런치로 돌아가리라는 것은 저에게 예정된 미래였고. 오늘이 바로 그 시간이라는 생각에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그동안 정말 많이 보고 싶었어요. 가슴 찡한 스토리, 우리 삶의 이야기, 판타지물, 시대물에 이르기까지, 세상 구석구석을 향해 펼쳐진 이웃님들의 다양한 브런치 글을 읽으면서 저도 충전하고 큰 힘을 얻었습니다. 다시 서로의 에너지를 나누고 싶어요. 이번 브런치 연재는 직업에세이, 생활에세이가 주를 이루는 카카오 브런치 공간에서 소설가를 꿈꾸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반가운 이웃님들, 그리고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의 소설 쓰기가 궁금한 분들은 함께 해주세요^^




21년 가을 나는 드라마를 구상하고 있었고, 22년 새해의 시작과 함께 <2035 브레인 스캐닝>이라는 작품을 2편까지 완성했다. 결혼 전까지, 12년간 방송구성작가로 활동했지만 스스로를 ‘작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새 방송 프로그램을 맡게 되면 부록처럼 딸려왔던 새 명함을 나는 항상 서랍 깊숙한 곳에 밀어 넣어두고 활동했다. 사람들에게 ‘작가’라고 불리는 것이 어색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뭔가 함량 미달이고, 2%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작가’가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2000년 MBC 베스트극장에 응모했던 <망부가>라는 작품이 최종심에 올랐다. 그리고 얼마 후, 길지도 짧지도 않은 방송과의 인연은 완전히 끝이 났다. 한도 끝도 없는 자료조사, 인터뷰 스케쥴 정리, 패널 섭외, 끝없이 화면을 돌려보며 어색한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꼼꼼하고~ 심지어 재미있게 작성해야 하는 원고 집필에 12년 만에 백기를 든 것이다. 방송을 내보내기도 전에 이미 다음 아이템을 정해야 하고, 매번 시청률에 울고 웃다 까이는, 그렇게 한편의 방송에 매번 스스로를 갈아 넣다 보면 일 년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버리는 방송 시스템과 그만 이별하고 싶었다.

그러나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마저 버린 것은 아니었다. 정확히는 ‘작가’가 되고 싶다기보다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드라마일지, 소설일지 알 수는 없지만, 창작에 대한 욕구는 절대 버릴 수 없는 본능처럼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8년간 운영하던 ‘디베이트 학원’을 정리한 21년 겨울 드디어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랜 기간 마음속으로 구상했던 뇌과학과 관련된 드라마를 집필하던 중 운명 같은 소재가 나를 찾아왔다.

<청소년 인터넷 도박> 이야기의 큰 얼개가 빠르게 머릿속에 정리되었다. 그런데 이 소재는 절대 내가 좋아하는 장르도 아니고, 집필할 수 있는 내용도 아니었다. 21년 여름,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오징어 게임 시즌 1>을 나는 반 이상을 스킵하며 겨우겨우 시청했다. 영화를 보다 폭력적인 장면이 나오면 극장을 뛰쳐나가기 일쑤고, 잔인한 드라마는 사전 차단해 버리는 겁보가 청소년 범죄 관련 소설을 쓴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왔다.

내 머릿속의 소재를 가져다 누군가 대필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수록 발효된 빵처럼 점점 부풀어지는 이야기가 시간이 갈수록 나를 힘들게 했다. 이 이야기를 써야 할까? 밀어내야 할까? 무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야기를 흘려보냈다가 되감기를 무수히 반복했다.

그리고 24년 봄, 고난 주간 동안 기도하며 내가 믿는 절대자의 뜻에 맡기기로 결심했다. 청소년 인터넷 도박과 관련된 파생 범죄, 그 심각한 현실에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지금이라면? 더 이상 내가 미뤄서는 안 될 이야기였다. 기도하며 대체 이 이야기를 어떻게 어디에서 시작할 수 있을지 물었다. 그리고 고난 주간 기도회가 끝나는 금요일 오후, 나는 <카카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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