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력 키우는 우리만의 홈스쿨링

9. 생명을 가꾸는 아이들

by book diary jenny


내가 사는 동네에, 그것도 도시 속에 텃밭이 있다는 건 대단히 큰 행운이다.

비록 우리 소유의 텃밭은 아니지만 얼마의 임대료를 내고 사용할 수 있는 6평 남짓의 텃밭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여러 가지 생명체들을 직접 키우는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어디 쉬운 일인가.

이 동네에 이사 와서 동네를 둘러보다가 미리 점찍어 두었던 것이 바로 텃밭 농사였다.

동네 어르신 몇 분이 밭농사를 열심히 지으시길래 여쭤봤더랬다.

타이밍이 맞아서 적당한 땅이 마련된다면 임대를 할 수 있다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아이들이 좀 자라면 텃밭농사를 꼭 지어야겠다.’며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있다가 하영이가 홈스쿨링을 시작하고 나서 당장 시작한 것 중의 하나가 텃밭농사 결정이다.

일 년 사용료를 드린 후 우리가족은 그 공간을 어떻게 꾸릴지 바로 계획에 들어갔다.

재래시장에 가서 비료와 퇴비를 구입하고 삽과 호미도 식구 수대로 마련했다.

텃밭이 여섯 평 정도 되다보니 은근히 준비할 것들이 있었다.

준비물을 챙기는 것은 구입만 하면 되니 크게 어렵지 않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것은 이 모든 일을 직접 온몸을 사용해 해내야 하는 노동이라는 것이다.


밭고랑을 모양 다듬으며 파내고, 그 밭의 테두리에 나무판자로 둘레를 탄탄하게 쳐야 한다.

비가 오는 날을 대비해서 깊숙하게 나무판자를 박아야 텃밭 흙이 무너지지 않는다.

그 정도로 준비가 끝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텃밭 흙을 전부 뒤집은 후, 거기에 영양가 풍부한 퇴비를 골고루 뿌려야 하는 등 할 일이 산더미 같았다.

밭농사가 쉽지 않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겪어보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게 느껴지면서 정신이 혼미해져 버렸다.

일손이 얼마나 많이 가는지 해보지 않은 분들은 알 수 없는 엄청난 양의 노동과 섬세한 관심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반드시 해보고 싶었던 작업이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해 나갔다.

무엇을 심을지 고민 하다가 아이들이 원하는 걸 이것저것 조합하다 보니 어느새 일곱 가지가 넘었다.

“너희들이 다 키울 수 있겠니? 이걸 관리 할 수 있겠어?”

“그럼요. 저희가 잘 키울 테니 엄마는 걱정 마세요. 돈 워리!”

아이들은 매순간 진심이었다.

얼마나 열심히 가꾸는지, 지나가는 어르신들 칭찬을 정말 많이 받았다.

그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군복을 입고 작업하는 날, 나는 “제발 그러지 마.”라며 말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리터리 덕후의 스타일을 엄마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었다.


다행인 건, 군복이 워낙 두껍다보니 달려드는 모기들의 침투는 도리어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극성스러운 산모기의 공격에 나는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렸다.

산이 가깝다보니 산모기들이 난리도 아니었다.

아이들 피부가 어른들보다 여리고 얇다보니 내가 한 방 물릴 때 아이들은 세 방이 기본이었다.

그런데 두꺼운 군복을 입고 있으면 모기가 그나마 실패를 하고선 돌아가는 것이다.

군복의 장점 중 하나가 모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도 있다니, 역시 대단한 군복이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심고 키운 생명들은 우리들의 건강한 먹거리가 되어 주었다.

재작년, 작년에 이어 올해도 텃밭에는 다양한 먹거리들이 풍성하게 자라는 중이다.

시금치, 대파, 방울토마토, 근대 그리고 고추가 심겨진 우리의 아름다운 텃밭에서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낀다.

“엄마. 이 시금치는 우리 텃밭의 시금치보다 덜 싱싱한 것 같아요.”

“우리 텃밭의 방울토마토는 진짜 탱글탱글한데, 여기 마트에서 파는 건 덜 싱싱해 보이네요.”

아이들의 텃밭 생명들 사랑이 정말 대단하다.

자기 자식들 마냥 편애하며 아끼는 모습이라니, 진심으로 키우더니 저렇게 애정이 마구 생기나 보다.


“그러게. 너희들의 진한 사랑이 없어서 그런가 보네.”

오늘도 우리 텃밭의 생명들은 우리 집 두 아들처럼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세상 모든 것은 사랑이 크게 작용하나 보다.

사랑을 주고 아껴주니 저토록 잘 자라는데, 하물며 아이들이야 오죽할까.

오늘도 사랑을 듬뿍 주는 내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나에게 가득한 사랑을 나누어주고, 그 사랑을 받은 생명들은 또 그 사랑을 누군가에게 나누어 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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